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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5월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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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목사]“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 간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이기욱 목사
알링턴 사랑에 빚진 교회 담임

하루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일찍 약속한 식당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그 식당 앞에 “I am Hungry”라고 쓴 팻말을 든 홈리스 한 분이 계시는 겁니다. 그 팻말을 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음식을 대접할 테니 함께 식당에 들어가자고 말을 걸었습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 분을 모시고 식당에 들어가려는데 식당 안내 직원이 저희를 막아서는 겁니다. 그리고 입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매일 이 식당 앞에서 구걸하는 홈리스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몸에서 냄새도 나고 그로 인해 식당에 있는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 하지만 당시 구걸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식당에서 거부하는 것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어 “오늘은 제 친구입니다. 저와 함께 식사할 겁니다” 하고는 우여곡절 끝에 식당 구석 자리로 안내받아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홈리스 분은 3가지 종류의 음식을 주문하고는 음식이 나오자마자 포장을 해 달라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음식 하나는 여기서 나와 함께 먹어도 된다고 ‘짧은 영어?’ 설득하면서 식사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지인들이 도착했을 때, 그는 나머지 음식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일어났습니다. 나가려는 그에게 “Jesus loved you, Jesus still loves you, and He will love you forever” 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분이 저를 다시 한번 쳐다보더니 허리를 90도로 숙여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 나갔습니다. 미국 사람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은 매우 드물게 보는 모습이라 저 역시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인사 했습니다.

어느 날 저의 둘째 아들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식당 앞에서 홈리스를 보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식당에서 음식을 투고해서 그 홈리스에게 전해주고, 같이 그 자리에 앉아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복음을 전한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겁이 덜컹 나는 겁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그건 조금 위험한 것 같으니 되도록이면 그렇게 하지 말고 혹시 다음에 또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냥 식당 안에 모시고 들어가서 식사하거나 아니면 그냥 음식을 사서 건네 주면서 ‘Jesus loves you so much’ 이 한마디 정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권면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빠 이전에 아빠도 그렇게 했다고 하면서 우리한테 어떤 모양으로든 예수님의 흔적을 남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어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는 ‘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지 말고…’라고 했던 제 자신이 왠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아빠 저 직장 휴가 내고 5월에 단기 선교 떠날 예정입니다. 기도해 주세요” 하는 겁니다. 속으로는 “아니 대학 졸업하고 직장 들어간 지 얼마되지도 않은데, 휴가 내서 선교하러 간다고 …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 짧은 생각이 또 다시 저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들게 했습니다. 나름대로 인생의 착한 흔적, 그리고 선한 흔적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자녀들의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강단에서는 “우리 인생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인생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죽은 후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 앞에 서게 될텐데, 그리고 우리 눈 앞에서 천국과 지옥으로 우리의 구원이 갈리게 될텐데,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며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그리스도인의 모습이겠습니까? 우리 인생에서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또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우리는 망설이면 안 되는 겁니다.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든 물질이든 아깝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최대한 착한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라고 목소리 높여 외치는데, 정작 제 자신은 부끄럽게도 말과 행동에서 가끔씩 주저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지난번 한국에 방문했을 때 공중화장실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화장실 벽에 적힌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 간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볼일 보고 나서 얼마나 깨끗하게 치우고 나왔는지 모릅니다.

누가복음에 보면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이야기의 결론은 “너도 그와 같이 하라” 입니다. 어떠한 모양으로든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너도 그와 같이 하라”. 그 때 그 사람이 진정 나의 이웃이 되고 또한 자신도 그 사람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 하나 하나가 생명을 살리는 열매가 되고 면류관이 된다는 거지요.

사람은 세상을 살다가 떠날 때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고 합니다. 그것이 아름다운 흔적이 될 수도 있고 또한 추한 흔적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바라기는 “가서 너도 이와 같이하라” 이 말씀을 꼭 붙잡고 우리 인생에 아름다운 흔적, 선한 흔적을 남기기를 노력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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