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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5월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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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재 목사] 동행

유형재 목사
세미한 교회 협동 목사

기가 막힐 때가 있습니다. 성경을 읽다가요.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하신 일은 그대로 인정하면 됩니다. 어차피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에게 무슨 일을 시켜서, 그 사람이 그 일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 즉, 신문 기사 등을 쓸 때 적용해야 하는 기본적인 6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일을 시킨 사람에게 말씀하신 내용보다 말씀하지 않으신 내용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라고 명령하시는 창세기 6장을 통해 이런 예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을?” 창세기 6장에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명령하시는 히브리어 동사가 2개 나옵니다. 노아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두 동사 중의 하나가 방주를 “만들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노아뿐만 아니라 누구도 보지 못한 큰 배를 만들라고 하십니다. 그런데도, 노아는 본 적도 없는 방주를 만듭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땅과 함께 멸하실 때, 노아와 아내, 세 아들들과 그 며느리들, 세상에 있는 혈육 있는 모든 생물 암수 한 쌍씩을 구원하기 위해, 방주를 만들라고 말씀하십니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라고 하나님께서 명령하시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아는 그 이유를 받아들입니다.

“언제?” 하나님께서는 노아가 120년 동안이나 방주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미리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방주를 만들라고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도, 노아는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방주를 지금부터 제작합니다.

“어디에서?”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어디에서 방주를 만들라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노아는 바다가 아닌 산이 있는 지역에서 방주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방주를 지을 나무를 구해야 하고, 유대인 전승에 따르면, 노아의 집안인 아담의 셋째 아들 셋의 자손은 산 지역에 살았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산 지역에서 큰 배를 만든다면, 사람들은 노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노아는 아마도 산 지역에서 방주를 만듭니다.

“누가?”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누구와 함께 방주를 만들라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라고 하십니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아는 혼자 방주를 만듭니다.

“어떻게?”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고페르 나무로 방주를 만들라고 하십니다. 이 고페르 나무로 어떻게 만들라는 말씀은 없으십니다.

현재 이 고페르 나무가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탈리아 편백 나무와 비슷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전체 길이 약 135미터의 방주를 만들어야 해서 키가 크고 물에 상하지 않는, 내구성이 있는 나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탈리아 편백 나무는 키가 3미터에서 30미터 정도 되며, 둘레는 1미터 정도가 되는 큰 나무입니다. 솔로몬이 성전의 마루를 이 나무로 만들었습니다(왕상 6:15). 노아가 이런 크고 내구성 있는 나무를 잘라 다듬어서, 방주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힘들고 복잡한 일입니다.

학자들은 노아가 합판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라고도 예상합니다. 더구나 방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나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노아는 고페르 나무로 방주를 만듭니다.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방주 안에 칸들을 막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칸들을 어떻게 막으라는 구체적인 말씀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노아는 칸들을 막아 방주를 만듭니다.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역청을 방주의 안팎에 칠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역청이 무엇이고 어떻게 구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학자들은 방주에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는 용도라는데 동의합니다.
성경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내용 중의 하나는 순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역청으로 방주의 안팎을 칠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노아는 “네!” 했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 하나님께서는 방주의 크기를 말씀하십니다.

엄청나게 큽니다. 무려 길이 약 135미터, 넓이 약 23미터, 높이 약 14미터입니다. 그런데도 노아는 역청으로 방주의 안팎을 칠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노아는 결국 방주를 완성합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방주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노아는 어떻게 120년간이나 방주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그 해답은 노아가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표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창 6:9). “히트파엘”이라는 히브리어 동사형으로 쓰인 이 동행한다는 표현은 노아가 “스스로” 하나님께 “딱 붙어서” 다닌다는 의미입니다.

히브리어를 헬라어로 번역한 칠십인 역에서는 노아가 “기뻐하며 즐겁게” 하나님과 함께 걸었다고 표현합니다. 노아는 “기뻐하며 즐겁게 스스로 하나님께 딱 붙어서” 다녔기 때문에 120년간 일해 그 엄청난 방주를 만들어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개개인에게 만들라고 명령하신 방주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행복한 가정입니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기처럼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노아처럼 “기뻐하며 즐겁게 스스로 하나님께 딱 붙어서” 조금씩 만든다면 하나님께서는 결국 그 방주를 완성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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