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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1월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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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재 박사] 혈흔은 발광(發光)한다.

전동재 박사
UT사우스웨스턴 의과대학 콜레스테롤 대사관련 질병 연구과학자
Dallas Baptist University 생명 과학 겸임교수

고유정은 2019년 5월 25일 제주도 조천읍에 소재한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죄로 2020년 11월 5일 대법원으로부터 무기 징역이 확정되어 청주 여자 교도서에서 형을 살고 있다. 이른바 제주도 전 남편 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에서 드러난 그녀의 치밀한 살인 계획과 잔혹성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한동안 충격과 공분에 휩싸였다.
고유정과 캠퍼스 커플이었던 전 남편 강씨는 6년간의 열애 끝에 2013년에 결혼했으나 그녀의 잦은 폭력성으로 인해 2017년에 이혼하였다. 강씨는 대학원생이라 수입이 불안정했기에 양육권은 고유정이 가지고 갔다. 하지만 그녀는 강씨에게 아들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2년 동안 아들을 볼 수 없었던 강씨는 면접 교섭권을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그 소송에서 이겼다. 사건이 일어난 2019년 5월 25일은 그가 보고 싶었던 아들을 만나러 제주도로 가던 날이었다. 차를 타고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기쁨과 기대감에 노래를 부르는 강씨의 모습이 블랙박스에 녹화되어 있다. 하지만 펜션에 들어간 그의 모습은 있으나 나온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유정은 강씨에게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넣은 카레를 먹이고 그를 살해했기 때문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그녀는 강씨의 사체를 훼손하고 그것들을 육지와 바다, 쓰레기장 등에 나눠 유기했다.
이 사건을 다룬 재판의 특이한 점은 피해자의 시신이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 구형인 무기 징역이 확정되었다는 사실이다. 고유정은 시신을 철저히 유기하여 완전 범죄를 생각했으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피해자의 DNA, 혈흔 등 증거물이 89점에 달했다. 검찰에서는 이를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으로 규정하여 재판에 넘겼고 대법원에서는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경찰은 어떻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혈흔 형태 분석(Bloodstain pattern analysis)은 살인현장 감식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혈흔의 형태 즉, 핏방울의 위치, 모양, 크기, 방향을 분석하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동선을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행 도구에 붙어 있던 혈액이 휘둘릴 때 날아서 흩어져 떨어진 혈흔을 비산 혈흔(Spatter), 그리고 범인이 범행 도구로 피해자를 가격했을 때 흩어진 혈흔을 충격 비산 혈흔(Impact Spatter)이라고 한다. 2mm 보다 작은 비산 혈흔들은 눈에 쉽게 띄지 않기 때문에 범인이 아무리 현장을 깔끔하게 정리하더라도 감추기 어렵다. 고유정이 전 남편인 강씨를 살해하고 혈흔을 지우기 위해 철저히 청소했지만 비산 혈흔이 여기 저기 남아 있었다. 제주청 과학수사계(CSI) 전문 수사관들은 혈흔 형태 분석을 통해 그 날의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식탁에서 피해자를 공격하기 시작해서 부엌, 출입문 그리고 욕실로 이어지는 범죄의 동선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과학 수사팀은 참혹했던 그 날의 흔적을 과학 수사 기법인 루미놀 반응(Luminol Reaction)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다. 루미놀은 발광하는 화학물질로 과산화수소(H2O2)와 섞어서 혈흔을 검증하기 위해 현장에 뿌려진다. 이 반응은 1만배 희석된 혈흔까지도 찾아낼 수 있는 민감한 혈흔 분석법이다. 루미놀은 혈흔 속에 존재하는 철(Fe2+) 성분과 만나게 되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이 실험으로 사건 현장에서 지워졌던 혈흔들이 빛으로 되살아나 수사팀의 카메라에 담겼다.
30조 개에 달하는 우리 몸의 세포 중 84%는 놀랍게도 혈액 속의 적혈구가 차지한다. 적혈구는 좁은 미세혈관을 막힘없이 통과하면서 산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조혈줄기세포(Hematopietic Stem Cell)에서부터 특수한 분화과정을 거친다. 세포핵과 세포소기관들이 없어지면서 세포의 크기가 작아지고 산소를 실어 나르는 헤모글로빈 (Hemoglobin)이 그 안을 채우는 것이다. 이 헤모글로빈 중심에는 철(Fe2+) 이온에 위치해 있고 바로 이곳에 산소(O2)가 실려 온 몸으로 공급된다. 분화를 마친 적혈구 하나는 평균 10억개의 헤모글로빈을 갖고 있으니 아무리 혈흔을 지운다 할지라도 10억개나 존재하는 철(Fe2+) 이온을 현장에서 제거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혈흔에 남아 있던 철 (Fe2+)은 촉매로 작용하여 루미놀을 밝힌다. 피는 붉지만 피 흘림의 흔적을 밝히는 루미놀은 푸른 형광 빛이다.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은 불행히도 아담과 하와가 실낙원 이후 낳은 두 아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가인이 그의 친동생 아벨을 시기하여 밭으로 유인한 뒤 살해한 것이다. 동생을 죽여 놓고 행방을 모른다고 시치미 떼는 가인에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아우의 피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부르짖느니라.” 살해당해 행방이 묘연했던 아벨은 그의 피소리로 이미 하나님께 강렬하게 호소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는 “땅이 입을 벌려 네 손에서 떨어지는 네 동생의 피를 받았으니 이제 너는 땅에서 저주를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피소리는 위를 향하여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피 흘리게 한 자는 땅의 저주를 받았다. 그리고 혈흔은 범죄 현장에서 푸른 형광 빛으로 발광(發光)했다. 피 흘림의 악행은 영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결코 가려질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성한 복음의 놀라운 능력은 피와 같은 붉은 죄를 눈같이 희게 하는데 있다. 죄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토설하고 자복하고 아뢰고 숨김 없이 자백한 후 지우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말이다.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인간이 있다면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은 이렇게 우리에게 복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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