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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1월 24, 2024

[조장호 목사] 자연에서 만난 하나님 (3) 나귀와 소

조장호 목사
웨이코한인교회 담임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외식하는 자들아 너희가 각각 안식일에 자기의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이끌고 가서 물을 먹이지 아니하느냐 그러면 열여덟 해 동안 사탄에게 매인 바 된 이 아브라함의 딸을 안식일에 이 매임에서 푸는 것이 합당하지 아니하냐 (눅 13:15-16)

아이들이 어릴 때 햄스터를 키운 적이 있습니다. 햄스터란 놈이 손에 쥐고 있으면 머리를 내밀고 귀여운 짓을 하는 것이 여간 이쁘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우리 밖으로 꺼내주었다가 어디론가 도망을 가서 온 집안을 뒤지는 일도 있었지요. 아이들은 학교에 갔다오면 이 녀셕과 노는 게 일이었습니다. 우리에 물을 갈아주고, 똥을 치우고 청소를 하고, 심심하지 않게 장난감같은 것들을 넣어주었습니다. 아무리 작아도 생명은 그 나름대로의 존엄을 위해 해줘야할 것들이 있는 법이지요. 아이들은 이 작은 생명체를 키우며 정이 들었습니다. 혹시 잃어버릴까, 혹시 다칠까 애지중지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한 일년 반쯤 지났을까요. 이 녀석이 시름시름 앓는 것 같더니 어느날 죽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관 비슷한 것을 만들어 녀석을 넣어서 묻어주었습니다. 그 다음날인가 비가 왔는데 아이들이 울던 생각이 납니다. 죽었지만 찬 비 맞고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짠했나 봅니다.

집에서 기르는 가축은 오죽할까요. 개, 고양이, 병아리등 요새도 집안에서 가족들의 귀여움을 받고 자라는 동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애완견이라고 하다가 반려견이라는 격상된 단어가 사용됩니다. 애완이란 말은 귀여워하며 논다는 뜻인 반면, 반려는 말그대로 동반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미물이라도 돌보고 사랑해주면 귀하게 생각되는 법이지요. 그것이 생명의 신비입니다.

예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서 18년 동안 사탄에게 매여 고생하던 여인을 고치셨습니다. 그러자 회당장이 안식일을 범했다고 예수님을 비난합니다. 그 비난에 대해서 주께서는 신학논쟁을 벌이시지 않았습니다. 성경구절로 그들을 제압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대신 집에서 기르는 소와 나귀를 들어 가르치셨습니다. 너희들도 집에서 기르는 소와 나귀가 있지 않냐. 안식일 지킨다고 나귀에게 물도 주지 않느냐?
남의 소와 나귀였다면 안식일 운운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집에서 기르는 나귀와 소라는 것입니다. 뭐가 달라지는 것일까요? 정들었다는 것이 다릅니다. 귀엽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불쌍하고 측은하기 때문에 내가 기른 놈들한테는 각별해 지는 것입니다. 안식일이지만 목이 마를까봐 외양간에서 끌고나와 물을 먹입니다. 텍사스 같은 곳이라면, 더더욱 더운 여름날에 집에서 키우는 소나 나귀가 측은해 지겠지요.

결국 예수께서 가르치신 것은 다름아닌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나귀도 아끼고 귀히 여겨 물을 먹이듯, 사람들의 눈에 희망없이 심하게 꼬부라진 여인은 하나님께 귀한 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여인을 “이 아브라함의 딸”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께 속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이 기르시는 자라는 의미입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비판자들의 눈에는 그 여인이 귀하게 보이지 않았고, 하나님의 마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희 집 강아지가 어렸을 때 개를 맡아주는 곳에 하루 맡긴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각 방마다 카메라가 설치되있어서 주인들이 앱을 통해서 자기 개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몇시간이 지난 후에 앱을 켜보니 우리집 강아지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고 덩치큰 개들이 다가와서 킁킁대거나 짖는데 직원이 도와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다른 일을 할수가 없어서, 다른 용무가 있는데도 부랴부랴 가서 강아지를 찾아왔습니다.

하나님이 이 땅에 자기 아들을 보내셨습니다. 다른 일을 하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기 때문에 그렇고, 측은히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18년 동안 사탄에 매여 꼬부라진 딸, 하루라도 빨리 구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예수께서는 소와 나귀를 들어 바로 그 아버지의 마음, 하나님의 사랑을 가르치셨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본 사람은 안식일에 고침을 받은 여인을 보고 그리스도를 높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알지 못하는 이들의 눈에는 율법 밖에 보이지 않고, 마음은 딱딱하기만 합니다. 집에서 기르는 소나 나귀를, 혹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십니까? 그렇다면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어떤 마음이실지 짐작이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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