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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5월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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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전창희 교수

얼마 전 교회에서 소그룹 공동체 모임이 있었습니다. 성경 말씀을 함께 묵상하고 기도 제목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나누었던 교인 분들의 기도 제목을 생각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는 자녀들과의 갈등과 그들의 미래를 위한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부모가 된 지금 자녀의 성장을 지켜보며 이제는 사춘기도 점차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이 많은 방황과 혼란 없이 이 시기를 잘 지나 하나님이 주신 인생의 목적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저만의 기도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된 단어가 있습니다. 영어로 흔히 DEI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로 일컬어지는 다양성과 평등의 문제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대학에서부터 미디어 산업에 이르기까지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종이나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일에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물론 아주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인종과 성별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이 첫걸음이 멈추지 않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러다 보니 만화 영화로 친숙한 디즈니 영화사에서 새로 제작한 “인어 공주 (The Little Mermaid)”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수 많은 어른들에게도 동심의 추억으로 기억하는 안데르센 원작의 “인어 공주”는 빨간 머리의 하얀 피부를 가진 “에리엘”이라는 주인공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작된 실사판 디즈니의 인어 공주는 레게 머리 스타일을 한 흑인 인어 공주가 주인공입니다. 헐리 베일리 (Halle Bailey) 라는 흑인 배우가 주연을 맡으며 캐스팅 논란을 불러 왔고, 지금까지도 많은 논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만화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웁니다. 영상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작품이 전달하는 세계관을 받아들이며, 이는 그들의 자아 형성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떤 영상을 보는가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됩니다.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의 시기까지 그들이 보아왔던 수많은 미디어들의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인어 공주”는 꼭 빨간 머리의 하얀 피부를 가져야만 하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 발표된 연구 조사에 의하면 미국 사회에 거주하는 백인 중에서 약 55% 정도가 디즈니가 억지로 흑인 여성을 주인공을 삼아 원작의 고유성을 훼손하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디즈니 회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의 주류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흑인 인어 공주는 낯설고 불쾌한 듯합니다. 원작 소설이 영화로 재해석되는 것은 단순한 리메이크 (Remake)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과정은 사실 새로운 창조 (Recreation)의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흑인 인어 공주도, 아니면 아시아인 인어 공주도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피부색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것은 “공주”라는 여성의 캐릭터가 오랜 시간 영화에서 묘사된 방식에 있습니다. 화려한 드레스와 용모를 가져야 하며, “왕자”라는 인물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공주”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영상들을 보며 자라난 우리 아이들은 “나는 누구인가” 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어떤 답을 찾아가게 될까요?
저에게는 이제 열살 난 늦둥이 아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가 “겨울 왕국” 이라는 만화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부모로서 제 자녀가 이 만화 영화를 좋아해서 여러 번 보는 것이 저 또한 좋았습니다. 이 영화의 “안나”와 “엘사”는 기존의 수동적인 여성상이 아니라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얀 피부와 전통적인 여성상을 강조한 기존의 공주가 그냥 동화 속의 모습으로, 추억 속의 그리움으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합니다.
우리 사회가 다양성과 평등의 문제로 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처럼 “디즈니의 공주”도 진통이 있더라도 변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에서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던 “자스민” 공주가 새로운 “알라딘” 영화에서는 극의 중심이 되었고, “토이 스토리4” 에서는 2편 이후에 자취를 감췄던 여성 캐릭터인 “보핍”이 다시 나와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가는 주요 인물로 재 탄생합니다. 이런 작품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자녀들의 자아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어 공주”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주인공 “에리엘”이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자유롭게 꿈꾸고 사랑할 거야”라고 말하는 대사입니다. 우리 자녀들이 자유롭게 꿈꾸기를 소망합니다. 이를 통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합 답을 찾아가기를 기도합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롭게 꿈꾸기 위한 전제 조건인, “내 안의 목소리” 입니다. 이 소리가 하나님의 말씀이기를 기도합니다. 사춘기라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를 지나는 자녀들이 세상이 주는 소리에 따라 그들 인생의 목적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소리에 따라 발견해 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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