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성탄절을 맞아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에 타 기독교인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시리아 내 기독교인 다수 거주지로 알려진 수카일라비야의 중앙 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 복면을 쓴 괴한들이 불을 질렀다. 시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이 지역은 기독교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화재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순식간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면서 시리아 기독교인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전국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천명의 시위대는 정권을 잡은 이슬람 수니파 반군의 과도정부가 이 나라의 종교적 소수자인 기독교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시위대가 십자가와 시리아 국기를 들고 행진하며 “우리는 십자가를 위해 영혼을 바칠 것”이라고 외쳤다.
한 시위 참가자는 AFP 통신에 “우리가 과거처럼 이 나라에서 기독교 신앙을 지키며 살 수 없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곳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시리아 인권관측소에 따르면 트리에 불을 낸 이들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단체인 안사르 알타위드 소속 외국인들로 전해졌다.
바샤르 알아사드 전 대통령을 축출한 반군 과도정부는 방화 사건의 책임이 외국에서 온 ‘전사들’에게 있다며 그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화로 손상된 트리는 신속히 복구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시리아 반군은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행정조직인 시리아구원정부(SSC) 수반인 무함마드 알바시르를 임시 총리로 추대한 바 있다.
시리아는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지만 이슬람 시아파를 비롯해 기독교, 드루즈파, 그리스 정교회 등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섞여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종교, 종파, 민족 간 갈등이 시리아의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자칫 사담 후세인 축출 뒤 이라크처럼 파국적인 종파간 내전으로 번질 수도 있는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어 크리스마스트리 방화 사건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