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데연, ‘한국교회 명목상 교인 실태 조사’ 결과 발표… 신앙보다 ‘마음의 평안’ 목적

“나는 10년 넘게 다녔는데 유월절이 사순절이 뭔지도 모르겠어요. 자기들만 다 아는 것 같이 쉽게 말하는데 저 같은 사람은 몰라요. 그러니 참여를 못 하죠. 기도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60대 남성 A씨)
“대학 때 친구가 교회 가자고 해서 처음 교회 갔어요. 제일 좋았던 건 예배 끝나고 하는 청년 모임이였어요. 그냥 그 사람들의 신앙생활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서 모여서 교제하는 것이 그때 좋았던 것 같아요.” (30대 여성 B씨)
“저는 아직도 주여 외치고 하는 분위기 적응이 안돼요. 드럼 쿵쿵거리는 노래 듣고 사람들이 일어서서 막 울고 있고 손 들고 이러면 거부감이 확 들어요. 약간 사이비 느낌이 들어요.” (30대 남성 C씨)
한국교회가 비상이다. 교회는 다니지만 신앙생활을 하지 않거나 구원의 확신이 없는 이른바 ‘명목상 교인’이 10명 중 4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이들 중 절반은 구원의 확신조차 없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한국교회 명목상 교인 실태 조사’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목데연 조사에 따르면 출석 교인 중 39.5%가 명목상 교인이다. 교회에 아예 나오지 않는 ‘가나안 성도’와는 다르다.
명목상 교인은 교회에 다니지만, 신앙생활에 의지가 없는 교인들을 말한다. 이들은 예배 외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기도나 성경 등 신앙생활도 등한시한다. 구원의 확신 여부를 물었을 때 51.0%만 ‘그렇다’고 답했다. 나머지 절반은 구원의 확신 없이 교회만 출석하는 셈이다. 구원이나 복음 보다는 ‘마음의 평안’(47.8%)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심지어 이들 10명 중 6명 이상은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명목상 교인 비율이 연령이 낮고 남성일수록 높다는 데 있다. 특히 다음세대인 19~29세 응답자의 경우 절반이 넘는 50.1%가 명목상 교인으로 분류됐다.
명목상 교인인 일반 성도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장로나 권사 등 중직자 중에서도 25.7%가 명목상 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분이 신앙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김진양 목데연 부대표는 설명했다.
명목상 교인은 신앙뿐만 아니라 동성애에 대한 인식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동성애를 해도 무방하다’는 응답자가 23.9%로 일반 교인에 비해 4.5배나 많았다.
공동 조사한 김선일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가나안 성도를 포함할 경우 전체 개신교인 중 교회에 출석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은 42.8%에 불과하다”며 “기독교가 전해진 후 4세대가 지나면 명목상 교인 현상이 뚜렷해지는데, 한국은 개신교가 들어온 지 130여 년이 지나 시기상 들어맞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