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며 방황하고 한다. 그러나 굉장히 가까운 곳에 어떤 가면도 쓰지 않고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하루 하루 톱니 바퀴처럼 움직이는 현대 도시생활의 규칙성과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 싶고, 다양한 문화를 용광로처럼 버무려 녹여버리는 미국 문화의 생소함에 질릴 때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 ‘페어 파크’(Fair Park)이다.
이 곳은 277에이커 면적에 8개의 박물관, 6개의 공연시설, 스포츠 스타디움이 달라스의 보석박힌 왕관이라 불릴 만큼 귀중한 시의 역사와 미국 문화를 유산으로 잘 보존하고 있다.
아르데코 양식과 페어 파크
페어 파크에는 1차 세게대전 직전 프랑스에서 등장해 유행한 ‘아르데코’양식의 건축물이 미국 전역 중에서 가장 많이 배치되어 있다. 공원 설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건축가 조지 달(George Dahl)이었다. 그는 1936년 텍사스 100주년 박람회를 위해 페어파크를 개조하는 책임을 맡아 아르데코 양식 건축물의 설계와 건설을 진두 지휘했다.
달라스가 1936년 텍사스 100주년 전시회 도시로 선정되자, 책임 건축가 조지 달은 건축가들에게 14개월의 시간을 주고 26개의 주요 건축물을 설계하도록 했다. 그 결과 텍사스에서 가장 비싼 텍사스 주 건물(Hall of State)이 세워졌으며, 달라스 과학 박물관, 수족관, 디스커버리 가든, 자동차 박물관, 여성 박물관, 아프리카-아메리카 박물관 그기로 공원 내에 북미에서 가장 높은 회전바퀴가 세워졌다.
페어 파크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은 700피트 길이의 명상 분수대(Esplanade)이다. 이 분수대는 2009년에 개조되어 조명시설까지 갖췄으며, 물과 음악, 조명이 동시에 작동하는 종합공연 체계를 갖췄다. 이 분수대 중앙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달라스 다운타운 스카이 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100주년 기념관 건물 앞에 벽화로 설치된 남부연합군, 스페인, 텍사스 정부, 멕시코, 프랑스, 미국을 나타내는 거대 조각물들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리고 유기적이면서 자연스러운 갈대숲이 공원을 관통하는 긴 척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목화밭이었던 곳은 92,000좌석을 갖춘 ‘커툰 휠드’라는 풋볼 스타디움으로 탈바꿈했다. 놀이 시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으며, 공원의 다른 지역에는 농업지구가 조성되어 있다.
도심속의 피난처
저명한 잡지 내셔널 지오그라피는 페어 파크를 단순 거물들의 집합체 이상이며, 수십 개의 문화를 배경으로 수십 개의 이야기를 전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1885년 주 박람회 축제의 일상과 1936년 텍사스 100주년 박람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 곳이 텍사스의 역사와 문화에 진하게 배어 있는 다문화의 특성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음을 이야기 한 것이다.
페어 파크는 1986년 국립 역사 랜드마크(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되었으며, 지금까지 25개 이상의 훈장과 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7년에는 텍사스 도시계획가협회로부터 ‘자랑스러운 시민을 위한 공간’(The Great Public Place)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달라스 ‘역사 유적 랜드마크위원회’는 페어 파크가 갖고 있는 역사적 상징성의 가치와 의미를 살려 다운타운과 함께 번영하는 장소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플랜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2018년 1월의 페어 파크는 ‘존재’보다는 ‘부재’를 생각하게 했다. 번영하던 한때를 조용히 반추하며,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는 빛났을 그때를 생각하게 한다. 많은 시민들에게 잊혀진 장소가 된 페어파크는 여행과 일상의 사이에서 약간의 긴장과 느슨함을 느껴보고 싶은 이들이 과거의 빛나는 번영을 회상하기에 좋은 장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