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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4월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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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목사]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드러나는가?

안지영 목사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

교회에서 내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표어가 “하나님 중심, 말씀 중심, 교회 중심’이었습니다. 천주교도 하나님 중심과 교회 중심에는 그다지 개신교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말씀 중심’은 그 무게감이 개신교에 훨씬 실려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가 하나님 말씀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가끔씩 들곤 합니다. 한국 교회는 하나님 말씀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는 한데, 그 말씀의 의미를 찾는 데는 그다지 진지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읽고는 그 말씀의 겉표면에 나타나는 의미로만 만족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채, 더 이상의 깊은 의미를 찾으려는 진지함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그것도 교회에서 배운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경 내용이 그간 배운 것에서 그리 달라질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성경 읽기가 지루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하지만 목회자가 신학 훈련 때 받은 성경 해석의 원리를 설교 준비하는 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설교해야 하는 사역 환경의 열악한 면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 동안 교회에서 열리는 여러 예배 모임, 기도회 모임을 위한 설교 준비가 목회자가에게 큰 중압감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작은 교회의 목회자는 설교 외에 행정 처리해야 하는 것에 적지 않은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됩니다. 게다가 재정적 문제도 겹치게 되 설교자가 설교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피로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지체들이 다양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경 말씀 해석에 있어서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는 말씀 읽기가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차원을 넘어서 소그룹 차원에서 함께 배우기가 뒤따라야 한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배움은 자칫 잘못하면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지만, 소그룹 안에서 함께 배울 때, 우리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깨닫고 배운 것을 서로 나눌 때, 우리 모두가 성장할 수 있기에 소그룹에서 함께 배우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성경이 일관되게 말하는 핵심이 바로 하나님 나라인 것을 알게 됩니다. 창세기부터 마지막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성경은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이는지, 언제 그 나라가 드러날 것인지, 누가 그 나라를 드러낼 것인지, 어디에서 그 나라가 드러날 것인지,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성경 읽기를 지속하게 되면, 우리는 성경 본문이 말하려는 바를 제대로 깨닫게 되는 거지요. 이래야, 우리가 갈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인식이 바뀔 때 비로소 사고의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성경 배우기를 매우 진지하고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말씀 배움만으로는 하나님 나라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인식이 전환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삶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출발한 하나님 나라는 말씀을 배운 우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깨달은 말씀을 우리의 삶의 현실에서 실제로 실천하는 순종의 삶이 없이는 말씀의 깨달음의 열매를 얻을 수 없습니다.
나눔교회의 가족들의 형편도 앞에서 언급한 형편과 다를 바가 없더군요. 성경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그 관심만큼 실제로 성경 공부에 열심을 가진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지요. 또한 그 말씀을 배운 대로 삶에서 순종하는 게 익숙하지 않더군요. 말씀은 말씀대로 삶은 삶 대로 따로 겉도는 신앙 생활이야 말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신앙 생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종에 대한 이러한 오해 때문에, 제대로 순종치 못하는 우리의 내면에는 ‘죄책감’이 스며들어서 진정한 ‘자유’ 혹은 ‘쉼’을 누리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서, ‘말씀을 즐기는 사람은 많으나, 말씀을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면 순종에 대해 무엇을 오해하고 있는 걸까요? 그것은, 우리가 ‘완벽한’ 순종을 해야 하는 걸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성경은 우리가 그런 순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누이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에 순종한다 함은, 완벽한 순종이 아니라, 불완전 해도 순종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비록 쉽게 넘어질 수 있고, 오래가지 못한다 할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 순종을 시도하기를 주님께서 바라신다는 거지요. 우리의 완벽하지 못한 순종을 온전한 것으로 여겨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크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다는 것은 곧 나 중심의 삶에서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사는 것을 말하며, 이것이 ‘회개’의 삶을 뜻합니다. 이렇게 될 때, 하나님 나라가 우리를 통해서 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회개는 죄를 지었을 때, 뉘우치는 고백을 넘어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뜻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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