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1 F
Dallas
금요일, 8월 22, 2025
spot_img

[안지영 목사] 현장 중심(Equipping Members for the Front Line of Life)

안지영 목사(나눔교회 원로목사)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

성경이 말하는 천국이 이 땅에 임한 하나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교회에서 하는 제자훈련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됩니다. 그동안 행해졌던 제자훈련은 ‘교회용 제자훈련’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영혼 전도와 전도된 영혼을 어떻게 하면 교회에 잘 정착하게 만드는지에 집중했습니다. 이것을 위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신학적 양식을 높일 수 있도록 교회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교회 식구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이런 훈련 체계를 따라 양육된 사람들이 비로소 교회의 리더십으로 세워지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식의 제자훈련에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거기에는 교회가 성장하는 데 기존 교인들이 얼마나 제대로 동원되느냐에만 관심이 있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까, 세상에서 제기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문외한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졌습니다. 교회에서 신앙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분리되어 버렸습니다. 이 세상은 썩었기 때문에 버려질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여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교회에서 신앙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깁니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데도 말입니다. 여기는 타락한 세상이기 때문에, 없어질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자훈련이 교실에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제자훈련은 삶의 현장에서 이뤄진다고 주장합니다. 성경공부를 하는 목적도, 예배를 드리는 목적도, 소공동체 모임을 갖는 목적도 모두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내는 능력이 배양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보는 거지요. 교회에서 하는 모든 활동도 궁극적으로 예수님의 제자다움을 성취하는 데 있구요. 교회 차원에서 하는 봉사 활동도 그 활동을 통해 서로 함께 하는 법을 배우고, 배려하는 마음을 끌어올리며, 사랑의 연습을 구체적으로 함으로써 우리가 더욱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으로 자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자훈련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가는 데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바울의 서신서를 비롯해서 신약의 서신서가 다루는 내용이 대부분 교회 안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로마서나 에베소서, 갈라디어서는 교회 안에 존재하는 두 진영 사이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한 마디로 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기입니다. 고린도전서는 어떻구요.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들을 바울이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 고린도후서는 그렇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바울을 향한 고린도교회의 부정적인 반응과 그에 대한 바울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러면 신약의 서신서가 다루고 있는 교회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 때문에 있는 걸까요? 그건 바로 교회가 한 몸으로 서로를 용납하고 세워주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데 있습니다. 그런 자세가 바로 교회가 유기체적 속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바탕이 되는 거지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바로 하나 됨을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하는 거지요. 그래서 목회를 하다 보면 모든 것을 다 교회의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설교를 준비하면서도 교회 생활을 주로 다루게 되는 성향이 생깁니다. 이것이 설교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지게 되는 경향인 것 같습니다. 그런 방향에서 교회 생활을 잘 하는 것이 곧 교회 식구들이 세상에서 제자로 살아 갈 수 있는 성숙함을 보증하는 게 되니까요.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하나됨을 연습하는 과정이 없이는, 세상 속에서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교회를 위한 봉사 활동을 잘 하는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 함께 하다 보면 터지게 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오해는 어떻게 풀어야 할 건지, 용서 주고받기는 어떻게 이뤄질 건지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시도하는 사랑의 연습을 주님께서 기뻐하신다는 거지요. 이런 과정이 제자가 되는 훈련이라는 겁니다.

교회 안의 부서에서 섬기는 지체들이 때때로 답답해 하고, 짜증이 나서 나에게 불평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런 불평은 함께 하는 지체들에 대한 답답함 때문에 나오는 거지요. 그럴 때마다 내가 끼어들 수가 없습니다. 대신에 그들이 인내심을 갖고 상대방을 이해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 있도록 기도하는 수밖에요. 이런 과정을 두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면서, 너희도 서로 이렇게 하라고 하셨잖아요.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첫째는 서로 섬기라는 거겠지요. 둘째는 서로의 잘못을 용서해 주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서로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지키는 거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될 때, 밖에 있는 사람들이 비로소 우리들이 예수님의 제자인 것을 알 수 있을 거라고 하셨구요. 결국에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지지고 볶고 하면서 서로를 용납하는 성숙함이 생기면서, 그 마음으로 세상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되면, 저들이 우리가 일반 사람이 아닌 예수의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는 거지요.

그래서 나눔교회는 교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훈련의 열매를 교회 자체의 활성화를 넘어서, 교회 식구들의 삶의 현장인 가정과 일터와 학교에서 빛으로 소금으로 드러나는 영성으로 그 훈련의 가치를 평가해 보려고 합니다. 만약에 우리끼리만 좋아하게 된다면, 그건 교회 공동체가 아니라, 동호회나 클럽에 불과한 게 되겠지요.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 세상으로 보냄받았다는 것을 꼭 붙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참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댓글 남기기

최근 기사

이메일 뉴스 구독

* indicates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