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독 대학에서 채플의 다양화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끄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명지대학교는 기존 예배에서 기독교 전인교양수업으로 채플의 정의를 바꿨다. 목적도 기독교적 가치와 세계관, 미래 지도자로서 교양과 인격 함양을 위한 것으로 변경했다. 예배 개념을 넘어 선교적 차원에서 다양한 채플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획기적으로 채플의 형식을 바꾼 명지대는 전통 방식의 일반 채플 외에도 찬양과 음악 위주의 비전 채플, 강연형식의 이야기 채플, 영어공부를 곁들인 영어채플 등을 개설했다. 기독 대학 역사상 처음으로 채플의 다양성과 함께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준 사례다.
채플의 다양화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 결과 기독종합대학 최초로 채플이 졸업학점에 포함되는 학점 과목으로 변환되기도 했다.
숭실대학교도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인성, 영성 교육’이라는 기치 아래 채플에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숭실대 채플은 메시지·문화·학생참여·국제 채플을 비롯해 교수와 함께하는 채플, 소그룹 채플 등 다양하다. 이중 소그룹 채플의 경우 초개인화된 ‘MZ세대’에게 가장 반응이 좋다.
소그룹 채플은 한 명의 멘토와 7~8명의 학생이 하나의 그룹을 이뤄 진행된다. 멘토는 교목, 캠퍼스선교단체 간사, 지역교회 목사 외에도 기독교인 탤런트, 실업인,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멘토들은 다음세대 선교 차원에서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멘토의 역할은 여러 문제에 관한 신앙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해주는 것이다.
소그룹으로 나눠 동급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마련한 건 좋은 시도였다. 소그룹 내에 기독교인 학생들이 다수 있어 돈, 정신건강, 이성 교제 등 평소 관심 주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적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숭실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멘토 이야기 듣는게 재밌다’, ‘기독교인이 아닌데도 참여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등 소그룹 채플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로 소그룹 채플에서 만난 멘토의 권유로 교회에 출석하게 된 학생도 여럿 있다.
강아람 숭실대 교목실장은 “이 시대 청년들에게 복음을 들려주기 위해서는 세련되면서 자연스러운 방법이 필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소그룹 채플은 어른 된 멘토들의 삶을 통해 기독교적 가치와 세계관을 접할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전도를 하기보다 관계 형성을 중심으로 멀리 내다보며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원대의 경우 채플의 방식을 7가지로 확대했다. 현재 전통채플인 클래식 채플과 문화 채플, 소그룹 채플, 영어 채플, 유학생 채플, 온라인 채플, 라디오튜브 등을 진행 중이다.
특히 라디오튜브 채플은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디지털에 익숙한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학생들의 신청곡도 직접 받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채플을 진행하는 교목은 신청곡들을 각 주제 별로 분류해 매일 노래와 함께 주제에 맞는 메시지를 전한다.
일각에선 이 같은 채플의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채플의 본질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신학대학 기독교육학과 교수는 선교적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채플의 본질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독교학교 내 비기독교인 학생들의 비율이 많아지면서 채플에 대한 저항이 있는 게 사실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선교적 차원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면서도 “예배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신중하고 지혜로운 시도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배는 하나님을 섬기는 것인데 이를 전도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채플을 영적 차원을 떠나 인성교육의 수준으로 보는 것에 대해 타협점이 되는 건 아닌지, 세속주의적 사고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