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5 F
Dallas
수요일, 1월 15, 2025
spot_img

[전창희 교수] “마침표가 아닌 쉼표”

전창희 교수
UT알링턴 영상학과 교수

컴퓨터 키보드의 엔터(Enter) 버튼을 누릅니다. 영상 편집용 프로그램에서 편집된 모든 화면들이 함께 렌더링(Rendering) 되면서 출력을 시작합니다. 2년여의 시간동안 작업해 온 다큐멘터리 영화 편집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한참을 컴퓨터 화면을 응시합니다. 그동안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있었던 많은 일들이 화면 속에 스쳐 지나갑니다. 수백 번이 넘게 해왔던 영상 작업이지만 어김없이 많은 아쉬움과 후련함이 함께 찾아옵니다. 영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흔히 이런 얘기를 합니다. “영화 작업에 끝이란 것은 없다. 그저 어느 순간이 오면 더 이상의 작업을 멈추고 세상에 내 보낼 뿐이다.”
제가 원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고통받는 장애인들의 삶과 그들의 처절한 투쟁을 다룬 이 작품도 더 촬영해서 편집을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마침표를 찍고 세상에 내 보내 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마지막 엔터 버튼을 눌렀습니다. 텍사스로 이사 와서 시작한 성경 말씀에 나오는 팔복(Beatitude)을 토대로 한 영상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 끝났습니다.
매번 하나의 영상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이젠 그만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도 노력도, 또한 재정적인 부분도 많이 들어가야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이젠 좀 쉬고 싶고, 심지어 다시는 안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그러다가 조금 세월이 지나고 나면 제 작품을 보고 인생의 변화를 경험한 관객들을 떠 올리며 또 다른 작품을 위해 카메라를 집어 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게 영상 작업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 순간이 저에게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의 은혜로 쉼표의 시간동안 재충전을 하고 또 다른 마침표를 위해 이 길을 가게 되리라 기도 합니다. 그리고 “팔복 시리즈”의 마지막 여덟 번째 작품을 위해 노력하리라 다짐합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2023년도의 마침표를 찍을 날이 곧 다가옵니다. 돌아보면 올 한해도 마치 이번 영상 작품처럼 많은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흘러가는 시간들은 곧 우리에게 2024년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 올 겁니다. 그래서 2023년은 우리에게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남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 주님을 만나는 진정한 마침표를 갖기까지는 계속해서 쉼표의 반복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감사의 제목입니다. 다시 시작 할 수 있다는 것, 조금은 더 주님 닮아갈 것이라는 소망을 품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쉼표의 축복이라 믿습니다.
21번째 칼럼을 씁니다. 사단이 선택한 미디어를 어떻게 신앙인의 모습으로 바라보고, 또한 활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른 분들과 나누어 보고자 용기를 내어 시작한 일에 마침표를 찍고자 합니다. 지난 시절 작성했던 20편의 칼럼을 읽다 보니 얼굴이 붉어집니다. 참으로 부족했구나,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런 저에게 지면을 할애해 주신 텍사스 크리스천 뉴스(TCN)에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어디선가 제 칼럼을 읽어 주신 분들에게도 주님의 놀라운 은혜가 항상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이 칼럼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미디어에 대해 크리스천의 시각으로 고민하고 기도해 볼 수 있었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지면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에는 마침표를 찍지만, 미디어를 통해 주님의 복음을 알리는데 작은 일이라도 기쁨으로 감당하며 제가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걸어가려 합니다. 세상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이 미디어도 당연히 주관하시며, 예비하신 많은 신앙인들의 노력으로 미디어를 통해 구원의 소식이 땅끝까지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마지막 칼럼의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가 소중한 쉼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문장은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입니다.”

최근 기사

이메일 뉴스 구독

* indicates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