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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1월 17, 2024

[서경민 교수] Fine Dining Preaching: 좋은 설교를 넘어 훌륭함으로

센트럴신학대학원 설교학 교수
한마음 교회 성경공부 교사

설교 준비는 마치 요리와 같다. 요리는 재료를 준비하고 여러 가지 조리법으로 그 재료를 가공하여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설교 준비는 주어진 본문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탐구하고 설교 방법론을 활용하여 그 본문을 청중과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신학적 작업이다. 요리사는 음식을 통해 맛의 즐거움과 영양을 제공하고, 설교자는 설교로 청중이 본문의 아름다움을 탐미하도록 도와 신앙 성장의 자양분을 공급한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다.1 재야의 고수로 분류된 ‘흑수저’ 요리사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로 알려진 ‘백수저’들과 경쟁한다.
이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는 요리를 오직 맛으로만 평가한다는 것에 있다. 심사위원들은 안대를 쓰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더 나은 음식에 표를 던진다. 이 프로그램에서 자웅을 겨루는 ‘백수저’ 들은 물론이고 ‘흑수저’ 참가자들 모두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데 정평이 난 요리사들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맛없는 요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에 가깝도록 매우 높은 퀄러티의 요리를 만들어야 생존한다. 즉, Fine dining, 질이 무척 높은 요리를 만드는 참가자만 승리한다.2
필자는 설교자로서, 설교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요리사들이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그 모든 과정에 고무되었다. 모든 설교자들에게 성경이라는 최고의 요리재료가 주어졌다. 이를 가지고 각자의 청중에게 가장 좋은 것을 공급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은 말씀을 맡은 자의 마땅한 책무이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설교자들의 설교를 더 나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Fine Dining에 비유하여 제언하고자 한다.

덜어냄의 미학: 본문이 말하는 중심 아이디어 극대화 시키기= ‘흑백요리사’는 경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일부 참가자들은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요리를 최대한 많이 준비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음식을 선보여 점수를 따려고 하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요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완성도가 떨어졌고 각각의 요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확실한 테마를 가지고 한두 가지 요리의 밸런스를 정교하게 잡아낸 경우 요리사가 의도한 바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었다.
강단에서 청중에게 좋은 것을 더 많이 제공해 주려고 하는 설교자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본문과 관련된다고 생각하는 모든 정보와 적용점을 한편의 설교에 담으려 하면 청중은 오히려 너무 많은 아이디어의 파편들로 혼란스러울 것이다. 훌륭한 설교자는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에 심혈을 기울인다. 불필요하고 부차적인 아이디어들을 솎아내다 보면 설교자는 물론이고 청중은 본문의 큰 줄기 (메인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출간한지 20년이 넘었지만 로빈슨 박사의 “설교는 명중탄 (Bullet)이 되어야지 산탄 (Buckshot)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충고는 여전히 옳다.3
Detail, detail, detail: 정교하고 섬세한 문장,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 견고한 논리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더 나은 요리를 선정하는 최종 기준은 디테일이다. 채소의 익힘 정도, 고기의 굽기 정도, 적절한 간 등등 아주 섬세한 부분들이 승패를 가른다. 즉, 미량의 향신료의 양, 불의 세기, 익히는 시간과 같은 아주 미세한 부분을 세심하게 살피고 조절하는 능력이 좋은 요리와 훌륭한 요리의 차이를 만들었다.
설교작성에 있어서도 각 문장의 쓰임, 구조의 짜임, 논리의 단단함의 정도가 완성도를 결정한다. 설교문의 모든 문장에서 쓰이는 모든 단어는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하며 단 한 문장도 무의미하게 사용되면 안 된다. 설교의 구조는 본문의 역동성과 움직임을 포착하여 청중이 몰입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의도적으로 짜여져야 한다. 또한, 청중에게 본문을 효율적으로 설명하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견고해야 한다. 그 어떤 설교적 기교나 기술도 그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잔재주에 불과하다.

설교 준비는 시간 싸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설교 방법론의 중요성= ‘흑백요리사’는 공정한 대결을 표방하지만 사실 모든 사람의 조건이 동일하지는 않다. 요리 경력도 크게 차이 나기도 하고 누군가는 유명 셰프에게서 배웠고 누군가는 독학했다. 중식, 한식, 양식 조리방법도 다르고 심지어 요리사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이 모든 참가자에게 단 한가지 공평한 조건이 있다: 요리 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진다. 그 누구도 ‘시간이 촉박해서’라는 핑계를 대지 못한다. 시간이라는 유한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도 실력이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일은 설교이고 이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이런저런 회의와 모임, 교육 및 양육 프로그램, 심방, 그리고 기타 제반사항을 다 챙기고 나면 설교 준비 시간은 무척 제한된다. 그렇다고 ‘제가 이번 주에 시간이 없어서…’로 설교를 시작하는 것은 최악의 타개책이다. 필자는 이런 제한된 시간 안에 양질의 설교를 완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교학자들의 이론을 참고하여 자신의 방법론을 만들기를 제언한다. 많은 설교자들이 설교 방법론대로 준비하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론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면화 시켜서 발전시킨다면 매주 양질의 설교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완성도 높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세상살이 즐거움의 절반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에 있다”는 중국 속담은 과언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비싼 가격을 지불하기도 하며, 중요한 모임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필수이다.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요리사들은 더 훌륭한 요리를 위해 시간과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요리를 아무리 중요하다고 한들 영혼을 새롭게 하고 강건하게 하는 설교라는 고귀한 일만큼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설교자들은 이 일을 맡기신 이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고민하고 분투하고 있는가 자문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최고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렇기에 Fine Dining Preaching 을 빚어내는 노력은 설교자의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의무이자 특권이다.

1 2024 년 9 월 25 일 기준,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본 프로그램은 16 일 부터
22 일까지 3,800,000 시청수를 기록해 글로벌 비영어 부문 1 위에 올랐다.
2 Fine Dining 이라는 합성어는 각 단어의 원래 의미 Fine (질이 높은) + Dining (식사) 로 쓰이기 보다는 격식을 갖추어 제공되는 비싼 식사라는 뜻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글에서 각 단어의 본래의미 (양질의 식사)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3 Haddon Robinson, Biblical Preaching: The Development and Delivery of Expository Messages, 3rd ed. (Grand Rapids: Baker Academic, 2014),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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