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독교인은 성경 읽기가 어렵다고 느낍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경 통독 세미나라든지, “성경의 파노라마”와 같은 제목을 가진 성경 통독을 도와주는 수많은 기독교 서적과 프로그램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합니다. 성경은 진리를 담고 있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그 진리를 모든 사람이 알기를 원하십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성경은 쉬운 책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성경 읽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하나님의 진리를 담고 있는 성경을 읽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성경 본문과 오늘날의 독자 사이에 여러 차원의 간극(間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먼저는 ‘시간적 간극’이 존재 합니다. 성경은 현대 작가의 손을 통해 기록된 것이 아닙니다. 고대 시대의 사람들의 손을 통해, 그것도 여러 인간 저자를 통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 기록되었습니다. 그래서 성경 본문과 오늘날 성경을 읽는 독자와의 사이에는 필연적인 시간적 간극이 존재합니다. 구약성서는 모세 시대에서부터 바벨론 포로기 이후까지 대략 1,000여 년에 걸쳐 기록되었습니다. 신약은 그보다 짧은 기간에 기록되었지만, 구약의 배경이 되는 지역과는 다른 지역을 그 배경으로 포함합니다.
이것이 두 번째 간극, 즉 ‘지역적 간극’입니다. 성경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익숙한 지역이 아니라 고대 팔레스타인 지역을 주 무대로 하여 기록되었습니다. 성경에 언급되는 많은 장소와 지역들에 대해 오늘날의 독자들은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낯선 지역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에 많은 독자는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를 생생하게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시대와 지역적인 간극에서 세 번째 간극이 발생합니다. 바로 ‘문화적 간극’입니다. 성경이 쓰이던 시대의 사람들이 사용하던 언어와 그들의 생활 방식, 사고방식 등은 오늘날 우리의 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이러한 간극들 때문에 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성경 읽기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성경 본문과 오늘날이라는 시대 차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간극에도 불구하고 성경을 통해 복음을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인간의 죄성,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보혈의 능력은 시대-문화적 간극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우리가 성경 본문과의 간극들을 극복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 이유는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메시지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말씀의 한 소절이라도 허투루 여기거나 오해할 여지를 없애기 위함입니다. 이 간극을 극복하기에 가장 손쉽고 좋은 방법이 성경의 배경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것입니다.
성경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습니다. 성경이 쓰인 원래의 언어, 즉 성경 원어에 대한 이해 역시 배경 이해에 속합니다. 당시 사람들의 언어를 통해 번역어가 표현할 수 없는 이면적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성경 원어를 공부하는 것도 이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혹자는 문학이라는 도구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본문의 문학적 구조를 통해 본문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중심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려 시도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배경이 되는 땅을 방문하여 여행하기도 합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현장에 가서 지리적 환경과 기후 풍토, 그리고 그러한 배경에서 형성되어 이어져 온 문화적 특징들을 보고 익히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현장 체험만이 성경 이해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현장이 주는 생생함도 있지만, 방해되는 요소들도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뜨거운 햇살과 장시간 여행으로 인한 여독은 물론이요, 오랜 시간 동안 성경의 배경이 되는 땅을 성지라 여기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다양한 기독교 내 종파 간의 세력다툼 등은 방문자의 혼을 빼놓을 만합니다. 이 때문에 개신교 방문자가 성경의 배경이 되는 땅에 방문했지만, 가톨릭의 성당에 가서 참배(參拜)를 흉내 내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무턱대고 현장을 방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이유입니다.
배경 정보들은 반드시 성경 본문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원어가 어떻다느니, 성경의 배경이 되는 땅의 풍토와 기후, 문화가 어떻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그저 단편적인 정보로만 주어지는 것은 우리 신앙과는 큰 관련이 없는 정보에 불과합니다. 배경 정보들을 모아 나열하는 것은 백과사전적 지식에 불과합니다. 배경 이해는 독자들의 성경 이해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섬기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본지의 지면을 통해, 앞서 언급한 원어 및 문화적 배경은 물론이고 성경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보며 본문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나누고자 합니다. 배경과 더불어 읽는 성경 본문에 대한 이해가 성경을 읽는 우리의 영성과 지성의 품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