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샘교회 담임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은 공동의 적과 싸우기 위해 동맹을 맺기도 하지만 보통 국경, 정치, 경제적인 문제로 티격태격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시리아와 북왕국 이스라엘도 전쟁이 잦았던 것 같습니다. 열왕기하 6장 8절에 시리아는 북왕국 이스라엘과 전쟁 중이었습니다. 시리아 왕이 신하들과 작전을 짜면 이를 하나님께서 엘리사에게 알려 주셨고, 엘리사는 이스라엘 왕에게 알려줘서 대비하도록 했습니다. 이 바람에 이스라엘은 백전백승, 시리아는 백전백패였습니다. 시리아 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신하들을 모아 놓고 그들 중에 스파이가 있어서 이스라엘과 내통하는 것은 아닌지 다그칩니다. 신하 중 한 사람이 이스라엘에 엘리사라는 예언자가 있는데, 얼마나 신통한지 왕이 침실에서 은밀하게 하는 말까지 알고 이스라엘 왕에게 알려 준다고 했습니다. 시리아 왕은 엘리사를 잡아 오게 했습니다. 기마와 병거와 중무장한 군대를 밤에 보내 엘리사가 있는 성읍을 포위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엘리사의 시종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는데 말과 병거로 중무장을 한 시리아 군대가 겹겹이 포위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엘리사에게 “큰일이 났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왕하 6:15) 소리쳤습니다. 엘리사가 시종에게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들의 편에 있는 사람보다는 우리의 편에 있는 사람이 더 많다.” (왕하 6:16)라고 말합니다. 엘리사가 시종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 시종의 눈을 열어 주셔서, 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왕하 6:17) 엘리사의 기도는 시종이 믿음의 눈을 열어서 하나님께서 보호하시는 것을 보게 하시고, 이를 통해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종이 믿음의 눈을 열게 되었는데, 불 말과 불 수레가 언덕 위에 가득 있는 것이었습니다. 불 말과 불 수레는 하나님께서 보호한다는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상징입니다. 이 세상 어떤 물리적 힘으로도 물리칠 수 없는 하나님의 군대가 엘리사를 보호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들도 역시 엘리사와 시종이 처한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사방에는 대적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고 도저히 그 어려움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낙심하고 낙담할 때가 있습니다. 개미 떼처럼 많은 시리아 군대를 보고 당황해서 시종이 절규를 합니다. “큰일이 났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15절) 문제가 발생하면 어쩌면 좋으냐고 비명을 지르고, 당황하고, 절망하고, 다른 사람 원망하고, 도망갈 궁리를 하는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요? 그런데 믿음의 눈을 열어서 보니까 포위당한 것은 엘리사가 아니라 시리아 군대였던 것입니다. 포위를 당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어떻게 하든지 우리들을 당황하게 하고, 낙담하게 하고, 절망하게 하고, 도망가게 하는 세력입니다. 우리의 문제, 상황이 너무 커 보일 때, 우리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때 하나님은 너무 작아 보이고, 하나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이때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해야만 볼 수 있는 크고 비밀한 세계, 믿음의 눈을 열어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네가 나를 부르면, 내가 너에게 응답하겠고, 네가 모르는 크고 놀라운 비밀을 너에게 알려 주겠다.” (렘 33:3) 시종의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과 태도가 옳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때때로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자아가 살아서 우리들의 생각이 너무 많아지게 되면, 절망만 보이게 됩니다. 기도하면 믿음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이 보입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보입니다. 소망이 보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하나님의 군대가 보입니다.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제가 가졌던 소망은 엘리사 시종처럼 믿음의 눈을 열어 주시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욕심이 더 생겼습니다. 시종처럼 믿음의 눈을 열어서 볼 수 있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은 있지만,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지만, 아직도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사는 분들을 위해서, 그분들이 믿음의 눈을 열어 주시도록 엘리사처럼 기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그 하나님 은혜가 충만하게 넘쳐서 그대로 우리 삶으로 연결될 때 가능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