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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월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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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성 칼럼] 9화 : 4인의 건축가와 예술지구

미국도시를 바라보는 많은 학자들의 시각은 찬성과 반대가 확연히 갈라진다. 나는 미국 도시가 장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제임스 쿤슬러(James Kunstler)는 단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는 “장소없는 지리학”(The Geography of Nowhere, 1993)에서 미국 도시 거리에 삼람이 없는 것을 빗대어 ‘영혼이 없는 삭막한 도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지적인 무색하게 예술지구는 여러 가지 재미를 던져주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4인의 건축가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예술지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행위예술과 오케스트라 연주를 위한 오페라 하우스이다.  댈러스 시 역시 오페라 하우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바로 건립 조직위원회를 구성했다. 오랫동안 댈러스의 예술발전을 위해 후원해 온 자선사업가 ‘몰톤 마이어슨’(Morton H. Myerson)은 홀 설계를 적극 지지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바로 세계적인 건축가 아이에 페이에게 홀 설계를 맡기고 본격적인 건립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1989년 이 오페라 하우스는 ‘몰톤 마이어슨 심포니’센터라는 이름으로 댈러스 다운타운 예술지구에 세워졌다.  이 건물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본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세계 최정상급의 공연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유럽에 있는 최고 수준의 공연 홀에 버금가는 마이어슨 심포니 센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홀의 설계자인 아이엠페이는 유럽에 있는 대표적인 공연 홀 ‘암스테르담 콘서트 홀’ ‘비엔나 뮤직베레인’’파리 오페라 하우스’같은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공연 예술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음향 효과에 특별히 신경을 썼으며, 대중들의 접근을 쉽게하고 외관을 아름답게 처리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덕분에 이 홀은 개장하자마자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특히 음향효과의 완벽성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뉴욕타임즈도 이 곳을 소개하며 건축적 훌륭함과 아이엠페이가 발휘한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예술지구에 있는 ‘나셔 조각 센터’(Nasher Sculpture Center, 2003)는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에 의해 건립되었다. 박물관에 개성 있는 외관을 부여하는 작가로 잘 알려진 렌조 피아노는 1970년 일본에서 열렸던 오사카 박람회에 이탈리아 산업관을 건설하면서 국제 무대에 알려졌다. 영국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와 공동으로 파리에 있는 ‘퐁피브 센터’(1977)를 설계해 일찍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이후 1998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고, 뉴욕에 있는 휘트니 박물관(2015)을 설계해 개성있는 건축가로 명성을 드높였다. 나셔 조각센타는 쇼핑센타로 막대한 부를 쌓은 레이몬드 나셔(Raymond Nasher)가 6,000만 달러를 기부해 세워졌다. 레이먼드 나셔는 로댕,미로, 마티스, 지아코메티 같은 현대조각 작품들을 수집했으며, 이들을 대중들과 함께 감상하고 즐기고자 조각 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박물관은 6개의 대리석 벽으로 구획되어 조각품 주위가 분산되지 않도록 했으며, 천장을 유리로 마감해 빛이 간접적으로 투과되도록 설계했다. 외부는 도로 면에서 4-5미터 아래에 썬큰(Sunken)조각 정원을 두어 소음을 차단하도록 했다. 그로 인해 조각 센터 지붕은 땅 위를 떠다니는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하늘 하늘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지붕설계는 렌조 피아노가 얼마나 전축 작품에 집념과 정교함을 바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계한 ‘AT&T공연예술센타’(AT&T Performing Art Center)는 예술 지구에서 관민 파트너쉽으로 개발된 성공적인 예이다. 노먼 포스터는 하이테크 건축을 추구하며, 영국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설계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1994년 AIA황금메달상, 199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로, 주요 건축물로는 홍콩 첵랍콕공항(1998)과 보스턴 예술 박물관(2010)이 있다. 그는 ‘AT&T공연예술센타’설계에서 건물의 지붕과 벽체가 수평과 수직으로 서는 이미지를 주는 단순성을 사용해 건축물이나, 구조물이 주는 육중하고 무거운 느낌을 걷어내고 가볍고 투명한 느낌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느낌은 ‘AT&T 공연예술센타’에서 좌우 수평으로 날씬하게 뻗어나간 지붕선과 수직으로 세워진 벽면선에도 잘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21세기 건축을 선도하는 건축가로 가장 주목받으며, 2008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네덜란드 출신 ‘렘 쿨 하스’(Rem Kool Haas)의 작품인 ‘윌리 센터’(Wyly Center) 공연장이 댈러스 예술지구에 세워지고 있다. 렘쿨 하스는 네덜란드 건축가로 런던에 있는 런던 건축가 협회학교에서 공부하고, 하버드 대학의 건축도시설계대학원의 설계 지도교수를 역임했다. 2008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100인중 한 명으로 꼽힐 만큼 21세기 가장 중요한 건축 사상가이며, 도시주의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혼이 있는 장소

     모든 도시가 예술지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댈러스 예술지구는 우리에게 특별한 장소가 되어 가고 있다. 나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공간, 사람과 사람사이에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는 곳, 숨막히는 모더니즘-포스트 모더니즘 건축물로 꽉 찬 도심 풍경으로 이미 굳은 살 이 박혀버린 우리네 일상이 변신을 꿈꾸고 화려하게 빛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소가 예술지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곳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나만의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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