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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5월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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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목사] 배경과더불어읽는성경 (12) 갈릴리호수, 바다?

최승민 목사 플라워마운드 교회 동역목사

이스라엘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해서 첫 유월절을 보낼 때였습니다. 자신들의 민족 명절이니 이스라엘의 유월절은 연휴가 참 깁니다. 긴 명절 기간 당시 제가 섬기던 한인 교회에서는 교인들을 위해 갈릴리 수련회를 계획했습니다. 이스라엘에 있는 한인 교회라는 특성상 성지순례 해설 가이드로 일하는 전문가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중에는 2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분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전 교인들이 한 버스에 타고 예루살렘에서 갈릴리로 이동하는 동안 교회 안의 화려한 경력의 가이드들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그중 가장 긴 경력을 자랑하는 분이 마이크를 잡을 때였습니다. 마침내 갈릴리 호수가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 가이드 목사님은 ‘갈릴리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임을 강조하며, 성경 번역자들이 이스라엘을 방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지리적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갈릴리를 바다라고 잘못 번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스라엘 유학을 떠나기 전에 대한 성서공회에서 제공하는 성서번역에 관련된 여러 세미나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던 저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쉬우면서도 무책임하게 지적할 수 있는 문제가 바로 번역의 문제입니다. 누구나 쉽게 지적하지만, 그 누가 내놓는 번역도 모두에게 만족스러울 수 없는 것이 바로 번역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갈릴리 호수는 지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갈릴리 바다라고 불리게 된 것일까요? 성경 번역은 그렇게 어설픈 과정을 거쳐서 번역되지 않습니다. 언어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원어의 의미와 뉘앙스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불가피한 문제는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 번역은 굉장한 헌신과 꼼꼼한 노력이 더해져서 번역됩니다.

그렇다면, 왜 갈릴리는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라고 불리게 되었을까요? 호수를 바다라고 부르게 된 배경에는 문화적 이유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기본적으로 물이 넉넉하지 않은 중동 지역에 속해 있습니다. 물이 귀하다 보니 물을 지칭하는 언어 표현이 많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물이 모여 있으면 ‘얌(ים)’이라는 한 단어를 사용해 표현했습니다. 눈이 귀한 지역이어서 눈에 관한 언어적 표현들이 발달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어에 존재하는 ‘함박눈’, ‘싸리 눈’ 등과 같은 세부적인 눈 관련 표현이 히브리어에는 없습니다. 그저 ‘쉘레그(שלג)’라는 한 단어만 존재할 뿐이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는 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표현으로 부르지만, 히브리어는 물 자체가 귀한 지역에서 사용되던 언어이다 보니 많은 양의 물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얌’이라고 부를 뿐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바다를 향해서도, 호수를 향해서도 구분되지 않는 단어인 ‘얌’이라고 불렀던 것이지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할 때 건넜던 홍해를 지칭할 때도 갈대 바다라는 의미의 ‘얌 쑤프(ים סוף)’라고 부릅니다. 사해를 향해서는 소금 바다라는 의미의 ‘얌 하멜라흐(ים המלח)’라고 부릅니다. 지중해 바다를 향해서는 동쪽에 있다 하여 동해라는 의미의 ‘얌 하카드모니(ים הקדמני)’ 혹은 사해나 홍해에 비해 큰 바다라 하여 대해라는 의미의 ‘얌 하가돌(ים הגדול)’이라고 부릅니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갈릴리 호수를 지칭하는 말도 헬라어 ‘쌀라싸(θάλασσα)’라고 통칭하고, 바다와 호수 모두를 의미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이 단어가 호수를 지칭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은 히브리어와 같은 언어들이 사용되는 셈어 문화를 반영한 용례(Semitic usage)에서만 발견된다는 것은 성서 헬라어를 넘어 전문적인 헬라어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즉, 신약성경에서도 갈릴리를 바다라고 표현한 셈입니다.

오늘날처럼 세계 여러 지역과 지리에 대해 정보가 없었던 고대 팔레스타인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호수와 바다를 구분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갈릴리 호수 역시 그네들로서는 바다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좁은 땅에서 복작하게 살았던 고대 이스라엘인들에게 갈릴리는 바다나 마찬가지로 풍요롭기도 한 동시에 위험하기도 한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갈릴리 호수는 해발 마이너스 700피트에 이르는 저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갈릴리 호수 주변으로는 호수에 비해 높은 지대가 자리를 잡고 있기에,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통해 달구어진 갈릴리 호수의 물은 저녁이 되면 고기압을 형성해 많은 바람을 불러 모으게 됩니다. 보통의 경우는 고대의 ‘해변 길(via Maris)’이 통과하는 아르벨 산 북쪽 계곡을 통해 지중해로부터 바람이 유입되지만, 때로는 헬몬산에서 내려오는 찬 기류를 비롯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갈릴리 호수에서 만나 바람의 방향을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풍랑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풍랑 앞에서 작은 고깃배들은 맥없이 부서지거나 뒤집어져 큰 피해를 가져다주곤 했습니다.

이러한 갈릴리 호수에 대한 이해를 배경으로 예측할 수 없는 폭풍우를 갈릴리 한가운데서 맞이했을 때, 제자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꼼짝없이 죽었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놀라운 사건이 그때 일어납니다. 예수님이 물 위를 걸어 제자들에게 오시는 것이지요. 예수님은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물 위라도 걸어서 가시는 분이었습니다. 오늘날 갈릴리의 한가운데서 폭풍을 만난 것과 같은 분이 계십니까? 주님께서 물 위를 걸어서라도 찾아가실 줄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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