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의 사교육비 지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교회가 다음세대 교육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해 전국 초·중·고생 7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지난달 7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생의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인 26조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과 비교해 약 10% 증가한 수치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이 32만원에서 37만원으로 13.4% 증가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초등학생 중 18%는 보육, 친구 사귀기 등 돌봄을 목적으로 사교육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 간의 코로나19 여파로 학생들의 학습과 돌봄이 모두 결여됐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교회가 가정의 사교육 부담을 덜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동대학교 VIC(Vision in Calling)초중등교육지원센터는 교회가 학교 교육을 도울 수 있도록 ‘처치스쿨링’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 중이다. VIC초중등교육지원센터는 1960년대에 미국에서 개발한 기독교적 홈스쿨링 프로그램을 한국식 처치스쿨링으로 정착시켰다.
제양규 한동대 VIC초중등교육지원센터장은 “일주일 동안 하루만 교회 건물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어있는 교회 건물을 사용해서 학교교육을 실시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맞벌이 부모들은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학원에 보내고 돌보는 것이 학부모들에게 매우 큰 부담이 된다”며 “교회 내에서 돌봄 프로그램을 적극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VIC센터는 초등 방과후 돌봄 공동체 프로그램과 중고등학교 통합 대안학교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2022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초등 방과후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교회에서 영어, 수학, 독서토론, 창의코딩 등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신앙 프로그램과 함께 제공한다.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장성교회는 한동대 VIC센터와 연계해 아이들이 하교하는 2시 반부터 6시까지 매일 BOK(the Beginning of Knowledge)스쿨을 운영 중이다. 말씀암송과 예배로 신앙을 교육하는 동시에 오카리나와 피아노 수업, 영어, 수학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일 BOK스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저녁 6시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며 배울 수 있어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경원(12) 양은 “금요일마다 창의 프로젝트도 하고 책 읽으며 빵도 만들 때도 있고 재미있다. 영어를 원래 못했는데 이제는 2주 만에 다 깨우쳐서 웬만한 건 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준서(11) 군은 “성경말씀이랑 음악, 코딩이랑 독서토론을 해서 BOK스쿨이 재미있다”고 전했다.
VIC센터의 초등 방과후 프로그램에는 현재 포항의 3개 교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교회와 연계를 맺으면 한동대 학생들이 직접 창의코딩 등 프로그램에 참여해 가르치고 VIC 센터에서 교사 훈련 프로그램과 필요한 준비 과정을 모두 제공한다.
제양규 센터장은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 주일학교의 약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있다”며 “교회 내 다음세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플랫폼을 바꿔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두 명의 자녀들이 외톨이처럼 자라나고 있고, 공적 돌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한국교회가 사적 돌봄을 제공하는 등 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