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창조질서를 무시한 죄를 회개합니다. 오늘 이 기도가 자녀들에게 유언이 되게하시고, 다음세대들에게 회개의 유산을 물려주는 부모되게 하소서. 주여, 이 땅을 회복시켜 주옵소서.”
대한민국이 기도 소리로 뒤덮인 하루였다.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가 27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서 개최됐다. ‘건강한 가정, 거룩한 나라’를 주제로 열린 이번 연합예배에는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부산 등 전국서 110만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이날 예배에는 어린 아이부터 청장년, 백발 노인까지 한국교회의 전세대가 함께 자리했다. 유모차를 끌거나 잠든 아기를 안은 채 예배드리는 이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6살 자녀와 함께 예배에 참석한 김모 씨(47)는 “우리 세대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의 영향이 없이 자랐지만, 다음 세대는 그 영향이 클 것 같아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오게 됐다”며 “나중에 자녀에게 미안해지지 않도록 기도해야겠다는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중학교 3학년 전의연(15)군은 “그동안 기도로 대한민국을 지켜온 어른들께 감사하며 그 모습을 본받고자 왔다”면서 “어린 나이에 이런 대규모 예배를 드리는 경험을 하게 돼 뜻깊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광화문부터 시청광장, 서울역 등 예배 장소는 집회 시작 전부터 성도들로 가득찼다. 숭례문-염천교, 을지로 구간, 여의대로 등 추가 장소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보행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길 한 켠이나, 정차 하지 않는 버스 정류장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연합찬양단의 인도로 오후 1시 30분부터 찬양축제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 들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찬양 ‘문들아 머리들어라’에 맞춰 함께 박수치고, 이어 ‘이 땅의 황무함을 보소서’를 부르면서는 눈물 흘리며 울부짖기도 했다.
이날 예배에서 메시지가 선포될 때마다 성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하며 이 세대를 향한 기도에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첫 설교자로 강단에 오른 박한수 제자광성교회 목사는 동성혼 합법화를 막을 골든타임이라며 전심으로 회개하자고 권면했다.
박 목사는 “이 시대에 악이 가득한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버리고 우상을 따랐기 때문”이라며 “성경에 근거해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은 점점 교회가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지만 오늘 우리는 그런 위기 상황 속에 엘리야의 마음으로 모였다”며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칠천의 용사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하나님만을 두려워함으로 깨어 기도하자”고 전했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도 “악한 길에서 떠나 돌이켜야 한다”면서 “교회 같은 가정, 가정 같은 교회가 돼야 한국이 살아난다. 창조질서를 위배하는 법이 제정되지 않고, 태아 생명을 지키는 법이 제정되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예배에서는 이미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영국, 독일 등의 상황도 전해졌다. 브라이언 채플 미국장로교회(PCA) 대표, 안드레아 윌리엄스 영국 크리스천컨선 대표, 하인리히 덕센 독일 본 대학교 총장은 “반성경적 사조의 확산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만큼은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방파제 역할을 감당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기 위한 1,000만 기독교인 10·27 선언문’이 발표됐다.
선언문에는 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교회의 요구가 담겼다. △ 동성 결합을 인정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격관리 업무처리 지침 즉각 개정 △ 성전환 수술 없는 성별 정정을 허용하거나 동성결합 합법화의 길을 여는 판결 금지△ 제3의 성을 인정하는 차금법 등 악법 제정 금지 △ 동성애를 조장하는 초·중등 교과서 내용 삭제 등이다.
선언문을 낭독한 대표자들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부정하는 성오염과 생명경시로 인해 가정과 다음세대가 위협받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생명의 나라, 자유의 나라, 창조의 나라, 기적의 나라가 되도록 섬기겠다”고 선포했다.
예배에 이어 진행된 큰 기도회에서는 동성애, 낙태, 한국교회의 죄악 등을 회개하며 다음세대, 북한을 위해서도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뜨겁게 부르짖으며 이 땅의 회복과 한국교회의 부흥을 간구했다.
아침 일찍 충남 아산에서 왔다는 한 성도는 “한국교회가 하나돼 회개하는 시간이었다”며 “이번 예배를 시작으로 교회가 건강한 가정과 거룩한 나라를 향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상경한 수영로교회 성도 황득수(60) 씨는 “서울까지 하루만에 다녀온다는 것이 부담이었지만 이 자리에 함께 하지 않으면 자손들을 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면서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이 비까지 맞아가며 부르짖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또 참석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직접 현장에 오지 못한 성도들은 온라인으로 함께 예배하며 나라를 위해 기도했다. 캐나다 캘거리에 거주 중인 해외동포 양모 씨(28)는 “주에서 제일 큰 한인교회가 속한 교단이 동성애를 인정하는 교단일만큼 해외 상황은 심각하다”면서 “우리나라만큼은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온라인 중계를 통해 함께 기도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