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사회 기여 ‘항일·민주화운동’ 1위
“정의롭지 못한 현실…교회가 도덕 기준 제시해야”
한국 기독교가 지난 140년간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한 활동으로 해방 전에는 ‘항일민족운동’, 해방 후에는 ‘민주화운동’이 꼽혔다.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지용근 대표)는 최근 ‘한국 기독교 140주년 특집’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의 의뢰로 지난해 10월 25일부터 11월 6일까지 교수·목사·언론인 등 1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방 이전 기독교의 대표적 사회 기여로 ‘3.1운동 등 항일민족운동’(85%)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근대식 서양병원 시작’(82%), ‘근대식 교육 시작’(79%), ‘대학 설립’(77%)이 뒤를 이었다.
당시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했지만, 실제 이들이 항일운동에 미친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6명이 기독교인이었으며, 교회는 만세운동을 조직하고 확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해방 이후 기독교가 가장 크게 기여한 활동으로는 ‘민주화운동’(57%)이 꼽혔다. ‘보육원 설립 등 아동복지’(55%), ‘전후 구호사업’(51%), ‘소외 계층 의료구호활동’(50%)도 지목됐다.
군사정권 시기 기독교는 민주화 요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주요 교회들은 민주 인사들의 피신처이자 집회 공간으로 기능했다. 향린교회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대표적인 민주화 운동 거점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과제는 무엇일까. 조사 결과에 의하면 ‘도덕성 회복 운동'(59%)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이어 ‘저출생 대책 개발’(50%), ‘기후위기 대응 및 생태 환경 보전 운동’(48%), ‘정신 건강 지원’(44%) 순이었다.
한국교회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사회 변화를 이끌어온 만큼, 오늘날 교회도 시대 과제를 인식하며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재영 실천신대 교수는 “정의롭지 못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있어 교회가 도덕적 기준점이 돼야 한다”며 “성경은 황금률을 비롯한 많은 도덕규범을 제시하고 있으며, 산상수훈은 이 세상의 가치와는 전혀 다른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교회는 사회구성원들이 개인 및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갖도록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양 목데연 부대표는 “교회와 성도가 한국 사회에 기여하며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를 이 땅에 실현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신앙이 단순히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수단에 머물러선 안 된다.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공의를 세상에 실현하는 공적인 책임으로서의 신앙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교회는 성도들이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 국가가 교육, 의료, 복지 등 상당수를 책임지는 현대사회에서 교회가 어떻게 한국 사회에 기여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미처 돌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