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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4월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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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민 목사] 당신의 나팔은 무엇입니까?

최승민 목사
플라워마운드 교회 동역목사

배경과 더불어 읽는 성경(20)

2024년 갑진(甲辰) 년 새해를 맞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새해를 맞이할 때, 특별히 나팔을 불며 새로운 해를 맞았습니다.
고대 시대에 나팔을 부는 때는 두 경우였습니다. 전쟁에서 전투 지휘를 위해서 나팔을 불었고, 또 성회 때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나팔을 불기도 했습니다.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성회라는 것을 알기도 하고, 또 하나님께 제사를 올려드릴 시간이라는 것을 인지했던 것이지요.
왜 북을 치지 않고 나팔을 불어 전투를 지휘하고,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의 시작을 알렸을까요? 나팔을 부는 것이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기도를 상징했기 때문입니다.
전투를 지휘할 때에도 인간의 지혜와 능력으로 하지 않고, 하나님께 외치며 기도하듯 전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모든 군사들이 잊지 않도록 나팔을 불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성회의 시작과 제사의 시작을 알리는 것도 하나님에 대한 외침으로 알렸던 것이지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예배는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레위기의 말씀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새해 첫날을 나팔을 불어 기념하라고 하셨습니다(레 23:23-25). 하나님께서 새해를 맞이할 때에도 나팔을 불라고 하신 것은 새해 첫날을 여러 날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날을 특별한 성회(聖會)로 기념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성회라는 말은 모임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 혼자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성회, 즉 거룩한 모임으로 함께 모여 기념하라는 것이지요. 성회로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는 “미크라 코데쉬(מקרא קד‎ש)”로 우리말 ‘거룩한 모임’으로 번역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단순한 모임의 의미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모임을 의미하는 “미크라”라는 히브리어 단어가 ‘부르다’, ‘외치다’를 뜻하는 히브리어 동사 ‘카라(קרא)’에서 변형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영어 번역이 우리말 번역보다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이 단어를 ‘convocation’ 즉 ‘소집(召集)’으로 번역했습니다(ESV).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부름을 받은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하나님께 부름 받은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 부름을 받은 사람들은 나팔을 불며 새해를 맞이하고 기념합니다. 군인들이 전투에서 나팔 소리를 듣고 전쟁의 승패가 하나님께 달려 있다는 것을 상기했듯이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우리의 삶의 시종(始終)이 하나님께 달려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합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기도의 상징인 나팔을 불며 자신들의 삶의 모든 필요를 하나님 앞에 간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였듯이 우리도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의 모든 필요를 하나님 앞에 간구하는 삶을 살아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새해 첫날, 나팔을 불며 이 사실을 기억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인생의 주인이 되심을 기억함으로 시작하는 새해 첫날은 한 해 전체를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거하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 가야바의 집 뜰에 앉아 있다가 예수님을 세 차례 부인했고, 뒤이어 운 닭 울음소리를 통해 자신이 예수님의 예언대로 그분을 배반했음을 깨닫습니다(마 26:69-75; 막 14:66-72; 눅 22:56-62; 요 18:15 ff).
몇몇 학자들은 베드로가 들었던 닭 울음소리가 실제 닭 울음소리가 아니라 성전에서 제사장이 제사를 준비하도록 알리기 위해 부는 나팔 소리였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제사장이 새벽에 부는 나팔 소리를 ‘닭이 운다’는 관용 표현으로 사용했다는 것이지요. 그 증거로 성전이 있는 거룩한 도시에서 닭을 키우지 않았기에 닭 사육에 관한 직접적인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음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합니다. 증거의 부재(不在)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역사적 사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베드로가 실제 닭의 울음소리를 들었든, 아니면 제사장이 부는 나팔 소리를 들었든 베드로 자신이 그것을 통해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했기에 베드로는 통곡하며 회개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닭의 울음소리를 사용하여서라도 우리를 회개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나팔절에 부는 나팔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는 요소였습니다. 나팔을 불면서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은 그간 소원했던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를 기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게 하는 나팔은 무엇입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한 해도 그 나팔을 불며 시작할 때,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하 될 것입니다. 은혜의 자리에서 벗어날 때, 듣고 돌아올 수 있는 나팔을 간직하며 만들어가는 새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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