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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3월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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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용 ‘저주인형’ 불티…살벌한 분풀이 방법

한 상품 페이지에 소개된 효과적인 저주방법.(온라인 쇼핑몰 화면 갈무리)

“하루 3번씩 같은 곳을 찌른다. 죽으라고!”
“저주인형 사자마자 그놈이 잘려서 좋아요.”
타인의 이름을 적어 괴롭히는 ‘저주인형’ 구매자 리뷰에는 악담과 비난이 가득하다.
사극에서나 봤던 저주인형이 요새 인기리에 판매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학적인 감정 해소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주인형은 짚으로 만든 인형으로, 인형 몸통에 저주 대상의 이름을 적은 부적을 붙이고 괴롭히면 대상에게 악운이 생긴다는 미신이 녹아있다. 요즘에는 분풀이용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저주인형 상품정보란에는 저주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한 상품의 설명란을 보면 부적에 저주 대상의 이름을 적고 인형의 혈자리에 못을 박는다. 인형 곳곳을 칼로 찌른 뒤 불에 완전히 태우는 것으로 저주 의식은 끝난다. 익사나 난도질, 압사, 생매장 등 다양한 저주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인형은 개당 1만원 내외면 살 수 있다.
판매자들은 저주인형이 분노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홍보한다. 저주인형의 핵심 ‘셀링 포인트’를 ‘스트레스 해소’로 잡은 것. 실제로 구매자 리뷰를 보면 “분노가 풀렸다”는 반응이 많다.
한 구매자는 “바람을 피운 전 여자친구가 남자와 헤어지고 교통사고까지 났다”며 “저주 내린 것 말고 따로 한 것은 없는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호평했다. “직장 동료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해달라고 저주했더니 실제로 다리가 부러져 그만뒀다”며 ‘저주 효과’를 봤다는 상품평도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분노나 스트레스를 푸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인의 생활 속 스트레스도 만연해 있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4명가량이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으로는 직장생활(62.1%)이 가장 많이 꼽혔고 학교생활(35.7%), 가정생활(34.7%)이 뒤를 이었다.
건강한 감정 해소법에 대한 사회적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저주인형과 같은 가학적인 방식의 분노 표출은 정신건강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바늘로 찌르고 태우는 저주 인형은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만큼이나 정서적 악영향이 클 것 같다”면서 “저주인형 등이 공공연하게 판매되는 데 제한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윤영훈 성결대 문화선교학과 교수는 “저주인형이 억울한 감정을 해소시켜 폭행이나 복수 같은 물리적 충돌을 막아주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문화가 조장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한국사회가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는 문화가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교회를 비롯한 사회 공동체가 이해와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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