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워마운드 교회 동역목사
예수님께서 비유로 전하신 말씀 중에 “씨 뿌리는 자의 비유”로 알려진 가르침이 있습니다. 씨를 뿌리는 자가 씨를 뿌리는데, 그 씨가 길가에 떨어지기도 하고, 흙이 얕은 돌밭에 떨어지기도 하고, 혹은 가시떨기나 옥토에 떨어집니다. 씨가 떨어진 네 가지 종류의 땅 중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유일한 땅은 옥토뿐입니다. 예수님은 땅은 사람의 마음 밭이고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해석해 주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땅에 심어질 때만 그 열매를 맺을 수 있음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이 비유를 들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방식은 ‘나 자신의 마음 밭은 어떠한 밭인가’하는 것입니다. 옥토가 아니라면 더 열심히 마음 밭을 잘 가꾸어서 옥토와 같은 밭으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자신의 마음 밭이 옥토라고 자신있게 말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길 가나 돌밭은 아님을 확신하며 영적인 안도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통하여 가르치시고 싶으셨던 말씀이 “열심히 노력해서 옥토가 되어 보아라”였을까요? 한 걸음 더 나아가 씨를 뿌리는 자는 그 귀한 씨를 왜 옥토를 잘 선별하여서 열매 맺을 가능성이 있는 옥토에 “심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을 날리듯이 “흩뿌려서” 씨앗들이 옥토가 아닌 다른 곳에도 떨어지는 방식으로 뿌리는 것일까요?
고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독특하게 사용하던 농작법이 있습니다. 바로 돌밭 농작법입니다. 물이 귀하다 못해 구하기조차 어려운 곳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고안된 특별한 방법입니다. 근처에서 농작물에 주기 위한 물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낮과 밤의 온도 차로 인하여 새벽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발견한 고대의 팔레스타인인들은 돌밭 농작법을 활용하여 농작물에 부족한 물을 주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좋은 옥토 밭에도 커다랗고 널찍한 돌들을 올려두었습니다. 이 돌들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돌의 표현을 따라 땅으로 흐르는 아침 이슬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현대 이스라엘 지역에서는 이러한 돌밭 농작법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이 귀한 중앙 산간지대에서 농사를 많이 짓지 않기도 하지만, 농사를 위해 물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현대적인 방식을 통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돌밭 농작법은 오늘날 요르단에서 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씨를 뿌리기 전의 밭을 본다면 여지없는 돌밭이 추수기에 보면 무성한 작물들로 가득합니다. 이러한 농경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씨를 뿌리는 단계에서 그 밭을 본다면 절대 옥토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돌로 가득한 버려진 땅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씨 뿌리는 자의 비유는 이러한 문화적 상황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옥토에만 씨를 뿌리려는 마음으로 옥토를 찾으면 아무 곳에도 씨를 뿌릴 수 없는 것이지요. 귀한 씨앗이지만 그 씨앗이 심어져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아낌없이 뿌려야 합니다. 때로는 씨앗이 돌 위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씨앗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길 가나 가시떨기 위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버려지는 씨앗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씨앗을 그렇게 뿌리지 않으면 옥토에도 씨앗을 뿌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씨앗을 뿌리는 자는 씨앗을 뿌리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더 크게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시편 기자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5-6)”라고 노래하며 포로 귀환 공동체가 자신들이 처한 암울한 상황에서 당장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믿음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독려했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복음을 전하다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옥토와 같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길가나 다름없이 딱딱한 사람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 뿌리는 자가 어느 곳에나 씨를 뿌렸듯이 우리는 믿음을 가지고 뿌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뿌리면 그 씨가 어디에 앉게 되든지,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고전 3:6). 다른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마음이 옥토와 같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여러 가지 일들로 돌밭처럼 굳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라도 우리는 우리의 마음 밭에 계속 말씀을 뿌려야 합니다. 내 마음이 옥토일 때만 말씀을 뿌리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말씀을 뿌릴 때를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마음을 어렵게 만들고, 돌처럼 굳어지게 만드는 여러 상황 가운데서도 씨를 뿌리는 자가 어느 곳에든 말씀을 뿌렸듯이, 울면서라도 씨를 뿌리는 믿음의 선택을 하는 삶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반드시 기쁨으로 단을 가지고 돌아오는 축복을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