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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월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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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희 교수] “필터 버블 (Filter Bubble)”

전창희 교수
UT알링턴 영상학과 교수

어린 시절 같은 동네의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않아 낡은 흑백 TV에서 나오는 만화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친구의 집에 TV가 있던 시절이 아니어서 TV가 있는 친구의 부모님께 허락받고 그 집에 가서 TV를 보아야 했습니다. 우리 집에 처음 흑백 TV가 생겼을 때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렇게 예전에는 영상 미디어 컨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TV가 꼭 필요한 도구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막내 아들에게 했더니, 그 아이의 대답이 저에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아빠, TV말고 아이패드로 보면 되는데?” 젊은 친구들에게는 더 이상 TV가 영상을 보기 위한 중요한 도구가 아니지요. 굳이 큰 화면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본인의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을 통해 영상을 시청합니다. 또한 그 영상물이 대형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만들어지는 컨텐츠일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유튜브나 다른 소셜 미디어의 영상들을 자유롭게 검색하면서 더 자주 찾아보곤 합니다.

소셜 미디어가 대중화되고 영상 미디어 시청의 중요한 플랫폼(platform)으로 자리 잡으면서, “필터 버블 (Filter Bubble)” 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용어는 일라이 페리저 (Eli Pariser)가 쓴 “생각 조종자들 (원제: Filter Bubble)”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구글 (Google), 페이스북 (facebook) 등의 인터넷 정보 제공 기업에서 사용자들의 개인적 성향과 관심사를 그들의 검색 기록 등을 통한 데이터로 수집하고, 기업이 개발한 알고리즘 (Algorithm)을 통해 분석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이용자에게 우선적으로 노출시킬 정보를 결정합니다. 사용자가 어느 정보나 영상물을 보고 싶어 하는지를 추측하고 결정해서 보여 주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과학 기술의 발달이 참 놀랍고 그래서 더욱 편리한 세상이 된 듯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랑하는 아내의 컴퓨터에 있는 유튜브에 들어가면 그동안 아내가 많이 시청했던 영상들에 근거해서 추천하는 동영상들이 화면에 떠오르는 거죠. 다양한 성경 읽기와 목사님들의 설교 동영상, 그리고 찬양 영상들이 보입니다. 골프 동영상도 떠오르는 것으로 보아 요즘 골프 시청에도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있는 영상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그런데 “생각 조종자들(원제: Filter Bubble)” 이라는 책에서는 유용해 보이는 이 기능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필터링(Filtering)” 기능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들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정보로부터 분리되게 하여 그들을 자신만의 문화적, 이념적 “거품 (Bubble)”에 가둘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용어의 창시자인 일라이 패리저는 이러한 “필터 버블”이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과 선택적 인지(Selective Perception)를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정보 검열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합니다. 사람들은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다시 확인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물들의 반복되는 시청을 통해서 이 사고가 더욱 굳어지게 된다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이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이 균형 잡히기 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지게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자주 사용하시는 소셜 미디어의 화면에는 어떤 영상들과 광고가 주로 먼저 떠오르는지요? 한번 확인해 보신다면 현재 나의 시각이 어떤 특정한 거품안에 가두어져 있지는 않은 지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에는 많은 뉴스 프로그램과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소셜 다큐멘터리 영상들이 떠 오릅니다. 정치와 인권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보니 아마도 알고리즘에 의한 분석 결과, 제가 이런 영상물들을 좋아하리라 판단한 듯합니다. 미디어를 통해 본 세상은 너무나 분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 사회도 떠나온 조국, 대한민국의 사회도 양극단의 진영 논리에 따라 나뉘어져 있어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균형 있는 자세로 서로 다른 주장을 바라보는 중간 지대는 점차 좁아지고,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져 갑니다.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이 스스로의 “필터 버블 (Filter Bubble)”에 갇혀 다른 것들은 아예 보려고 하지도 않는 듯합니다.

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낡은 흑백 TV 시대를 살았던 저에게는 큰 도전이 됩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생각하게 됩니다. AI를 통한, 보다 정밀하고 고도화된 “필터링”의 세대를 살아갈 우리의 자녀들에게 “버블”에 갇혀 사는 인생이 아닌 주님이 주시는 지혜로 AI를 활용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ChatGPT라는초거대 AI’ 등장을 하며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고 이미 젊은이들의 삶 속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기존의 AI 모델에 비해 언어의 맥락을 정교하게 이해하고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며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만큼 고도화된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용자의 관심과 성향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여 더 큰 “필터 버블”을 만들어 가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 기술들의 부정적인 영향에만 초점을 두고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천으로서 시대를 앞서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긍정적이며 가장 소중한 성경이라는 필터가 있습니다. 성경의 필터로 성령의 버블에 거할 때, AI는 복음 전도의 소중한 기술로 쓰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만들어낸 필터 버블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필터 버블에 머무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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