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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7월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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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목사] 참된 신앙은 가끔 “힘들어 죽겠어요”하고 투정 부려도 ⋯

이기욱 목사
알링턴 사랑에 빚진 교회

한국에 있는 친구 중에 거의 23년 동안을 개척할 때부터 한 교회를 섬기고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민 교회처럼 지금까지도 어떤 수적인 성장이나 교회의 일꾼들을 세워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한 두번 방문했다가는 – 함께 어울릴 또래 친구가 없다, 자녀 교육프로그램이 없다, 저 사람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어 부담된다, 개척교회라 부담된다, – 등등의 이유로 정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는 찬양 인도자나 반주자, 지휘자, 악기 연주자, 혹은 음향을 만질 줄 아는 사람들이 넘쳐나서 자신의 차례가 안 와서 대기한다고도 하는데, 교회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람이 부족해서 뭔가 봉사할 수 있는 일꾼들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 친구 내외가 기타와 피아노를 배워서 찬양 인도를 하고, 찬양 시간이 끝나면 바로 성가대 가운을 입고 성가하고 (친구 아내가 지휘하고), 성가대 순서가 끝나면 바로 성가 가운을 벗고 대표기도 하고, 주일 말씀이 끝나면 헌금위원을 하고, 또 친구 내외가 미리 준비해 놓은 친교 간식을 성도님들이 함께 나누는 동안 주일학교 교사로 가서 자녀들 놓고 성경 공부 가르치고, 점심도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바로 교회 재정 일을 하고, 모두가 떠난 텅 빈 교회를 주일학교 교역자와 같이 청소하고,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제가 그 친구에게 “아니 7년 전인가 8년 전인가 나한테 똑같이 이야기하지 않았니?” 하고 물어보니까 “응 그냥 계속해서 그렇게 살고 있네” 하고는 ‘주일이 죽일 날이 같아서 주일인가 봐’ 하며 여유 있게 아재 개그를 던지는 겁니다. 그래도 이 친구 육체적으로는 힘들다 해도 하나님 일에 아직도 쓰임 받을 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을 믿는 것이 하나님을 아는 것이라고 하는데 하나님을 알아가다 보니까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자꾸 교회를 생각하게 되고 몸을 움직이게 되고 그렇게 행동하게 되어 있더라는 겁니다. 여전히 주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고 엄살을 피우지만, 그 목소리에 행복함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이 친구를 생각할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이 친구의 모습이 혹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인가요?
아니면 이 친구가 불쌍하거나 미련해 보이지는 않으신지요?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친구 내외가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그렇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많은 축복을 누리게 되었는데, 지금은 7년 전에 받은 하나님의 은혜보다 더 많은 상상 그 이상의 축복을 누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주님이 맡기신 자신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주님과 함께 하는 가운데 자녀들은 이미 모든 분야에 성공해 있고, 부부 문제는 항상 같은 것을 생각하며 함께 가다 보니 서로가 더 존중하며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있고, 건강 문제는 이렇게 건강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50대 중반인데 그 흔한 고혈압 약 하나 먹지 않고,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 등등, 뒤돌아보니 신기하게도 자신에게 연관된 수많은 인생의 문제들이 별로 걱정이나 염려할 것 없이 평탄하게 다 이루어져 있더라는 겁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하신 성경의 말씀이 실상으로 이루어진 모습을 이 친구를 통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이 이런 것입니다.
당장은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렇게 믿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이 모든 것을 더하시리라’의 약속이 실상으로 우리에게 이루어져 있더라는 겁니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들리게 되고, 이제는 더 이상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하게 잡히는 역사가 우리들의 삶 가운데 일어나게 되더라는 겁니다.
참된 우리의 신앙 현장이 바로 이런 것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정말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주님이 맡겨주신 십자가 지고 나가는 것 말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왜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는 데 진정한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누리고 체험하지 못하는 걸까? 결국 우리 신앙 생활의 기준이 언제나 ‘내 중심’이기 때문이라는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개척교회는 부담되서 싫고, 작은 교회는 봉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서 싫고, 해야 할 일이 보이는데도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성경 말씀인데도 불구하고 절대 안 하고 … 예배는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다해 ‘드리는 것’ 인데, 자꾸 예배 보러 왔다고 하고 (시장 보러 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주일은 주님의 날인데 자꾸 자신을 위한 일요일로 그 시간을 사용하고 그러다 보니 다른 약속이나 일이 생기면 오늘 시장 안보면 되듯이 예배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고 …
결국 교회는 우리가 모두 각자 자신의 십자가를 지며 세워가야 하는 건데, 교회를 그냥 쇼핑하듯이 다니다 보니 조그마한 일에도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언제나 자신의 눈높이가 기준이 되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뭔가 불만이 있고, 그러다가 신앙생활에 회의가 생기면 이내 교회를 떠납니다.
자신의 바람대로 교회가 좀 바뀌길 원하고 사람들도 자신과 맞는 사람들이 좀 있어야 하고 자신의 기준에서 뭔가를 자꾸 바꾸려 하다 보니 신앙생활이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신앙은 그냥 주어진 십자가 지고 가는 겁니다.
“힘들어 죽겠어요” 가끔 투정 부려도 자신이 지고 가는 십자가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묵묵히 가다 보면 언젠가는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풍성히 넘쳐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진정한 믿음의 간증이 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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