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4 F
Dallas
일요일, 5월 11, 2025
spot_img

[이기욱 목사] “장독대에 담겨진 우리의 인생은? ”

(알링턴 사랑에 빚진 교회/ 이기욱 목사/ Tel (817) 966-1308)

어린 시절, 뒷마당으로 가서 다시 계단을 올라가면 그곳에 넓은 장독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장독대 위에는 크기와 모양이 거의 같은 항아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열어보면 하나는 간장독이고 다른 하나는 된장독이고 또 하나는 고추장독입니다. 같은 모양의 항아리가 그 안에 품고 있는 내용물로 인해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가끔 어머니가 “장독대 가서 된장 조금만 떠 와라” 하고 심부름을 시키면 장독대 위에 올라가서 이내 된장독을 찾아 된장을 떠다 드리곤 했습니다. 사실 장독대 위에는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거의 똑같이 생긴 항아리들이 많이 있지만 제가 된장독을 찾는 것에는 별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가 장독대에 가까이 가면 냄새가 납니다. 그것 때문에 똑같은 장독이라도 무엇이 간장독인지 된장독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열어보면 더 분명히 알 수 있게 됩니다.

무엇을 말씀드리고 싶으냐 하면, 결국은 그 내용물에 따라 장독의 이름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그 내용물이 그 장독의 이름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생이라는 항아리가 있습니다. 비슷한 모양으로 밥 먹고, 비슷한 모양으로 잠을 자고, 비슷한 모양으로 먹고 자고 하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격과 우리의 사람됨이 결정된다는 겁니다.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지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슨 생각으로, 무슨 마음으로 살아가느냐 하는 겁니다.

성경에 보면 “아무에게도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악 ‘惡’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은 버금 아(亞) 라는 단어와 마음 심 (心)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말입니다. 그리고 이 버금 아(亞)는 원래 무덤의 외형을 그린 단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악이라는 것은 ‘무덤을 품은 마음’입니다. 결국 ‘남이 죽었으면 하는 마음’ 이라는 겁니다.

또 이 악(惡)이라는 글자는 원래 흉한 일이나, 사고 재난, 병 등을 가리키는 단어로도 쓰입니다. 즉 이러한 일들- 바로 사고 재난이나, 어려운 흉한 일들, 그리고 병 같은 아픔 등- 이 누군가에게 일어나기를 원하는 마음이 바로 악이라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악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무슨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우리는 악한 사람으로 악한 인생을 살 수도 있고 선한 사람으로 선한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우리의 마음에 무엇이 담겨져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것이 우리 마음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겁니다. 우리의 마음에 악이 있으면 우리의 행동은 언젠가 악한 냄새를 드러내게 되어 있습니다. 감추려 해도 감출 수가 없는 겁니다. 반대로 우리의 마음에 선한 것이 있다면 우리의 모습은 선한 향기로 나타나게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 악을 악으로 갚는 일이 다른 사람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악의 출발이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파괴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자세히 보면 “아무에게도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다음에 나오는 말씀이 “선으로 악을 이기라” 권면합니다.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할 수 있거든 모든 사람에게 선한 일 하기를 애쓰라고 그렇게 말씀하고 있는 겁니다.

목회를 하다보면 마음 맞는 사람들만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맞는 사람만 만나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그런데 그럴 수 없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압니다. 그래도 적당히 마음 맞는 사람이 더 많으면 좋겠는데 이상하게도 비위에 맞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고, 또 사사건건 토를 달고  따지고 그렇게 힘들게 하는 사람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함께 교회 생활을 해도 은혜나 사랑으로 감싸주기보다는 저 사람만 눈앞에서 안 보이면 믿음 생활도 더 잘하고 가족들에게도 더 잘하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을 품기도 합니다. 사실 자신들에게는 이유나 핑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이 그렇게 악한 것이라고 생각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악하게 행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어느 목사님이 첫 6개월 동안 암 수술과 함께 항암치료를 하고 교회로 돌아왔는데, 몇 분의 성도들이 목사님을 찾아와서 “저희는 교회를 떠나겠습니다. 오늘부로 목사님을 볼 일이 없을 겁니다”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따났다는 겁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러가지 부담이 마음 가운데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암 수술 마치고 돌아 온 목회자에게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하고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그 목사님도 그 성도들이 용서가 안 되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의 간증이 ‘그 순간 욕하고 저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도, 기도로 축복하고 신앙생활 잘하도록 권면하고 그렇게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지금도 저주하고 싶은 악한 생각이 들 때마다, 살려주신 은혜만을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생에 억울한 일을 당하고, 배신 때문에 가슴 아픈 일이 찾아와도- 우리는 악을 악으로 갚지 말도록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도 죄인인데 자꾸 악을 악으로 갚으며 살다보면 결국 하나님의 사면장이, 그 구원의 열쇠가 우리와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바라기는 우리 인생 항아리가 선한 마음과 선한 생각을 품어, 그렇게 선한 향기를 내는 그런 삶을, 그렇게 착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최근 기사

이메일 뉴스 구독

* indicates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