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 경험도 8% 넘어 … 주된 이유 심리불안·가족 갈등

위기청소년 10명 중 3명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우울감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으로 정서적 안정감과 소속감 부재를 지목하며 교회의 돌봄 역할을 주문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33%는 최근 1년간 2주 이상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 조사 결과(26.2%)보다 6.8%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성별로는 여성 청소년의 응답률이 40.5%로, 남성 청소년(25.6%)에 비해 크게 높았다.
반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한 위기청소년은 8.2%로, 2021년(9.9%)보다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자해 경험률은 오히려 21.5%로 나타나, 같은 기간 2.8%p 증가했다. 자살 시도의 주요 원인으로는 ‘심리적 불안’이 37.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가족 간 갈등(27.0%), 학업 문제(15.0%), 또래 및 선후배와의 갈등(8.0%), 미래에 대한 불안(7.0%)이 뒤를 이었다.
또 가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7.7%였다. 이들 중 69.5%는 가족과의 갈등을 가출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자유로운 생활을 원해서(34.3%)’, ‘가정폭력 때문(26.3%)’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호복지연구본부장은 “청소년기 가장 중요한 사회적 지지 체계는 가정이지만 위기청소년의 경우 이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심리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청소년을 돌보고 있는 최현석 정류장교회 목사는 “거리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기본적인 애착 관계와 정서적 안정감”이라며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면 품행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안정적인 정서 기반이 결여돼 비행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돌봄 사역에 힘쓰고 있는 교회가 위기청소년의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관계 형성과 상담, 일상적 돌봄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회 내 청소년들의 정서적 돌봄을 위한 사역 부서를 신설하고, 체계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최 목사는 “교회는 본질적으로 관계 중심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돌봄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오늘날 청소년 사역은 기존 성도들의 자녀들에게 한정돼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청소년들을 품기 위해 이제는 한국교회가 발 벗고 나설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