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슬리교회 담임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1914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전장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밤부터 다음날 크리스마스까지 하루 동안 연합군과 독일군이 전쟁을 멈추고 양측 참호 사이 무인지대에서 만나 서로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하며 캐롤을 부르는 등 성탄절을 함께 보내었습니다. 잠시 나마 전쟁을 멈추고 병사들이 쉼을 얻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선 이런 기적이 벌어지지 않았고, 미국에선 이맘 때가 되면 여전히 ‘크리스마스 전쟁’이 벌어집니다.
이른바 ‘크리스마스 전쟁’은 기독교의 상징을 제거하려는 무신론자들과 이를 지키려는 기독교계의 충돌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을 두고 벌어지죠.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고속도로가에 세워진 광고판(Billboard)에서 이런 문구를 보신적 있으신가요?
산타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래 이렇게 쭉 교회 가지 말고 건너 뛰렴. 넌 선을 위해 좋은 사람이 되거라. 해피 할리데이!”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며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는 뉘앙스입니다. 이 광고를 낸 사람들은 ‘미국의 무신론자들’(American Atheists)이라는 단체인데, 미국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인들을 배려해 ‘해피 할리데이'(행복한 연휴 보내세요)와 같이 종교적 색채를 배제한 보편적 인사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할리데이’ 중 어느 편을 선호하십니까? 2017년 퓨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32%는 ‘메리 크리스마스’를, 12%는 ‘해리 할리데이’를 선호했고, 52%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결과는 ‘크리스마스를 종교적 명절로 지킨다’는 응답(2013년 59% → 2017년 55%)과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응답(2013년 54% → 2017년 51%)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크리스마스의 종교적 의미는 약화되고, 연휴를 세속적, 문화적으로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의 흐름 가운데서 2013년 텍사스 주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법’(Merry Christmas Bill)을 발의했던 주의원들이 기자회견에서 “이 법은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축하해야 하는지,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지 기억나게 합니다.”라고 했던 말이 인상적입니다. 그동안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를 잊고 지내왔다는 반성이 담긴 말입니다.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축하하고, 무엇에 감사해야 할까요?
원래 크리스마스는 라틴어로 ‘그리스도’라는 뜻의 Christus(크리스투스)와 ‘모임’이라는 뜻의 Massa(마사)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그리스도를 예배한다’는 뜻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를 예배함으로 기뻐하세요’라고 주고 받는 인사말이죠.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쇼핑을 하면서, 혹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기뻐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참 기쁨은 인류의 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땅에 가장 귀한 선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배함에서 옵니다.
죄로 인해 인류에게 찾아온 문제는 분리와 단절, 또 그로 인한 갈등과 전쟁입니다.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화해를 일구려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먼저 하나님과 화해입니다. 하나님은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십니다. 죄로 인해 갈라지고 벌어진 하나님과 나의 거리는 하늘과 땅 사이보다 멉니다. 그 먼 길을 예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셨습니다. 성경은 전에 악한 행실로 멀리 떠나 원수가 되었던 우리를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고 예수님이 오셨다고 합니다.(골1:21) 크리스마스는 우리 죄를 대신 해결하신 예수님의 은혜를 입어 하나님과 화해하는 날입니다.
하나님과의 화해는 다른 사람과의 화해로 이어집니다. 미움과 시기, 질투로 갈라진 사람과 사람 사이 역시 너무나 멉니다. 용서하고 이해하고 품어 안기가 죽기보다 어려운 원수 사이가 되었습니다. 성경은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엡2:14)라고 합니다. 갈등과 전쟁으로 갈라진 사람과 사람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 민족과 민족 사이에 평화를 주시려고 예수님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오셨습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맞아 영접하고 예배함으로 기뻐하는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입니다. 이 날은 전쟁을 하는 날이 아니라, 전쟁을 그치고 화해하는 날입니다. 이 날 우리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는 것은 다른 종교인들이나 세속적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하나님과 화해로 그들을 초대하는 것이고,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포용하자는 제안입니다. 오해와 편견 없이 성스럽고 아름답게 누구와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면 좋겠습니다. 연중 12월 이 맘 때만 나누는 인사가 아니라,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이 땅에 온전한 평화를 이루시기까지 언제든 자유롭게 주고 받는 인사가 되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