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T알링턴 영상학과 교수
뉴스를 보다 보면 금방 한국과 북한이 전쟁을 하지는 않을까 염려하게 될 정도로 많은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한국 전쟁이라는 역사의 비극을 거치며 분단된 한반도는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로 남아 있습니다. 분단의 시기가 길어 질수록 두 나라 사이 빈부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지고, 처절한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매년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 계속 증가한 탈북자의 숫자는 2023년에 이르러 총 3만 4천여명이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나라로 이주한 북한 주민들까지 고려한다면 그 숫자는 더욱 많아 지리라 생각합니다.
굶주림과 삶의 고통에 지쳐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자 주민들을 위해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주님의 사랑으로 이들을 섬기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아직 탈북자 분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그리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 듯 합니다.
올 여름 한국에서 많은 탈북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팔복 (Beatitude)”의 말씀에 기반을 둔 일곱 번째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을 위해서 였습니다. 많은 탈북 주민분들이 저와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지만 실제 다큐멘터리에 출연을 해 주시겠다는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에 남겨둔 가족이나 친척 분들의 안위를 걱정해서 였습니다. 영상 제작의 기술로 그 분들의 얼굴을 가리고 음성을 변조 할 수 있다고 말씀 드려도, 그 분들의 모든 걱정을 덜어드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염려하시는 그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며 북한에 아직 남아 있는 가족분들의 평안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함께 나눈 대화들 중에 제 마음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는 아픈 사연들이 많았습니다. 목숨 걸고 넘어온 한국땅에서 겪어야 했던 이야기들 중에 그분들의 자녀들이 북한 사투리와 문화적 차이때문에 학교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제 육신의 배고픔과 고통은 해결되었지만 정신적인 어려움은 오히려 더 커진 게 아닌지, 이런 차별을 만들어 낸 한국 사회의 모습을 돌아 보게 됩니다. 탈북자 한 분은 북한에서 수용소에서 일하던 군인 이었다 합니다.
긴 대화 끝에 고백하신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자신의 손에 죽어간 수 많은 북한 주민들 때문에, 그 죄책감으로 단 한번도 한국에서 편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조용히 그분에게 예수님을 소개 했습니다. 언젠가 주님의 사랑과 은혜로 그 분에게도 참된 평안이 임하시길 기도합니다.
수 많은 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다큐멘터리 영상의 주요 인물을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주님의 인도로 대구에 위치한 “수레바퀴 북한 선교회”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섬기시는 김재호 목사님을 통해 이한나 집사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대구에서 두 분의 장성한 따님과 살고 계시는 이한나 할머니의 이야기는 “두란노 서원”을 통해 책으로도 출판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슴다”라는 이 책은 이한나 집사님의 어머니로 부터 시작된 평생의 기도와 이를 통한 온 집안의 구원 여정이 담긴 현대판 출애굽기의 이야기 였습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 한 북한 탈출기와 중국 땅 에서의 이야기는 지금도 기도하는 자에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보통 단편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인터뷰 촬영을 하면 길어야 3시간 정도안에 그 분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그리고 그 촬영된 인터뷰를 편집해서 마지막 영상을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 한나 집사님 과의 인터뷰는 꼬박 2박3일이 걸렸으니 얼마나 많은 주님의 은혜가 이 분의 삶에 있었는지 가늠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길고 길었던 인터뷰가 끝나는 마지막에 집사님은 이런 고백을 하셨습니다. “저 회개 합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태국의 정글을 거쳐 한국에 오는 그 모든 인생의 여정 속에서는 매 순간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하게 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 그렇게 기도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생활이 편해지니 기도의 시간이 줄어요. 저 회개 합니다. 매일 매일 간절히 기도하며 살기를 다짐합니다.” 이한나 집사님의 말씀속에 저는 저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집사님에게 얘기 했습니다. “집사님, 저도 회개 합니다. 그 모습이 바로 저의 모습이네요.” 팔복의 말씀,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를 다시 묵상합니다. “주님, 평안 속에서도, 고통속에서 간절히 기도했던 제 심령의 가난함을 잊지 않게 하소서.”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남북의 통일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통일이 되었을 때 한국이 짊어져야 할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라고 합니다. 많은 탈북자들을 만나고 이한나 집사님과 그분의 따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북의 통일은 사랑의 하나님과 공의의 하나님이 연결되어지는 길이라고.
한국의 교회와 기독교의 역사를 생각해 봅니다. 평양 대부흥 운동으로 한반도 남쪽의 끝까지 전해진 복음의 역사가 이제 다시 남쪽에서 북으로 올라가 하나된 나라에서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강조되어 온 한국의 교회와, 공의와 정의가 중심이 된 북한의 지하 교회가 함께 만나는 그 순간이 오기를. 그래서 이한나 집사님이 북한에 남겨둔 아들을 만나게 되는 역사가 이루어 지기를. 그 통일을 보게 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