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교회 창립목사 에즈라 진 체포 … 워싱턴-베이징 간 외교 갈등으로 번져

중국 정부가 베이징의 대형 기독교 네트워크인 ‘시온교회(Zion Church)’를 포함한 지하 교회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미국 정부가 “종교 자유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중 관계의 또 다른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주 시온교회의 창립자이자 수석 목사인 에즈라 진(Ezra Jin, 중국명 진밍리)을 포함해 교회 관계자 20여 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중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하 기독교 네트워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부는 이후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이번 단속은 중국 공산당이 당의 간섭을 거부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얼마나 적대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의 종교 탄압은 더 이상 내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관심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급성장한 대형 온라인 예배 네트워크를 해체하려는 정부의 장기적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비등록 종교활동을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예배를 소규모 사적 모임으로 제한하려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회의에서 “종교는 중국적 맥락에 더 적응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정책과 법 집행을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온라인 설교를 금지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정부가 승인한 종교기관만 인터넷을 통한 종교활동을 허용하도록 했다.
중국 내 종교는 불교, 도교,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의 다섯 가지 종교만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며, 모든 종교단체는 국가가 승인한 협회에 소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지하 ‘가정교회(house church)’ 형태로 예배를 이어가고 있다.
시온교회는 이미 2018년에도 중국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됐다. 당시 베이징 당국은 교회가 정부의 ‘감시카메라 설치’ 명령을 거부하자 예배당을 폐쇄했다. 이후 교회는 지하화된 형태로 운영되며 온라인 중심으로 신도 수를 늘려왔고, 팬데믹 기간에는 40여 개 도시, 1만 명 이상의 신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온교회 관계자는 “현재 중국 정부는 소규모 가정 예배 자체를 막지는 않지만, 시민사회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종교조직의 성장은 결코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로마에 기반을 둔 중국기독교 전문가 프란체스코 시시는 “이번 체포는 단순한 종교 문제를 넘어 외교적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시온교회 목사 에즈라 진의 딸 그레이스 진 드렉셀은 미국 상원 직원이며, 그의 남편 빌 드렉셀은 워싱턴의 허드슨연구소(Hudson Institute)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시점과 맞물린 것도 우연이 아니다”라며 “중국이 미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된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