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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월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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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람 교수의 과학기술] 핵융합을 이용한 전기 생산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자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작년 12월 중순, 미국에서 핵융합 발전에 관한 중대 발표가 있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직접 기자 회견을 열어 핵융합 실험에서 매우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음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2.05 메가줄의 에너지를 공급하여 3.15 메가줄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소식에 따르면 올해 7월에 시행된 비슷한 실험에서는 작년에 발표된 결과보다 20%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핵발전의 안전문제와 방사성 폐기물은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희망적인 것은 기존의 핵발전소는 핵분열을 이용했지만, 요즘 주목받고 있는 핵융합 발전은 원리도 다르고, 방사성 물질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핵융합 발전은 원자핵이 합쳐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다. 더 구체적인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핵융합 발전에 사용되는 원료인 수소의 구조부터 짚어보자.
공기 중에 있는 수소 분자는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수소 원자 속에는 양성자와 전자가 하나씩 들어있다. 양성자는 전기적으로 양전하를 띠고 전자는 음전하를 띤다. 자연계에 소량 존재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하나의 양성자와 함께 중성자도 각각 한 개와 두 개 포함하고 있다.

세 가지 종류의 수소 원자 구조

핵융합 발전에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충돌시켜 핵반응을 유도한다. 결과물로 헬륨 원자와 중성자가 한 개씩 나온다. 헬륨 원자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두 개 있으므로 이 핵반응에 관여하는 총 양성자는 2개, 중성자는 3개이며 이 개수는 반응 전후에 변함이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충돌 후의 질량이 충돌 전에 비해 작다는 것이다. 이 사라진 질량은 에너지로 전환되는데 이것을 이용하여 물을 끓이고,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기본 원리다. 아인슈타인은 오래전에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E=mc2 라는 공식으로 그 에너지양을 계산할 수 있다. 바닷물 40 리터 속에는 중수소 1그램 정도가 있는데, 이 정도 양이면 핵융합을 통해 석탄 40톤에 맞먹는 양의 전기가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화학 반응과 달리, 핵융합을 유도하려면 꽤 복잡한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부딪혀 헬륨 원자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각 원자의 양성자는 양전하를 띄고 있어 서로 강한 힘으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원자끼리 밀기도 하지만 전자끼리도 밀어낸다. 이러한 전기적 힘을 극복하고 두 원자를 충돌시키려면 온도와 압력을 높여야 한다. 출근 시간에 서둘러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뛰어가는 많은 직장인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지하철역에 사람이 많고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면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핵융합이 매 순간 격렬하게, 어마어마한 규모로 발생하는 곳이 있다. 바로 태양이다. 태양 중심의 온도는 1,500만도, 압력은 100억 기압이다. 지구에서 똑같은 상황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압력을 높이는 대신 온도를 1억 도까지 올리는 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도 온도에서 수소는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고체, 액체, 기체와 더불어 제4의 상태라고 불리는 플라스마 상태는 간단히 말해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떠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고온의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플라스마 상태에서 전자와 상관없이 고속으로 운동하며 서로 부딪혀 핵반응을 일으킨다.
그런데 1억 도까지 올라간 플라스마 수소를 어느 그릇에 담을 수 있을까? 녹는 점이 가장 높다는 금속인 텅스텐의 녹는 점도 3,420도씨밖에 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플라스마 수소를 그릇에 담는 대신 공중에 부양시키기로 했다. 회전하는 자기장 속에 플라스마를 가두어 공중에 띄워둔다. 이 방식을 토카막 방식이라고 부른다. 영화 캐릭터인 아이언맨의 가슴에는 아크원자로라는 핵에너지 발생 장치가 있는데,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기술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한국은 이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기술에 있어서 선두 그룹에 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수소 플라스마가 1억 도를 30초 동안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획득했다.

한국에서 개발 중인 ‘인공태양’ 핵융합 실험 시설 KSTAR

미국은 다소 다른 방식으로 핵융합 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토카막 방식처럼 공중에 띄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고에너지 레이저를 한 곳에 집중해서 쏘아 온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작년과 올해, 미 에너지부에서 발표했던 바로 그 방식이다. 토카막 방식은 온도를 올리고 유지하는 기술이 안정적으로 실현되어야 에너지 생산을 실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레이저 방식은 단시간에 에너지 생산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레이저 기반 핵융합 실험은 과학적 검증으로 유용하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꾸준히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해 주지 못한다.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은 국제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다음 단계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에 한국도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궁극적으로 핵융합 발전의 시대가 오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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