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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4월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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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 사모] “고마워요, 친구! ”

서정숙 사모
시인
달라스문학회회원

가을 오는 냄새가 나는가 싶었는데 얼마 전 내린 비와 함께 기온이 떨어져 고추, 들깨, 근대 등을 급히 갈무리해야 했습니다. 그 후 되돌아간 날씨는 몇 개 달린 가지를 따듯하게 보듬으며 좀 더 크라 합니다. 늘씬날씬 자란 언니 수세미들 사이의 여린 수세미에 안쓰러운 눈길을 보냅니다. 진보랏빛 가지꽃 몇 송이가 씩씩하게 활짝 피자 벌 한 마리 빙빙 돌며 망설이는데 봄인 줄 아는지 또 한 마리 날아옵니다. 한국 다녀온 후 밀린 일 하느라 바쁘게 설치다가 뒤로 넘어지고 나니 오히려 모든 일을 놓아야만 했습니다. 제일 높은 곳의 머리를 다치니 어찌나 무거운지 몸무게가 몽땅 머리 무게인 듯싶습니다. 속도를 늦추어 준 가을 덕에 잠자리 잡는 걸음새로 뒷마당을 걷습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더니 유튜브 설교를 통해 쇠렌 키르케고르를 만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진실한 크리스천이 될까”를 고민하던 철학자에 신학자, ‘고독과 비애 처연함의 가을 같은 남자’라니!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때때로 종교적인 우울증에 시달렸기에 그의 암울한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다고 했습니다. 그와 아버지가 가깝다 보니 성격과 종교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았고 어릴 적에 아버지와 함께 놀면서 감수성이 풍부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철학자, 신학자, 시인, 사회비평가가 되었습니다. 키르케고르의 신학(Theology of Soren Kierkegaard)은 개신교와 가톨릭 그리고 정교회에까지 마틴 루터를 잇는 위대한 현대 신학의 아버지, 실존주의의 아버지’라 불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던 여인과 약혼했지만 파혼하고 미혼인 채로 42세에 사망했습니다. 1847년 11월 20일 그의 일기에는 “ 시대가 필요한 것은 천재가 아니다…시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순교자, 즉 사람들이 복종하도록 가르치기 위해 그 자신이 먼저 죽기까지 복종할 수 있는 사람이다. … 나는 신이 나를 어떻게 도우셨는지 결코 잊지 않는다. 나의 마지막 바람은 모든 영광을 그에게 돌리는 것이다.”
가을이 서성이는 계절에 ‘내 작은 둥지’의 한 분이 삶에서의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고 떠났습니다. 1995년 처음 만난 이후로 격주마다 만나던 분이기에 자식보다 더 많이 만난 분입니다. “하이! 스위디”하고 들어서실 것만 같습니다. 예약컨펌 텍스트 했더니 소천하셨다고 따님이 전해줍니다. C가 달라스모닝뉴스의 오비추에리-약력을 붙인 사망기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9월 26일 그 분에게 받은 마지막 폰 텍스트는 “Thank you sweet friend!”였습니다. 그런데 10월3일 소천이라니! 10월 16일 “생애를 감사하며 기념하는 예배”가 하일랜드 팍 감리교회에서 있었습니다. 본당이 넘치도록 사람들이 참석했고, 질녀이자 배우인 앤지 하먼이 “숙모이지만 나에겐 친엄마보다 더 진짜 엄마인 분”이라고 연신 눈물을 닦으며 추모사를 합니다. 한 손에 기타를 든 래리 개틀린-싱어송 라이터(The Gatlin Brothers.). 삼 형제 보컬 중 맏형인 래리가 “내 동생 루디가 당신의 페이버릿,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늘 말씀하셨어요. 인제야 솔직히 고백할게요. 막냇동생의 장모님인 당신이 우리 보컬팀의 페이버릿입니다. 오늘 내가 붉은 넥타이를 맸는데요 이것은 성탄 선물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에요 보이시죠! 거기서 계속 응원해 주세요!” <힐링 스트림 오브 러브>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음성으로 부릅니다. 남은 이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입니다.

<힐링 스트림 오브 러브> – 치유의 흐름

더 높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치유의 흐름이네요
마음의 아픔이 가라앉는 곳
치유의 사랑이 흐릅니다
당신의 마음이 둘로 부서졌다면
당신은 위로부터 오는 새로운 마음이 필요하죠
사랑하는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
치유의 사랑이 흐르는 한가운데로 걸어가세요

누구든 따듯한 사람을 만드는 타고난 능력이 있었습니다. 누구든 그분을 만나는 것이 특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친절하고 관대하고 연민으로 싸안으며, 커뮤니티 활동에도 헌신적이었습니다. 53년간 부동산부로커로서 아파트월드를 설립했고 달라스우먼스클럽, Vital Mind, JDRF, 알츠하이머 협회 등 봉사단체에서 활동했습니다. 아내요, 어머니로 6명의 자녀와 16명의 손자,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빛과 사랑의 등대로 밝혀주다가 평화롭게 떠났습니다. 그분이 남긴 빛은 계속해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빛나고 전해질 것입니다.- 오비추에리에서 요약
“맞아! 사실이야! 그분은 정말 아름다운 분이야, 안과 밖이 똑같이 사람이었어”. 오비추에리를 읽은 K가 하는 말에 C와 내가 놀라 서로 얼굴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20년 동안 알고 있는 K는 목소리가 크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꼬투리를 잡아 헐뜯는 험담쟁이인 ‘빅마우스’로 다른 손님들이 싫어했습니다. 그분과 동년배인 K의 칭찬이 거듭됩니다. 작은 체구의 몸에 밴 너그러움과 배려, 부드러운 목소리에 담긴 사랑을 깨닫고 인정하는 K의 말에 한없이 초라해진 내 모습, K를 대할 때의 속마음이 들킨 듯 부끄럽습니다. K 또한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분이 가르쳐주고 가셨습니다. 아름다운 분이 아름답게 가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는니라.” (요일 4:16)

1 COMMENT

  1. 아멘 아멘
    귀한 글 감동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지극히 연약하고 부족한 자들임을
    다시금 글을 읽고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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