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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5월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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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보 목사] 입시학원 같은 교회

김귀보목사 큰나무교회

미국에서 접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하나 있다. 주변에 아이들을 위한 입시 학원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잘 교육해서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하면 좋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들의 대부분이 입시지옥, 과도한 경쟁, 사교육 열풍이 싫어서 온 분들이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여기까지 와서 스스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모습은 보기에 씁쓸하다. 경쟁이 싫어서 온 분들이 스스로 경쟁을 부추기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 숙제를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은 방에 던져두고, 밥을 먹은 후에 논과 밭에서 일하는 부모님의 일손을 도왔다. 일이 없는 날은 친구들과 저수지와 개울가로 가서 멱을 감거나 가재를 잡고 놀다가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솔솔 피어오를 때야 집으로 돌아왔다. 잠을 자고 난 다음 날 던져두었던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바뀐 것은 점심 도시락과 그날 시간표에 따른 교과서가 전부였다.

사실 나에게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것이 전부였다. 과외도 학원도 다녀 본 적이 없다. 그런 여건이 되지도 않았고, 그렇게까지 하는 것도 싫었다. 궁금하면 책도 읽고, 또 모르면 물어보면서 살아왔다. 그런데도 내 인생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에 와서 목회학 박사과정 코스웍을 마쳤다.

만약, 내가 과외를 하고, 학원에 다녔다면 학교 공부를 더 잘했을 것이고, 더 좋은 학교를 진학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더 감사하다. 시골에서 뛰어놀았던 경험,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했던 시간들,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서 지냈던 시간들, 남들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생각으로 걸어왔던 길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목회를 굉장히 풍성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뻔한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 고민하고,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려고 하지 않았다. 남들이 다 하는 걸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이후로 하나님의 기준과 약속은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다. 노아와 언약, 아브라함과 언약, 시내산 언약, 다윗언약은 모두 언약만 갱신하신 것이지 내용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하나님이 성경에 기록해 주신 말씀대로만 살면 성경에 기록된 약속이 그대로 이루어진다.

나의 목회에는 성경책 하나면 충분하다. 물론 더 넓고 깊은 지식과 배움을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묵상한다. 그것도 성경을 더 잘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더 깊이 체득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하거나 모방하는 목회 프로그램이 없다. 성경 말씀 하나면 충분하다. 함께 드리는 예배, 정확한 말씀의 선포, 하나님과 교제를 위한 기도, 성도의 교제를 위한 소그룹, 복음을 전하기 위한 전도, 말씀을 더 알기 위한 성경읽기와 공부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성도들이 스스로 살아야 할 삶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갈등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를 보면 마치 입시학원을 보는 것처럼 답답한 면이 있다. 불필요한 훈련이 너무 많고,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성도들을 교회에다 붙잡아 두려고 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담력훈련, 인내 훈련, 경건훈련, 순종훈련… 왜 이리 훈련이 많은가? 삶 자체가 훈련의 장인데 무슨 훈련을 한다고 하는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교회가 좋은 교회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성도들도 이것에 익숙해져서 교회에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지 묻는다. 이런 것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이것은 마치 학교를 마친 아이들을 학원으로 과외로 밤늦게까지 돌리는 부모와 같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하고, 자기 자녀가 뒤처지는 것처럼 생각한다. 자녀들에게 자기만의 시간을 주길 두려워한다. 학원과 과외를 통해 자녀들을 바쁘게 돌리면 뭔가 많이 배우는 것도 사실이다. 지식도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자기만의 생각이 없다. 자기 취미가 없다. 스스로 뭔가를 결정할 수 없다. 똑똑한 바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교회는 천국가기 위한 입시학원이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현실의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곳이다. 특별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교회가 건강한 교회이다. 예배, 기도, 말씀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살아가는 성도들이 영적으로 더 건강한 성도들이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말씀이면 충분하다. 말씀 공부면 충분하다. 또 다른 특별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성도들에게 삶의 현장에서 말씀을 붙들고 사는 진짜 삶을 살게 해줘야 한다.

성도들은 목회자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지키는 것이다. 바울은 에베소 장로들에게 교회와 교인을 부탁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장로들과 교회를 부탁했다. “지금 내가 여러분을 주와 및 그 은혜의 말씀에 부탁하노니 그 말씀이 여러분을 능히 든든히 세우사 거룩하게 하심을 입은 모든 자 가운데 기업이 있게 하시리라”(행20:32)

교회는 천국가기 위한 입시학원이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현실의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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