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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월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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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 사모]“지금이 아니면 언제?”

달라스코리안의 자부심

서정숙사모
시인 달라스문학회회원

‘고독한 별의 주(Lone Star State)’ 텍사스 제 일의 금융도시인 달라스에 사는 ‘코리안달라스’의 자부심! 지난해 막달에 “지금이 아니면 언제?”한테 받은 선물입니다.
강과 산이 없고 롤러코스터 기후에 폭염과 토네이도가 진액을 빼는 도시. 흙까지도 검은 진흙이라 꽃 한 포기를 심으려도 부엽토 등을 사다가 심어야 하는 척박한 황야. 토질 때문에 집이 기울기도 하고 문짝이 엇나기도 하지만 기독학교들 덕분인지, 달러스 포트워스에 많은 한인교회가 세워졌습니다. 이민 1세 삶이 거의 비슷하듯 사역자인 남편 따라 온 아내들도 일인 사오 역으로 눈코 뜰 새 없이, 세월에 밀려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마음 쓸 여유 없이 살았습니다.

“미국의 해는 어디서 뜨나요? 텍사스의 해는 어디서 뜨지요?” 멈칫하는 순간, 서로 얼굴 보며 당황해하다가 “동쪽 아닌가요?” 우스꽝스러움에 폭소가 터집니다.
“이게 무슨 뜻이지요?” 多不有時 써진 종이를 보며 다불유시 천천히 읽다가 아하! 소리를 내며 깔깔 아이들처럼 손뼉치며 웃습니다 “버스 저 뒤편에 언제고 사용사용 가능합니다.”
00 교회에서 아침 식사로 마련한 약밥과 양념고추절임에 귀여운 포크까지! “사모를 위해 준비된 특별한 여행”의 가이드 겸 기사님이신 조 권사님의 입담이 팬데믹 동안에 그늘지고 추웠던 마음 한구석을 따듯하게 데워줍니다. 달라스, 알링턴, 포트워스 명소의 건축가들과 역사까지 백과사전처럼 알려주십니다, 머리가 기억을 못할까 봐 열심히 쓰지만 글씨가 삐뚤빼뚤해집니다. 이야기 들으랴 1시, 9시, 12시 3시 방향으로 두뇌와 머리를 굴려 가며 창밖의 건물 찾기에 눈도 덩달아 바쁘게 즐기다가 순간! 막달 12월에 여기서 내가 이래도 되는지, 지나친 호강은 아닌지, 각종 어려움에 처한 주위 분들께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낯설고 물설고 언어조차 어려웠던 척박한 달라스에 30여 년 살다 보니 이런 특별한 날이 올 줄이야! 목사회를 통해 남편이 받은 광고를 보자마자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생각에 예약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무조건 신청했습니다. 발 편한 운동화와 복장으로 혹시 모르니 우산도 챙기라는 자상한 말씀! 이민생활 처음으로 접이우산을 사고 슈가프리사탕도 샀습니다. 어릴적 소풍전날처럼 준비해놓고, 들뜬 마음은 쉽게 잠이 오지않았습니다. 드디어 아침에 출발하려니 심상치 않은 일기예보. 화면은 온통 붉고 번개표시에 토네이도까지 위협합니다. 지나가면 괜찮다는 조 권사님 말씀대로 도시관광 최고의 날씨가 되었습니다. 도로는 한산하고 춥지 않고 적당한 구름에 눈이 부시지 않고! 믿음 없던 다른 관광객들이 취소한 덕에 초대형 버스의 주차공간이나 관광에 혼잡함 없는 우리만의 멋진 날이었습니다.

달라스 다운타운으로 가는 길, 구수한 조 권사님의 텍사스 역사 공부시간. 1834년 알라모전투. 이어서 텍사스공화국(1836~1845)의 초대 대통령으로 샘 휴스턴의 선출. 1845년 28번째로 미국 연방에 가입. 선거 유세차 오픈카를 타고 달라스에서 암살당한 케네디 대통령. 도로 위에 표시된 두 개의 X 자리와 올드레드뮤지움, 식시스플로어 뮤지움등과 존 F. 케네디 메모리얼플라자의 남북이 열린 기념비 안에 놓인 검은대리석. 전쟁중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인용한 JFK의 어록들이 떠오르며 분단국가인 우리 고국이 생각났습니다.
파이오니어 플라자는 남부동맹전쟁기념관과 공원묘지가 있고 대도시 한복판에 49마리의 긴뿔소와 카우보이가 무리지어 언덕을 내려오는 조각이 역동적인 달라스의 저력을 보는 듯합니다. 달라스 최고층인 72층 뱅크어브아메리카 빌딩, 현대미술관, 아트 디스트릭, 케네디 기념비 건너편에 죤닐리 브라이언과 Mr.Dallas가 살았던 달라스 최초의 집 등등.
포트워스의 워터가든과 모던아트뮤지움. “물, 빛, 노출의 대가”라는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건물과 통유리의 딱딱함이 햇빛과 물을 품고 있어 넉넉함인지, 하늘도 건물도 안겨있는 물과 빛의 고즈넉함! 잠시지만 깊게 젖어 들었습니다. 철 조각가 리처드 세라와 안도의 콜라보인, 소용돌이-Vortex 안에서 목사 아내들의 찬양은 지상천국을 누리는 은혜로 제게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서부시대가 그대로 보존된 스탁야드. 카우보이를 선두로 양팔 길이의 긴 뿔-long horn 소 20여 마리가 서로 찌르지 않으며 행진하는 것-cattle walk down이 신기했지만, 초원에서 평화로웠을 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릿하게 아팠습니다.

H관광 조 권사님 부부는 “돈 벌면 ‘사모 위로회’를 하자”고 늘 기도하셨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자원(적십자)해서 떠난 막내 아드님이 경비 일부를 지원해 주어 두 분의 꿈이 결실되었고 저희가 호강하게 된 것입니다. 칙필레 점심과, 스프링크릭의 저녁으로 식사준비의 자유함까지 누렸습니다. 보이지 않게 목사 아내를 위로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사랑의 기도를 생각하며 ‘고독한 별의 주’에 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두손을 모읍니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나는 이 길을 가리라 / 좁은 문 좁은 길 나의 십자가 지고
나의 가는 이 길 끝에서 나는 주님을 보리라/ 영광의 내 주님 나를 맞아주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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