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과 건물 지키고자…” VS “성도 다수가 탈퇴 원해 … 내년 총회 이후 탈퇴할 것”

미국감리교회들이 연합감리회(United Methodist Church, UMC) 탈퇴와 관련해서 UMC와 지역 연회 및 감독에 대해 소송을 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UMC 탈퇴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지역연회도 있다. 북조지아 연합감리교회 연회는 회원 교회들이 탈퇴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기로 결정했다. 북조지아 연회는 “많은 지역 교회들이 탈퇴 절차에 대해 오해했고 절차에 대한 (허위) 정보를 제공받았다. 이는 사실상 부정확하고 명예 훼손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2024년 총회 전까지 탈퇴 과정을 “임시 중단” 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회는 성명문을 통해 “이러한 허위 정보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친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우리는 다가오는 교회 총회 탈퇴 투표의 타당성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탈퇴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지역연회로 인해 탈퇴를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교인 총회에서 부결돼 탈퇴를 진행하지 못하는 예가 한인 교회에서 발생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 위치한 해외 최초의 한인교회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한의준)는 UMC에서 제시한 한시적 교단법 장정 2553에 의거, UMC를 탈퇴할 것인지를 놓고 지난달 26일 교인총회를 열었다. 하지만 세례등록교인 1천150명 중 총 투표인 437명 중 224명 찬성, 210명 반대, 2명 기권, 무효 1표로 2/3 찬성이 되지 않아 부결됐다.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는 미주 한인 이민 원년인 1903년에 세워진 해외 첫번째 한인교회로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는 미주 한인이민 역사의 발원지이자 37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대한민국의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다.
UMC는 한시적 교단법(장정 2553)을 만들어 금년 말까지 탈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항은 올해 12월 30일부로 효력이 제한되고 세부 조건도 현실적이지 않아 각 교회마다 찬반양론이 일었다. 해당 조항에 의하면 UMC 탈퇴 조건은 교인총회에서 참석 교인의 2/3가 동의해야 하며 2년치 연회 분담금과 목회자의 미지급 은퇴연금, 교회 전 재산의 50% 등을 교단에 지불해야 한다.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의 경우 UMC 탈퇴를 위해서 1천만 달러(재산세 공지가 기준) 이상의 비용을 금년 12월 30일까지 일시불로 지불해야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의 한 권사는 “이번 교인총회의 결정은 동성애에 대한 찬반 투표가 아니라, 교단에서 제시한 한시적 조항인 장정 2553에 의해 경제적 부담 등 처벌적 조건을 감수하면서 금년 안에 교단을 탈퇴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투표였다”며 “당장 UMC 탈퇴를 원하는 교인들도 있지만 교회의 재정을 생각하고 교회의 역사를 생각할 때 지금은 탈퇴의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교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탈퇴를 반대하는 측은 동성애에 찬성하는 것이며 마귀의 역사”라고 비난하는 일부 교인들이 있는데 이는 “오해고 억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UMC 잔류가 동성애 찬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회의 재정과 건물을 지키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는 이번 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UMC 탈퇴 건이 내년 4월 UMC 총회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미주기독일보에 의하면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의 한 장로는 “우리 교회는 단호히 동성애 반대를 이미 수차례에 걸쳐 천명한 바 있기 때문에 내년 4월 교단 총회 이후에 탈퇴가 추진될 것이지만 시기와 방법은 총회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고 탈퇴 조건도 아직은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내년 4월 열리게 될 교단총회 결정을 기다리는 일부 UMC 교회들은 ‘은혜로운 분리안’을 통해 아무런 조건 없이 교단을 탈퇴할 수 있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미 재정적인 부담을 감수하고 UMC를 탈퇴한 교회들이 있고 진보성향의 대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은혜로운 분리안’의 총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DFW 지역에서도 이미 중앙연합감리교회가 UMC 탈퇴를 선언하고 중앙감리교회로 교회명을 변경했다. 중앙감리교회(담임목사 이성철)는 교인 98% 찬성으로 교단 탈퇴를 결정짓고 글로벌감리교회(Global Methodist Church, GMC)로 가입을 거수투표 만장일치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탈퇴 조건으로 UMC에 지불해야 할 경제적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앙감리교회의 한 성도는 “몇십만 불 정도 되지 않겠냐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캐롤튼 소재 웨슬리교회도 UMC 탈퇴를 결정했으며 일정 금액을 UMC에 지불했고 교단 탈퇴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현재 웨슬리교회는 담임목사가 공석이어서 자세한 탈퇴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UMC 탈퇴와 관련해 내년 4월 총회에서 또 다른 현실적인 분리 방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한편 잔류를 결정한 UMC 한인교회들은 향후 방향과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갖는다.
한인목회강화협의회(회장 정희수 감독, 이하 한목협)는 연합감리교회 한인교회의 미래를 가늠하기 위한 웨비나 ‘UMC 한인교회 미래 컨퍼런스’를 오는 10일 개최한다.
한목협 사무총장 장학순 목사는 “남은 한인 교회들이 보이스를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과 탈퇴 이후 한인 교회의 방향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해소하고 파악된 현 상황을 목회자들과 함께 나누며 한인 교회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토론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인 교회들이 연합감리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쉽다. 그들의 탈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축복하지만 이제는 한인연합감리교회를 위해 예산을 집중하고 목회자와 교회가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선교와 목회를 구상하고, 비전을 나눌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어 회중과 영어 회중을 동시에 섬기고 있는 고은영 목사(투산제일 연합감리교회 담임)는 “2021년 7월 1일 투산제일 연합감리교회에 부임했다. 이 교회는 2019년 미국인 회중과 한인 회중이 합친 교회다. 미국인 회중은 영어 회중을 섬긴 경험이 있는 여자 목사를 원했고, 한인 회중은 한인 교회 경험이 있는 목사를 원해서, 제가 이 교회로 파송 받게 된 것이다. 과연 연합감리교회가 아니면, 이렇게 연대하고 공유하는 사역이 가능했을까 의문이 든다”며 “지금 섬기는 교회가 바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천하는 목회 현장이며 이번 패널 토론을 통해 연합감리교회가 가진 다양성과 포용성의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뉴저지 연회 소속인 강혜경 목사는 “연합감리교회는 여성들도 교회를 이끌 수 있도록 목사 안수를 한 열린 마음의 교단이며, 더 나아가 이민자 소수 인종에게도 목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교단이다. (나는) 연합감리교회가 지닌 소외된 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 그리고 열린 마음의 수혜자라고 생각하기에, 연합감리교회가 다른 소수자에게 열린 마음을 가졌다는 이유로 교단을 떠날 수 없고 연합감리교회의 정신을 저버릴 수도 배반할 수도 없다”고 자신이 연합감리교회에 남기로 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진영 기자 ⓒT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