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키가 컸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기네스북에 의하면 1918년 2월 22일 미조리주 작은 도시인 알톤(Alton)에서 출생한 로버트 워드로우(Robert Pershing Wadlow)가 의학적 기록상 가장 키가 컸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키는 무려 8 피트 11.1 인치로 약 2.7미터에 이른다. 몸무게 439파운드 (199킬로그램)의 그는 “알톤의 거인”으로 불렸다. 그가 가진 또 다른 기네스북 기록은 그의 신발 사이즈였다. 그가 신고 다녔던 구두의 사이즈는 US size 37AA 였는데 약18.5 인치, 즉 47센티미터 길이의 신발이었다. 불행히도 높은 키와 묵직한 체중으로 인해 그의 발은 온전한 날이 없었다고 한다. 발의 감각이 사라져서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겨도 알지 못한 채 지내다가 병원에 몇 주간 치료를 받는 일도 많았다.
더욱이 14살때 친구들과 놀다가 넘어져 다리를 부러진 이후 그는 보철 구조물을 다리에 차고 다녔는데 그것이 특히 그의 발목에 많은 상처를 입혔다. 불편한 것은 이것 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구입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그 당시 구두 한 켤레를 만들려면 100달러의 비용이 들었는데 현재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2000불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보통 가정에서는 감당하기 벅찬 비용이었다. 로버트는 자신에게 신발을 만들어 주는 신발회사와 함께 신발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41개주, 800여 곳의 도시를 돌아 다녔는데 그 여정만 30만 마일에 해당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여정 중에 그는 자신이 끼고 다니던 보철로 인해 발목에 염증이 생기게 되었는데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궤양으로 악화된 후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되었다. 1940년 7월 15일 그의 나이 22세였다.
그 온순했던 거인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의 애도가 따랐는데 그 수가 33,295명이나 되었다. 장례식장은 많은 방문객으로 인해 닳고 헤어진 카펫을 교체해야만 할 정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한 이유는 그의 큰 키 만큼이나 불편한 현실을 살면서도 그가 타인들에게 친절했으며, 자신의 난관을 극복해 나가면서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거인은 아마도 3000년 전 유다 산지 엘라 골짜기에 등장한 인물일 것이다. 그는 거인들이 많기로 유명한 가드 출신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이다. 구약 성경은 그의 키를 6규빗 한 뼘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NIV 성경은 이를 9 피트, 약 2.7 미터로 환산하여 기록하고 있다. 골리앗은 위에서 언급한 로버트 워드로우와 같은 키를 가진 거인이었다. 그 당시 이스라엘과 블레셋은 엘라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40일 이상을 대치하였는데 입마저 거친 그 거인은 아침 저녁으로 나와 이스라엘 군인들과 하나님을 능욕하며 자극적으로 싸움을 걸어왔다. 사울왕이 이끄는 이스라엘은 그 거인의 위세에 눌려 그가 말하는 능욕을 다 듣고도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골리앗은 블레셋 장수였으나 우리가 마주하는 총체적 난국의 현실, 극복해야하나 역부족인 상황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거인이 된 것일까?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 답이 있었다. 우리 몸을 성장시키는 성장 호르몬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된다. 간혹 뇌하수체에 종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뇌하수체가 점점 비대해지면서 성장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한다. 이런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면 그것이 거인증(Gigantism)이 되는 것이고 성인이 되었을 때 발생하면 말단 비대증 (Acromegaly)이 되는 것이다. 말단 비대증은 손과 발 이마와 턱과 같은 몸의 말단이 비대해지는 것에서 붙여진 용어로 1886년 프랑스 마리 피에르라는 신경과의사가 처음 언급한 용어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해부학적 사실은 인간의 시신경이 뇌하수체 바로 윗부분에서 좌우로 교차되기 때문에 뇌하수체가 비대해지는 경우 위에 지나가는 시신경을 압박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사물이 두개로 보이게 되는 복시(Double vision, Diplopia)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양 눈의 바깥쪽 시야가 상실되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 말콤 글래드웰이란 저널리스트는 이런 이유에서 골리앗은 시력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경에서도 다윗이 들고 나온 막대기는 분명 하나였는데 골리앗은 이를 “막대기들(Sticks)” 이라고 언급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몸을 맞대고 싸우는 백병술이 아닌 물맷돌은 다윗에게는 몸에 익을 대로 익숙한 전술이었으나 골리앗에겐 생소하면서도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는 날아오는 돌을 볼 수 없었고, 피할 만큼 민첩하지 못했으며, 빗나갈 정도로 몸이 왜소하지 않았다. 거인이라는 장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한 순간에 뒤집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흠모하는 그 거인들도 실상은 로버트처럼 스스로에 짓눌려 산다. 거인이 그 선한 뜻을 위해 움직일 때 그가 무너지지 않도록 버거움을 덜어 주는 존재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동시에 우리가 극복하기 힘든 큰 장애를 만났을 땐 그 상황을 거인으로 만든 바로 그 점이 또한 약점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