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 속 기독교

정부에서 처음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북한 내 기독교 탄압에 대한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통일부가 지난달 31일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탈북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한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선 기독교를 믿는 사람을 반동분자로 인식하고 있다.
한 증언자는 2015년 한 달에 한 번 참관하는 계급교양관에서 ‘기독교인들은 제국주의적 침략의 앞잡이이므로 반민족적 반혁명적 적대계층’이라는 내용을 교육받았다고 했다. 다른 증언자는 선교사는 악한 자라고 세뇌될 정도로 교육받았다고 증언했다.
북한에선 기독교인에 대한 색출과 박해가 벌어지고 있다.
2017년 함경북도에서 선교행위를 이유로 마을 주민 12명이 보위부에 구속돼 조사 받았다. 이들은 한국 기독교단체에서 보내준 돈으로 선교했다는 혐의로 2명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고, 나머지 10명은 노동교화형과 노동단련형을 받았다.
2019년에 평양시에서 비밀리에 교회를 운영하던 단체는 일망타진돼 5명이 공개 처형되고, 7명이 관리소로 보내졌으며 30명이 노동교화형을 받고 관련자 50여명은 강제 추방됐다.
종교활동은 정치수용소에 수용된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탈북 후 중국체류 중 기독교 선교활동을 했다는 이유나 북한 내에 종교 활동을 하면서 이웃을 상대로 기독교 선교활동을 했다는 이유, 종교 활동과 성경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수용됐다.
1995년부터 북한 지하교회를 섬겨온 한국오픈도어선교회 김경복 사무총장은 인권보고서에 나온 내용이 북한의 현 실상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공개처형까지 당할 정도니 신앙인들이 당하는 압박과 박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며 “21년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박해가 심한 곳은 북한으로 발표자료만으로 실감 못했던 부분을 통일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셈”이라고 말했다.
24년째 북한 사역을 해온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대표는 탈북민으로부터 지하교회 교인이 성경 필사한 종이를 들켜 참형당한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직접 들은 바 있다.
천 대표는 “지하교회는 유형의 교회가 아닌 무형의 교회로 비밀스럽게 지하 점조직처럼 삼삼오오 모여 성경을 본 뒤 불태워버리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목숨 걸고 하나님을 믿는 그루터기 성도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들이 북한에서 핍박받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사역자들은 북한에 생필품이나 성경책 제공, 전파 전도와 같은 사역보다 중요한 건 ‘중단 없는 기도와 관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천기원 대표는 “가장 고난 당하는 사람들은 탈북민, 북한 지하교회에서 예수님을 믿다 잡혀 죽는 이들이니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경복 사무총장도 “우리가 정보가 없어서 북한을 모르는 게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 돕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가 마음을 가지고 북한 관련 정보를 접하고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진정으로 기도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