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연, 6일 ‘한국사회 다층적 위기’ 인식조사 발표
현 정부에 대해 국민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분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신승민 원장)은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발표회를 열고 ‘한국사회의 다층적 위기’에 대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들의 인식을 비교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13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개신교인 1,058명, 비개신교인 1,09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다. 신뢰도는 95%에 표본오차 ±3.0%p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에 대해 느끼는 개신교인의 감정'(10점 만점) 중 ‘분노’가 6.5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불안(6.4점), 비관(6.1점), 슬픔(5.9점), 만족(2.8점), 희망(2.7점) 순이었다.
비개신교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분노'(6.8점), ‘불안'(6.7점), ‘비관'(6.6점), ‘슬픔'(6.0점), ‘만족'(2.2점), ‘희망'(2.1점) 등의 순으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국정 운영을 9개 분야로 나눠 평가한 결과도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평가 항목은 경제, 부동산, 노동, 사회적 재난 대처, 장관 및 공공기관장 인사, 연금, 검찰·법 집행, 복지, 대외관계 등으로, 모두 부정적 평가가 중간 이상으로 높았다.
최형묵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소장은 “정치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는 만큼 국민의 주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착화된 거대 양당 구도를 타파하고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도록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국회의원 제도를 도입하거나, 국민의 의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시민의회를 설치하는 등 대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개신교인과 비개신교인 간의 인식 차는 뚜렸했다.
‘개인적인 위기가 있을 때 종교가 도움이 되느냐’는 물음에 개신교인은 77.2%가 ‘그렇다’고 한 반면, 비개신교인은 33.9%만이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천주교인의 경우 67.6%, 불교인은 46.3%가 종교가 도움된다고 응답했다.
‘위기가 있을 때 교회가 사랑과 돌봄의 ‘공동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개신교인 71.1%가 ‘그렇다’고 답했다. 비개신교인의 경우 이에 동의한 응답은 27.5%에 불과했다.
정경일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종교인 가운데 위기 상황 속 개신교인의 종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며 “개신교인은 위기에 처했을 때 교회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았다. 개인주의와 경쟁주의가 만연한 시대에도 개신교인 다수가 교회를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로 여긴다는 사실은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종교 호감도와 신뢰도 조사에서도 그렇고 주요 3대 종교인 개신교, 불교, 천주교 중 개신교인에 대한 비종교인의 호감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며 “전체적으로 개신교의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호감도와 신뢰도가 낮다는 사실을 개신교는 치열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기후문제, 의료대란, 경제 위기 등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기후 문제와 관련해선 개신교인(72.9%)과 비개신교인(71.8%) 모두 과반 이상이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개신교인 65.6%, 비개신교인 66.1%)는 기후위기가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막을 방법이 있다’고 낙관했다.
지난해 불거졌던 의료대란으로 인해 불안감을 경험했는 지를 물은 결과, 개신교인 67.6%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비개신교인도 대동소이한 응답을 보였다. 의료대란으로 느낀 주요 불안감으로는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시기가 미뤄질까봐’, ‘비상시 응급실 이용이 어려운 것’이 각각 1위, 2위로 꼽혔다.
송진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개신교와 비개신교인 모두 종교를 떠나 시민으로서 존엄과 평등의 가치를 누리고 안전하게 의료행위를 받아야 함에도 그러지 못해 사회적 불안과 분노, 우울을 경험했다”며 “의료대란에서 우리는 정부와 전문인 그리고 시민 간 사회적 신뢰 붕괴,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 등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현되는 정치적 의식과 자세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