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링턴 사랑에 빚진 교회 담임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날”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면 늘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던 이 시를 꺼내어 읽곤 합니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잘 났던지 못 났던지, 건강했던지 그렇지 못했던지, 좋은 일로 인해 기뻐했던지 아니면 말 못할 아픔으로 인해 가슴을 부여잡는 슬픔이 있었던지, 누구에게나 괴로움이 있고 상처가 있었어도 감사한 것은 우리 모두가 2023년의 한 날 그리고 한 시에 함께 도착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큰 교회, 작은 교회, 문제 있었던 교회, 어려웠던 교회, 무슨 교회가 되었든 괜찮습니다. 감사한 것은 그 모두가 2023년의 한 날 그리고 한 시에 함께 도착해서 또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날아서 왔던, 뛰어서 왔던, 걸어서 왔던, 또는 굴러서 왔던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다시한번의 공평한 시간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한 해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선물이고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2023년의 올해도 우리 모두는 어떤 모습으로 든지 2023년의 끝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겁니다. 그리고 기어서 갔던, 걸어서 갔던, 달려서 갔던 12월의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또 다시 함께 도착해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늘 공평하게 주어지는 우리의 시간인데,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느냐 하는 겁니다. 비록 우리가 기어서, 굴러서, 걸어서, 뛰어서 각자 모양과 모습은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가 2023년 새 해 첫 날 그리고 첫 달을 맞이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과 호흡에 대해 적어도 ‘감사’로 출발해 보는 것은 어떨지 한번 생각해 봅니다.
몇 달 전, 대장에 암이 발견되어 대장의 1/3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받는 것은 순간이지만 수술 이후 회복되는 과정이 참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힘든 시간’입니다.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 주위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새해를 맞이 한 어느 날, 이전처럼 떡볶이도 먹고 짜장면도 먹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참 아팠는데 – 그래서 눈물도 많이 흘리고 원망(?)도 해 보고 ‘왜 나 한테 이러시냐’ 고 속상한 마음을 쏟아 놓기도 했는데 – 어떤 모습으로 든 새 해에 도착해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인생의 아픔과 위기들을 경험하며 여기까지, 그리고 오늘까지 살아 왔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파서 죽을 것 같고, 힘들어서 괴로워 했던 순간들이 지나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결국은 걸어 서든지, 기어 서던지, 둘러 서든지 우리 모두는 또 다시 일상을 살아가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도 공평히 주어진 새해의 첫 날, 첫 달을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감사’입니다. 언젠가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처럼, 항상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으로 그렇게 항상 감사를 깨닫고, 감사를 고백하며 그래서 감사를 나누고 하는 그런 감사하는 모습으로 또 다시 다른 새해, 다른 새 시간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