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이 다가오니 마음 한 켠이 무거워 집니다. 할로윈이라는 명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여러가지 휴일과 명절이 있어 사회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이 휴식을 얻는 감사한 날들도 있지만, 할로윈처럼 개인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날들도 있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가다 보면 이미 곳곳에서 할로윈 장식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부분 사악한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할로윈 소품들로 집을 장식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할로윈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한 할로윈 의상을 입고 파티를 즐깁니다.
“Trick or Treat” 이라는 말은 누구나 들어 보셨을 겁니다.
할로윈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을 칠 거야” 라는 말을 하며 각종 과자를 받아가는 것은 할로윈의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할로윈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 되어지겠지만, 온갖 기이한 의상을 입고 어두운 밤에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저에게는 그저 즐거운 놀이만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할로윈 축제의 유래는 고대의 켈트족(Celts) 사람들이 한 해의 마지막날에 치른 사우인 (Samhain) 축제에서 시작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켈트족은 켈트 언어를 사용했던 인도 유럽인들을 지칭하는데, 켈트족의 사람들은 일년이 열 달로 이루어진 달력을 사용했고, 이에 따라 10월 31일이 한 해의 마지막과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날에 사우인 (Samhain) 축제를 열었습니다. 죽은 자들의 영혼이 내세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간 세계를 찾는 날이며, 이 날에는 열린 지하 세계의 문을 통해 악마와 마녀, 그리고 유령들도 함께 지상에 올라온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켈트족은 음식을 차려 죽음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고 악한 존재가 심술을 부리거나 살아있는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빌었습니다. 성경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 말도 안되는 얘기로 마치 한국의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의 이야기처럼 그저 전설적인 이야기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축제가 현대 사회의 상업적인 목적과 만나 지금의 할로윈 축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할로윈의 필수 코스처럼 여기지는 할로윈 의상과 분장 용품으로 상점의 진열대가 가득 차 있습니다. 사우인 (Samhain) 날에 인간 세상에 찾아오는 악령과 악마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기이한 모습으로 변장한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데, 누구의 의상과 분장이 더 멋있는가를 두고 경연 대회가 열리기까지 합니다.
이에 따라 각종 사이트에서는 그 해 팔린 할로윈 의상의 인기 순위를 발표합니다. 이 순위를 보면 한 해 동안에 사람들이 어떤 미디어의 창작물에 열광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물론 해마다 항상 상위권에 오르는 전통적인 의상들도 있습니다. 할로윈이라는 날의 의미에 맞춰 “마녀”, “해적”, “할리 퀸 (Harley Quinn)” 등의 의상은 늘 잘 사용되어지는 의상들입니다.
한 예로 2021년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을 때는 그 드라마의 유명한 초록색 운동복이나 경비들의 의상이 할로윈 의상 판매량의 최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그럼 올해는 어떨까요? 현재까지 할로윈 의상 판매량의 최선두를 “바비 (Barbie)” 의상이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개봉한 헐리우드의 영화들 중 기대 이상의 흥행 실적을 올린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올해의 할로윈 의상을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준 듯 합니다.
이렇게 특별한 의상을 선택하는 데에는 각 개인의 상상력과 판단이 존재합니다. 이 결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미디어가 만들어낸 창작물입니다. 자신이 상상하고 무언가 창조해 낼 때 그 동안 본인이 알게 모르게 소비한 미디어가 잠재적으로 강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코스플레이(Cosplay)” 라는 공연 예술이 젊은 층을 위주로 새롭게 부각하고 있습니다. 출연자가 각종 애니메이션, 게임, 드라마, 영화 등의 유명한 캐릭터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해서 공연하는 무대 예술입니다. 이 코스 플레이를 하는 한 분에게 그 일을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저에게 이런 대답을 들려 준 적이 있습니다.
“특정 캐릭터의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고 그 행동을 따라하면 그 순간만은 현실의 나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대답을 들으며 마음 속에 생각 했습니다. 곧 지나갈 그 순간에 집착하여 자신의 모습을 잊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요?
현실을 잊고자 각종 미디어의 창작물에 빠져드는 현상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분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번 할로윈에 여러분은 어떤 의상을 입으실 계획인가요? 할로윈 하루만이라도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으신 지요? 아니면 올해 최고의 인기라는 “바비”의상을 입고 세상의 가치관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여인으로 남들 앞에 서고 싶으신 가요?
에베소서 6:13-17에는 “하나님의 전신 갑주”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할로윈 하루가 아니라 평생을 입고 살아야 할 이 소중한 의상이 할로윈이 다가 올수록 더 많이 생각이 납니다. 제 어린 아들이 스타워즈의 캐릭터 의상과 광선검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하나님의 전신 갑주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그런 즉 서서 진리로 너희 허리 띠를 띠고 의의 호심경을 붙이고 평안의 복음이 준비한 것으로 신을 신고 모든 것 위에 믿음의 방패를 가지고 이로써 능히 악한 자의 모든 불화살을 소멸하고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