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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11월 24, 2024

[전창희 교수] “미디어 바로 보기 1: 영상 언어의 이해”

전창희 교수
UT 알링턴 영상학과 교수

“보이는 것이 다 사실이 아닙니다.” 이 말에 동의 하시는 지요? 보통 우리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된 것들에 대해서는 모든 게 사실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으로 만들어진 미디어는 놀랍게 큰 힘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지난번 칼럼에서 간략히 살펴 본 대로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때론 여러 가지의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영상을 하나 보여 주는 것이 더 크게 다가가기도 하죠.

다큐멘터리나 텔레비전의 뉴스를 보면서 우리는 그 안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촬영되어진 영상은 그 순간에 일어난 실제 사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조금만 더 영상 언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사실이 쉽게 왜곡되어 전달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악마가 선택한 미디어에 매일 노출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래서 이 기본적인 영상 언어에 대한 이해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크리스천으로 “미디어 바로 보기”에 관한 칼럼을 생각하고 기도 하면서 제일 먼저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영상 미디어의 시작은 1895년 영화의 탄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들어 보셨겠지만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의 뤼미에르 (Lumière) 형제가 최초로 공개한 “열차의 도착 ( L’Arrivée d’un train en gare de La Ciotat)” 이라는 작품을 일반적으로 최초의 영화라 이야기합니다. 이후 한국에서 1956년에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되기 까지는 영화가 영상 미디어의 주축이었고, 영화를 통해 영상 언어는 발전해 왔습니다. 사실 뤼미에르가 만든 “열차의 도착” 은 우리가 상상하는 현재의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그저 50초 정도의 짧은 편집되지 않은 영상 (actuality film) 이었습니다. 스토리가 없이 그저 짧은 영상이었지만 관객들은 열광했습니다. 이전까지 단 한번도 영화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이후 영화는 전 세계에 퍼지면서 조금씩 창작된 스토리를 담은 현재의 영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영화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영상 언어의 발전이 있었는데, 1920년에 구 소련에서 만들어진 “소비에트 몽타주 (Soviet Montage)” 이론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 보겠습니다. 한 인물의 무표정한 얼굴을 클로즈 업 (Close-up) 으로 찍은 영상이 있습니다. 특별한 표정이 없어 이 인물이 도대체 무얼 생각하거나 혹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얼굴입니다. 그런데 만일 이 얼굴 다음에 맛있는 음식을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이 인물이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물어본다면 뭐라고 관객들이 생각할까요? 십중 팔구 이 인물은 배고프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럼 음식 영상 대신에 관에 누워 있는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 준다면 어떨까요? 똑 같은 인물의 얼굴인 데도 이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인물이 슬픔에 잠겨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소비에트 몽타주를 개발한 소련의 영화 감독들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영상 언어의 중심에는 편집 (Editing) 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이론을 발전시켰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상 이론을 개발한1920년대가 소련이 볼셰비키 혁명을 거치며 칼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 등의 공산 이론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하는 시기였다는 겁니다. 소련의 영화 감독들은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영상의 편집을 이용했고, 나중에는 공산 주의 사상을 전달하는 일종의 선전 영화 (Propaganda) 들을 만드는데 몽타주 이론이 핵심이 되었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 사실이 아닙니다.” 똑같은 인물의 얼굴이지만 어떻게 영상 언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누군가는 이 인물이 배고픈 것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슬픔에 잠겨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미장센은 화면 안에 보여지는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총칭하는 프랑스 말로서 무대 디자인, 분장, 조명, 의상, 배우의 움직임등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그러니 이 모든 요소들을 활용하여 영상을 만든다면, 만든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여주는 것”을 관객들이 “사실” 이라고 믿게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겠죠.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오늘 하루도 무심코 바라본 유튜브의 영상에 나오는 내용들이 다 사실이라고,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보이는 것이 다 사실은 아닙니다. 영상 언어를 통해 많은 것들이 왜곡되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영상 언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생각하며 조금은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잘못된 메시지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데도 사실이요, 진실인 것이 있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희생 시킴으로 완성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왜곡된 사실이 보여지는 것으로 판 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참된 진실 되신 그분의 사랑이 보다 많은 영상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어지기를 소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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