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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월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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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사모] 말씀의 거울로 마음을 보기

서정숙사모 (시인 /달라스문학회회원)

-기도해서 응답을 받아보세요.

-응답이 뭐죠? 목사님 

-문제를 놓고 계속 기도했을 때 말씀으로 마음이 평안해지면 응답이라고 생각하세요.

 이북에서 목회하시다가 육이오 전쟁 때 남하하신 노인 목사님의 말씀입니다.

 나병 연구원에 한센 환자 물리치료사로 일할 때 선교사님의 도움과 추천으로 호주의 시드니에서 물리치료를 더 공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국가 기관에서 며칠 연속 시험을 본 후, 다 열린 유학! 학비와 기숙사까지 준비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비행기 표만 사서 가면 됩니다. 비행기 표 살 돈도 충분한데 이유 모를 불편함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당시는 아직 ‘초짜 기독교인’이라서 신앙적인 것은 일일이 목사님과 사모님께 여쭈어볼 때였습니다. 결국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주윗분들이 황당하다 할 수도 있지만요.

 “그러면 하나님 공부 길도 막으시고 이제 결혼할 테니 누구와 결혼하든 전 아들만 둘 주세요.” 물론 결혼할 사람도 없으면서 엄마가 될 자격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당돌한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해서 만나면 신실한 남자를 주실 거고, 결혼하면 저절로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는 줄로 알았습니다. 예수 믿기 전에도 물론 믿은 후에도 성경을 몇 번 통독했고 야간 신학도 졸업을 했지만, 아내 되는 법, 엄마 되는 법 등이 성경에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냥 잠언 31장의 현숙한 여인을 본보기로 살면 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줌으로 진행하는 오디오북클럽의 멤머이신 L 사모님의 인도로 마더와이즈를 하게 되었습니다. 내게 더 이상 깨질 것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채, 유명한 프로그램이고 달라스에서 시작하던 초기에 등록했지만 나이가 많다고 잘린 경험이 있기에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마지막 편인 『지혜』 <자녀와의 관계> -경건한 자손으로 키우기  

“…내가 엄마가 될 자격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라는 저자 드니스 글렌 의 고백에 화들짝 놀라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국의 문교부 산하기관에서 상담교사 훈련도 받았고 상담하기도 했습니다. 또 달라스 어머니 학교에서 왕창 깨지고, 개설될 때마다 봉사하며 많은 것을 깨닳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반백 년 가까운 결혼 기간에 하나님 앞에서 특히 엄마로서의 점수는 몇 점이 될까 부끄러웠습니다. 한국에서 목회할 때는 교회와 교인과 교인의 자녀들이 우선이었기에 특별히 내 아이들만을 보듬어 줄 수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이민 초기에는 해마다 이사 다니며 두 아들이 중고등학교를 서너 번씩 바꾸어야 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당시 십 대였던 두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일하며 늘 피곤해하는 ‘지혜롭지 못한 엄마’에게 입도 뻥긋 못하고 속으로 삭이며 자라 준 아이들. 전적으로 하나님이 개입하시고 키우셨음을 고백합니다.

 또 <어머니의 헌신>에서 “내 자녀들을 천국의 사포로 사용하셔서 내 속의 거친 곳을 매끄럽게 다듬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텍사스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갔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억지로 기회를 만들어 그 도시에 있는 기도원의 예배에 참석했는데 예배 전 찬양 시간에 두 아이가 생각나며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소리 없는 흐느낌의 눈물이 줄줄 나와 멈출 수가 없자 개인 기도실로 가라고 본당에서 강제 축출?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두 아이 문제가 아니라 깐깐하고 못된 성격인 나를 바꾸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살려고 애썼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면서 다른 이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며 은근히 푸시하는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못된 성격을 온전히 성령님께 맡겨 드리라는 ‘사포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 봄 처음으로 엘에이에서 작은아들이 시애틀 형 집으로 왔고 우리도 달라스에서 갔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드린 주일 낮 예배는 깊은 감사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손자 둘을 주신다고 태몽 꿈을 꾸시고도 첫애만 보고 천국 가신 시어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엄니 천국에서 보시나요? 두 손자와 심성 깊은 손자며느리, 증손녀에 저희 부부가 함께 예배드리는 이 시간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요” 육이오 전쟁으로 20대에 혼자되신 채 어린 아들을 키우며 살아내신 어머니 생각에 울컥했습니다. 비록 짧은 생을 살고 천국 가셨지만, 희생과 헌신으로 크리스천 가정의 밑거름이 된 어머니가 새삼 그립습니다.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신명기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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