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 마음’의 첫 번째 차원은 ‘개혁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00년 6월 10일, 토요일은 과하티케 부족어로 된 신약성경이 봉헌된 날입니다. 이 봉헌식을 위하여 함께 성경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루카스는 마을 노인들과 함께 전통 노래와 춤을 4-5개월 준비하였습니다. 그들의 전통 악기인 북을 중심으로 선택한 곡은 “이나봉”이었습니다. 이 곡은 루카스의 아버지가 무당으로서 영매였는데, 신을 접하고서 받은 곡이었습니다. 이 곡은 과하티케 부족의 밤축제마다 부르는 곡이었습니다. 나는 그 곡의 가사를 세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씽씽”이라는 이 가무를 밤새 즐기는데, 이 곡의 내용은 귀신에게 복을 비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루카스가 이 곡의 원 가사 대신에 ‘창조, 타락, 성육신, 십자가, 부활, 승천’의 내용으로 가사를 만들어서 그 곡에 붙여 노인들과 함께 수 개월 간 연습하며 봉헌식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봉헌식이 가까울 무렵에 노인들이 갑자기 노래 연습을 중단하고는, “우리가 이 북을 치면서 그동안에는 귀신에게 찬양을 올렸다. 그런데 이 노래 가사를 연습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하나님을 찬양하라고 주신 이 북을 가지고 귀신을 찬양했으니 말이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루카스가 그들의 북을 모두 모으라고 하고는, 대표로 회개 기도를 하고서, 그 북들을 이제부터는 하나님을 위해서만 사용하겠다는 헌신의 기도와 함께 정결의식을 했다고 하네요. 귀신을 부르기 위해 만든 곡의 가사를 복음의 가사로 대체하여 부르니, 그 곡이 주님을 찬양하는 곡이 되어 버렸습니다.
과하티케 부족에게서 경험한 이 사건을 통해 음악에 대한 나의 관점을 많이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특정한 음악에 대해서 이전에는 사탄의 것으로 배격을 했었는데, 이 경험 후에는 비록 내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그런 것도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신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하기사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클래식도 그 내용이 반성졍적이면, 그 노래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런 경험을 통해 나의 닫혀 있던 사고의 틀을 더 확장시킬 수가 있었지요.
천주교의 전통 신앙관을 탈피하여 새로운 신앙관을 추구한 개신교회 중에는 교회 갱신이 중단되지 않도록 스스로 개혁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는 길을 추구하는 진영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 가짐은 이미 익숙하고 편해진 교리나 교회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유혹을 벗어나 말씀을 따라 변화하려는 개혁적 사고를 요구합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편한 것, 익숙한 것에 머물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령층으로 비교해 보자면 젊은 층 보다는 나이가 들수록 그 성향은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자기에게 익숙한 것에서는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성향은 기득권, 즉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더 강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미 자신의 것이 된 것을 내려놓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자기의 것을 지키려는 성향은 인간이 가진 본성이지요.
이렇게 기존의 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은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려는 시도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것이 문화든, 가치관이든 기존의 것을 지켜내려는 성향을 ‘보수’라고 부릅니다. 이런 문화관이나 가치관 등이 흔들리게 되면 기존 사회체계가 흔들려서 안정감을 가질 수가 없기 없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지키려는 전통이 이제는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는데도 전통 그대로 지키려는 성향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이런 보수적인 성향에 반하는 것을 진보라고 합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계속 변화해가려는 성향을 말하는 것이지요. 사회의 변혁을 추구하는 성향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다 보니 전통적인 것들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성향을 다분히 보이게 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 진보적인 것이 어느 날 기득권이 되 버린다는 겁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전통적인 것을 모두 버리려는 성향도 나타난다는 거지요. 그리고 새로운 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구요. ‘전통’은 가치 있지만, 전통의 본질이 아닌 것에 집착하게 되면 ‘전통주의’로 전락하게 됩니다. 전통을 보호하는 ‘보수’가 아니라, 전통의 이름으로 취득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가 되어버리게 되지요.
이런 맥락에서 ‘열린 마음’이란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는 ‘개혁 정신’을 뜻합니다. 기존의 전통의 정신을 보존하려는 것이 진정한 보수이고, 그 전통의 정신을 보존하되 새로운 그릇에 담아 내려는 자세가 참된 진보이자 ‘개혁’입니다. 현재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시대를 읽는 통찰력을 키워서 하나님 나라의 정신에 기초한 변화를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세를 ‘열린 마음’이라 붙여 보았습니다. 이런 자세는 우리로 하여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합니다. 문제를 발견하게 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정신을 기리는 대안을 찾아내려 할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 나눔교회 식구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할까요? 우리는 신앙의 본질은 하나님의 말씀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본질의 기초 위에 계속적인 변혁을 추구해 가는 자세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떨 때에는 보수적으로 보일 때도 있고, 어떨 때에는 진보적으로 보일 때도 있겠지요. 이렇게 열린 마음을 가진다면, 다시 말해서, 말씀 안에서 언제든지 변화해나갈 수 있는 자세를 가진다면 우리는 영적 건강성을 잃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