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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4월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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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성 교수의 건축칼럼] 달라스의 수치: 케네디(John F. Kennedy)대통령 암살

조재성 (제이슨 조)
cho2979@j-jonathan-kim

달라스하면 누구나 기억에서 먼저 떠올리는 사건이 있다. 바로 1963년 11월 22일 발생한 ‘케네디’(J.F.Kennedy) 대통령 저격 사건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달라스 시내에서 대낮에 암살되었다.
이 사건은 고도 성장기를 구가하고 있던 달라스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미국인들에게는 커다란 슬픔을 안겨주었다. 세계 최강 국가의 대통령이 백주에 자국의 영토에서 총격 받아 살해되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된 이 사건은 아무리 빛나고, 위세를 떨치는 것들도 불가피하게 소멸된다는 평범한 진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사후에 이루어지는 한 인간의 일생에 대한 평가는 살았을 때 받는 찬사보다 엄격하다. 특히 미국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평가는 전 세계에 미친 그의 영향력으로 인해 더욱 그러하다. 케네디 대통령은 살아서 보다 죽어서 미국 국민, 더 나아가 전세계인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 케네디 대통령 저격
케네디 대통령 저격사건은 달라스 역사에 오점이 되는 비극적인 사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종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안전 사고에 안일하게 노출되어 발생한 사건이기도 하다.
이 비극은 미국 역사에서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 암살사건에 비견되는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다.

본래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는 텍사스의 정치적인 성향은 ‘레드칼러’ 일색인데, 달라스도 보수주의가 지배하는 분위기였다. 지역의 유력지 “달라스 모닝뉴스”(Dallas Morning News)는 대통령이 도착하는 날 조간신문 전면에 ‘케네디’ 대통령의 방문을 반대하는 광고를 게제했을 정도였다.
케네디 암살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달라스 시민들의 노력도 지대했다. 달라스 카우보이 풋볼 팀을 육성하고 “누가 J.R.을 쏘았는가?(Who shoot J.R.?)”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텔레비전 드라마 “달라스”(1978-1991)의 높은 시청률을 통해 달라스의 아픈 상처를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내고자 하였다.
1970년 달라스 시민들은 케네디 추모탑을 다운타운에 있는 “델리 프라자”(Dealey Plaza) 잔디 광장에 세웠다. 이어서 달라스 카운티(1981)는 저격범이 숨어서 총을 쏜 텍사스 국정교과서 창고건물을 케네디를 추모하는 『6층 박물관』(Sixth Floor Museum)으로 개칭해 문을 열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달라스 시는 저격 사건의 잘못을 미국 국민과 전세계 시민에게 사과하고자 했다.

◆ 케네디 기념관과 기념탑
케네디 박물관은 지금도 달라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일번지가 되고 있다. “웨스트 엔드” 인근에 케네디 대통령이 저격된 장소가 있고, 그를 기념하는 박물관도 “웨스트 엔드” 지구내에 있다.
누가 케네디를 암살한 진범인지 여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 되고 있지만, “케빈 코스트너”가 열연한 영화 “JFK”를 통해 살인의 배후에 대해 막연히 추측해 볼 뿐이다.

케네디 박물관 옆에 있는 공원에는 미국에서 포스트 모던 건축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건축가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이 설계한 케네디 추모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케네디는 갔지만 사각형 콘크리트 상자 형상의 그의 추모탑은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과 여행객들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케네디 대통령을 회상하며 추모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 달라스 군 사무소
케네디 추모 기념탑을 끼고 돌다 보면 “델리 광장”을 마주보고 있는 붉은 벽돌색을 띠는 종교건축물 같기도 하고 중세 유럽 성주의 건축물로 착각하게 하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델리 광장” 주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현재 달라스 군청사무소(Dallas County office)와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복고풍의 로마네스크”양식 건물로 방문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8세기말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13세기 고딕건축이 등장하기 이전에 로마 건축양식을 변용해서 서유럽 각지에 많이 세워진 스타일의 건축물이다. 영웅이 떠난 자리 인근에 서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은 말 없이 역사의 부침을 목도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작은 도시 달라스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뜻밖의 죽음을 당했지만, 미국민과 전세계 시민들은 그가 남긴 “시민권”과 “평등”의 가치라는 유산을 통해 영원한 사랑을 누리고 있다.
비운의 죽음을 당한 케네디 대통령 그의 이름 세 글자는 오늘날에도 불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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