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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7월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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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목사] 아프면 침 발라

최승민 목사
현 플라워 마운드 교회 장년교육 담당 목사

“아프면 침 발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심각하지 않은 타박상 등에 침을 바르면 통증이 덜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던 예전 어르신들이 종종 쓰시던 말입니다. 저도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모기나 벌레에게 물려 간지러운 곳에 침을 바르라는 처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픈 곳에 침을 바른다고 통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상처나 다친 부위에 침을 발라두고 그 침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손을 대지 않으니 자연 치유를 돕는 효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요즈음은 침을 통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전해져 감염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러한 민간요법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픈 곳에 침을 바르던 것처럼 성경에서도 예수님께서 병자를 치유하실 때 침을 사용하시는 독특한 장면이 나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침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기 물린 곳이나 가벼운 타박상 정도가 아니라 시각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과 같은 사람들의 장애를 고치기 위해 침을 사용하셨습니다. 그것도 예수님 자신의 침을 말이지요.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보여주신 모든 표적과 기사는 하나님의 나라를 증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병자를 치유하고 장애를 고쳐 주셨던 사역이 하나님의 나라와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치유(治癒)라고 하지 않고 치료(治療)라고 할 것입니다. 치료는 의사나 의약품과 같이 병을 고치는 주체에 초점을 둔 표현입니다. 그러나 치유는 병을 고치는 주체나 수단이 아니라 병든 상태 이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 즉 회복에 초점을 둔 표현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병 고침 사역을 치료 사역이라고 하지 않고 치유 사역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를 고쳐주신 것은 단지 병과 장애의 고통으로부터 해방해 주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태초에 창조하셨던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회복시켜주시는 것이 그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죄로 인한 부패 이전의 모습으로의 회복은 하나님의 나라에서 온전히 성취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수님의 병자 치유 사역은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예수님께서 병자를 치유하실 때 침을 매개로 사용하신 사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수님은 왜 침을 매개로 하여 병자들을 치유하셨던 것일까요? 어떤 대상에게 침을 뱉는 것은 그 대상을 모욕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이해는 성경의 여러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구약성서의 민수기 서에는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함으로 나병에 걸리는 사건이 등장합니다(민 12:12-14). 그때 모세는 하나님께 그들의 병을 고쳐 달라는 기도를 합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모세에게 그들을 칠 일 동안 진영 밖에 격리하라는 명령을 내리시며 “그의 아버지가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을지라도 그가 이레 동안 부끄러워하지 않겠느냐(14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침 뱉음을 당하였더라도 그것이 칠 일 동안이나 부끄러워할 만큼 큰 모욕이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약 시대뿐만 아니라 예수님 시대에 이르러서도 침 뱉음은 동일한 의미를 지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모욕하며 침을 뱉었기 때문입니다(마 26:67; 막 14:65).

예수님은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서 벗어난 병과 장애를 고쳐주시는 과정에서 침을 사용하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병자에게 침을 뱉음으로 병자의 인격을 모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병자가 아니라 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장애가 있는 부분에 침을 사용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귀 먹고 말 더듬는 자”를 치유하시기 위해서 “침을 뱉어 그의 혀에 손을 대시며” 기도하십니다(막 7:33). 침 뱉는 모욕의 행위를 창조의 원리에서 벗어난 부분에 함으로써, 고대 사람들의 세계관에서 병과 장애로 한 인간을 불행하게 붙잡고 있는 악한 세력을 모욕하고 꾸짖은 것입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병과 장애의 모든 원인은 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이 죄를 지으면, 그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틀어지게 되고, 결국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서 벗어남으로써 큰 병에 걸리거나 장애를 가지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이해를 몇몇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나면서 맹인 된 사람’을 두고 사람들은 그 사람이 맹인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 때문이냐고 예수님께 묻습니다(요 9:2). 나면서 맹인 된 사람의 장애는 누군가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었지만, 예수님 역시 병의 근원이 죄에 있다는 것을 아주 부정하시지는 않습니다. 베데스다에서 고쳐주신 삼십팔 년 된 병자를 다시 만나셨을 때,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 5:14)”고 충고하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본인의 치유 사역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침을 마술적 매개로 사용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인간이 겪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인 악한 세력을 본인의 침을 통해 모욕하며 꾸짖으신 것이었습니다. 오늘 나의 삶에서 예수님의 침이 필요한 부분은 어디입니까? 우리가 겪는 모든 인생의 문제와 아픔 가운데 예수님의 침이 발라져 궁극적인 원인이 해결되는 역사가 일어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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