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 F
Dallas
수요일, 1월 15, 2025
spot_img

[박영실 사모] 카르페 디엠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수필부문 당선으로 수필에 등단했다. 시인, 수필가, 동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시, 수필, 동화, 소설 등을 창작하고 있다. 목회하는 남편과 동역하고 있으며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방송되고 종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학 입시를 앞둔 학부형들과 그 자녀들 주변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등장인물들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건을 통해 입시 위주의 한국교육과 병폐를 지적하며 작가와 연출자가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지, 삶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적했다. 모두 달려간다고 같은 호흡으로 달리면 어찌 될까. 한발 늦게 도착한다고 뭐가 다를까. 최고만을 지향하는 사회와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소리 없는 쿠데타를 도모한 것이 아니었을까.
드라마가 종영되었는데도 출연자들이 사용했던 많은 어록이 패러디되어 방송되었고 그 후속 영향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 사회뿐 아니라 어느 민족이나 사회든 부모와 자녀, 그리고 그 자녀들이 살아가고 있는 교육 현장과 사회 조직에 내재 된 교육열은 대동소이하다. 드라마는 최고만을 지향하는 사회, 그 조직에서 생존해야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시선을 잘 담아내었다. 드라마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야 하는지 제시하고 마무리된다.
『스카이캐슬』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 한 편이 있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였다. 피터 위어가 감독을 맡았고,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로빈 윌리엄스는 키팅 선생님 역할을 맡았다. 키딩의 교육 방식은 다른 교사들과 차별화되어 전통적으로 전승되는 그 사회의 교육 방식과 충돌한다. 감독은 키딩을 통해 억압과 규율에 얽매여 틀에 갇힌 사고와 교육을 강요하는 학교와 사회를 고발한다. 기계적으로 학생들을 배출하는 학교 교육 시스템에 의해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배제된 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다. 어른들에 의해 강요된 교육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거부하는 조용한 내적 쿠데타가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통해 각자의 관점에서 잘 드러난다. 표면적으로는 학교의 어느 단면을 담아내었지만, 사회 구조와 국가 시스템, 그 속에서 존재하는 한 인간이 어떻게 거대한 조직 안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형상화한 훌륭한 작품이다.
인격체를 소유한 한 인간으로서 존엄 받기보다 부모나 타인에 의해 미래가 정해지고 그것을 향해 목표지향적으로 인생을 허무하게 살다 생을 마감하는 ‘닐’ 학생을 통해 커다란 성을 향해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인이 원하는 전공이 있음에도 부모의 억압과 강요로 부모의 기대에 맞게 전공을 택하고 그 길을 가기를 강요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이 결국은 닐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닐의 죽음은 키딩 선생님과 학교, 친구들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키딩은 수업시간에 시에 대해 해석하고 평가하는 페이지를 아예 찢으라고 가르치고 학생들은 교과서의 첫 페이지를 과감하게 찢는다. 책을 찢는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과 키딩의 그런 방식은 학교 규율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 장면이 잔잔한 울림으로 오랫동안 남았다. 강요되고 억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키딩 선생님만의 교육 방식이었다. 같은 각도, 같은 시선, 같은 결론으로 보는 안목에서 탈피해, 보다 자유로운 사고의 폭을 넓혀 마음껏 꿈을 펼치기를 바라는 키딩 선생님의 교육철학과 교육 방식이었다. 결국, 선생님은 학교를 떠나게 된다.
키딩은 학교를 떠났고 닐은 세상을 떠났다. 토드의 곁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토드는 결국 혼자 남겨진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토드의 성향으로 키딩의 교육 방식을 적극적으로 따라가기 힘들었을 테고, 기존의 규율과 방식을 따르기에는 자신이 너무 억압된 상황이라 내적 갈등을 했을 테다. 옛것을 고수하는 일과 새것을 받아들이는 일 사이에 많은 갈등이 있었으리라. 그것은 삶의 방식과 인생 자체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말은 키딩 선생님과 닐을 떠나 보낸 토드의 성장이 보인다.
키딩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이라고 외친다. “현재를 즐겨라.”는 말이다. 현재의 삶에 충실 하라는 의미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저당 잡혀 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내일을 위해 오늘 불행하게 산다면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 오늘이 없는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과 내일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오늘이 배제된 내일은 없다. 현재와 영원은 어떤가.
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해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왜 오버랩되었을까.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무엇을 삶의 푯대로 삼고 사느냐에 따라 현주소가 정해질 테다. 내가 지금 추구하고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나를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또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하늘 양식으로 채우고 있는지, 이 땅의 것으로 채우고 있는지 겸비하고 돌아볼 일이다.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허락하신 삶의 영역에서 영원을 사모하며 푯대를 향해 나아가길 갈망한다.

최근 기사

이메일 뉴스 구독

* indicates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