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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5월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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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보 목사] 쓰레기 버리는 날

김귀보 목사
큰나무 교회 담임

달라스에 처음 왔을 때 살았던 아파트는 18년이 지난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3층으로 된 유럽풍의 아파트, 단지가 커서 빌딩들 사이에 산책로와 연못 있고, 오리와 거북이가 친구가 되어서 그 연못을 지키고 있었다.

그 아파트에 살면서 잊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다. 바로 쓰레기를 버리던 기억이다. 쓰레기 버리는 날이 되면 집집마다 하루씩 이틀씩 모았던 쓰레기들이 빌딩 현관 앞에 내놓았다. 빌딩 앞은 이내 주황색 봉지, 흰 봉지, 검은 봉지, 슈퍼이름이 적힌 봉지, 쓰레기를 버리려고 따로 구입한 봉지들이 수북이 쌓여 마치 비닐 봉지 전시장에 온 느낌이었다.

쓰레기를 버리는 날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이었고, 그날 아침 10전에 내놓아 한다는 규칙이 정해져 있었다. 정해진 날이 아니거나 시간이 지나서 쓰레기를 가져다 놓으면 벌금을 물어야 했다. 3층에 살았던 나는 쓰레기 버리는 날을 종종 잊어버릴 때가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거나, 집을 나갈 일이 있는 날은 괜찮은데, 설교를 준비하거나 글을 쓰기 위해서 아침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날은 영락없이 잊어버렸다. 글 쓰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다 보면 쓰레기 내놓는 시간을 훌쩍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쓰레기 버리는 타이밍을 한번 놓치면 이틀을 더 기다려야 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잊어버렸으면 이틀이지만 금요일에 잊어버리면 주말이라서 삼 일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럼 쓰레기는 두 배로 쌓이고 그날에 음식물 쓰레기라도 있으면 서서히 냄새가 나고 더러운 물이 생기기 시작한다. 버리는 타이임을 놓쳐서 집 안에 남겨진 쓰레기들은 볼 때마다 괜히 불안해지고, 불쾌감이 느껴졌다.

쓰레기를 버리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우리 영혼에도 쓰레기 버리는 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영혼에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매일 쓰레기들이 쌓여가고 있다. 때론 악취가 나고 더러운 물이 생기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 영혼을 병들게 하고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하나님과 우리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영혼을 맑고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정기적인 쓰레기 버리는 날이 필요하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나의 영혼의 쓰레기를 버리는 날은 언제인가? 내 쓰레기는 매일 버려지고 있는가? 아니면 썩어서 악취가 날 때야 비로소 그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버리는가? 아니면 지금까지 버리지 않는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독소로 내 영혼은 몸살을 앓고 있지는 않은가?

미움, 시기, 질투, 자기연민, 자학, 분노, 후회, 집착 모두 우리가 버려야 할 영혼의 쓰레기들이다. 우리 속에 묵혀두면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매일 하루를 시작하면서 이 모든 영혼의 찌꺼기들을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담아서 던져버리자. 그리고 맑고 깨끗한 마음과 정신으로 새롭게 시작하자. 하나님이 깨끗해진 우리 마음에 성령의 신선한 바람을 불게 하실 것이다.

“내가 또 내 손을 네게 돌려 네 찌꺼기를 잿물로 씻듯이 녹여 청결하게 하며 네 혼잡물을 다 제하여 버리고, 내가 네 재판관들을 처음과 같이, 네 모사들을 본래와 같이 회복할 것이라 그리한 후에야 네가 의의 성읍이라, 신실한 고을이라 불리리라 하셨나니” (사1: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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