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도할 때입니다.’
혼란한 시대 속 한국교회는 ‘기도’로 이 땅의 회복을 이끌어왔다.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소추라는 사회적 위기로 정국이 어지러운 가운데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교회가 다시금 나라를 위한 기도에 매진하고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기도’가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한국교회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모이기에 힘쓰며 함께 기도했고, 기도로써 부흥과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다.
회개 운동이 중점이 된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은 한국교회사 뿐만 아니라 한국사, 세계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당시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열린 부흥회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고 회개 기도가 이어지며 강력한 성령의 역사가 임했다.
평양대부흥운동은 죄의 고백이라는 개인의 영적 각성 운동에서 시작해 교회일치, 갱신, 성장, 해외선교, 연합운동으로 이어졌고 항일, 교육과 의료사업, 사회계몽 운동 등으로 나아갔다. 이는 한국교회를 넘어 개인과 사회의 정화 및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1970년대 접어들어서는 역사상 의미 깊은 대규모 집회가 연이어 열렸다.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를 시작으로 그 이듬해 ‘엑스플로74대회’, 1977년 ‘민족복음화 성회’까지 한국교회는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다.
1973년 열린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는 암울한 시기, 한국교회 성도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기도와 사랑으로 우리 사회에 희망을 심었다.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와 함께 ‘민족복음화 운동’의 도화선이 된 ‘엑스플로74대회’도 마찬가지다. 대회를 통해 한국교회 부흥을 위한 열망을 한데 모았고 특히 청년들에게 신앙적 각성과 사회 참여의 동기를 제공하며 사회에 큰 비전을 제시했다.
교계 지도자들은 “한국교회는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을 필두로 나라와 민족이 고난에 처했을 때마다 함께 모여 기도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로 결심했던 전통을 갖고 있다”면서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기도와 복음적 메시지로 시대의 도전들에 응답해왔다”고 입을 모았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지금이야말로 다시금 한국교회가 기도에 힘써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교계에서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16일 ‘국가 안정과 국민 대통합을 위한 총동원 특별 새벽기도회’를 시작했다. 21일까지 한 주간 전 성도가 함께 나라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부르짖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나아가 오는 28일부터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기도회를 개최한다.
올해로 창립 66주년을 맞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나라의 고비 때마다 특별기도회를 선포하고 모든 성도들이 함께 기도하며 난관을 극복해왔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우리나라가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혼돈에 휩싸여 있다”며 “이 혼란과 어둠을 밝히고 해결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목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일지라도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고, 그 어둠 너머에 있는 희망의 새날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면서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우리는 기도로 세상에 희망의 빛을 비춰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서로 편을 갈라 갈등하고 대립하는 게 아닌 민족 대통합과 화합을 이뤄나가는 나라가 될 때 비로소 하나님의 복이 임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회개하고 우리나라를 끌어안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다시 세워주실 것이다. 나라를 위한 기도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기도하는 것에서 나아가 교회가 사회의 변화를 도모하고 사회적 책임을 재확인하는 한편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영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은 “교회는 세상의 부패를 막고 하나님의 공의를 확립해 세상 사람들이 눈이 어두워서 바른길을 가지 못할 때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빛을 비춰줘야 한다”면서 “한국교회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늘 기도하면서 역사의 주관자 되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해왔다. 나아가 갈등과 불신이 치유되고 참된 정의와 생명, 평화의 가치가 실현되도록 함께 깨어 행동하자”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가결되면서 윤석열 정권의 운명과 조기 대선 여부가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넘어갔음에도, 당분간 정국에는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지금은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면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하나님 뜻 안에서 나라와 민족이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기도를 바랐다.
김 대표회장은 “국내 정치에서 현재 드러난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배태된 결과”라며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 자유 대한민국의 일상이 하루빨리 회복되도록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국난의 시기에 좌고우면해 흔들리지 말고 오직 기도로 나아가면서 상처 받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자”고 권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