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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7월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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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목사] 웰에이징이 자라는 우물, 하나님에 대한 믿음

김재홍 목사
컬럼비아 신학대학원 D.Min.
웰에이징 미션 대표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65세를 넘기는 인구가 매일 1만 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 1년이면 365만 명의 은퇴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들 은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일정했던 수입원이 중단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매월 받던 월급이든 아니면 사업상의 충분한 수입이었든 생활을 뒷받침하던 안정적인 수입이 중단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은퇴자들의 마음을 무겁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40년간의 비즈니스 운영을 마치고 은퇴하였던 어떤 분의 이야기이다. 그분은 적잖은 금액의 노후 자금을 준비하였다. 자녀들도 다 출가하였고 이제는 부부 두 사람만 단출하게 살면 되는 핵가족이었다. 여러가지 정황을 살펴볼 때 큰 문제가 전혀 없을 것 같은 은퇴 커플이다. 그런데 은퇴하면서부터 남편분이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안정된 수입이 없이 은행 예금에서 곶감처럼 빼먹으면서 살아야 할 처지니 가계부를 작성하며 알뜰살뜰 절약하며 살아야 한다고 부인을 다그치는 것이었다.
시간이 갈 수록 남편은 지출 하나하나에 신경증을 보이며 부인과 갈등이 깊어 갔다. 그는 매일처럼 통장 잔액을 확인하였다. 점점 줄어드는 은행 잔고가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 수록 그에겐 알츠하이머 증상이 뚜렷해지고 있었다. 쉽게 분노하고 남을 의심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 의심은 부인을 향하게 되었고 날마다 돈 문제로 다투고 결국 두 사람은 황혼 이혼을 생각하며 별거를 시작했다. 그분의 연세가 80이 되는 시점이었다. 결국 2년의 별거 끝에 남편분은 더 심각한 치매 증세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인은 남편을 돌보기 위해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분들의 갈등 핵심은 사실 알츠하이머 병세가 아니다. 남편분이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 즉 한정된 통장 잔고에 의지하고 있다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안이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한 마디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그분의 마음을 점점 굳어버리게 했고, 자신의 미래를 자신의 통제 속에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잃게 된 것이었다.
은행 어카운트에 밸런스는 상당했지만 자신을 잃어버린 노후가 된 것이다. 결국 그분은 자신의 세이빙 어카운트에 대한 기억마저 잃어 버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채 돌아가시게 되었다.
이분을 경험하면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미래는 자신의 계획과 계산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고 섬기며 살겠다는 우리 내면의 신실한 믿음 위에 주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정확히는 하나님에 대한 견고한 믿음 위에 재물도 쌓이는 것이고 소용이 있는 것이지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예배도 없이, 오직 자신의 계획과 쌓아 놓은 재물로 미래를 지키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불안과 근심을 불러오고 자칫 자신의 미래를 허물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 생각과 염려로 미래가 확보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창세기 12장 10절 이하에 보면 아브라함이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내려가는 장면을 본다. 기근은 두려운 상황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생각에 애굽을 향한 것이다.
그런데 애굽이 가까워지자 또 다른 불안이 그를 엄습했다. 미모의 부인 때문에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겠다는 더 직접적이고 촉박한 불안이 그를 얼어붙게 했다. 결국 아내를 누이라 하는 변칙으로 안위를 얻는 듯했지만 과연 그 모욕과 수치스러움을 벗을 수 있었을까?
이런 일련의 과정 중에 하나님에 대한 아브라함의 믿음과 간구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13절의 말씀이 눈에 띄인다.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그러면 내가 그대로 말미암아 안전하고 내 목숨이 그대로 말미암아 보존되리라 하니라” 밑줄 친 구절은 공동번역이나 새번역으로 보면 ‘그대 덕에’ ‘그대 덕택에’로 번역되어 있다.
한 마디로 아브라함은 사라의 말 한마디에 자신의 미래가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치 은행 어카운트에 자신의 미래가 몽땅 담겨 있다고 생각했던 분처럼 …
웰에이징의 모습은 우리 내면의 깊은 생각과 믿음이 드러나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겉사람은 해체되고 우리 안에 숨겨진 속사람이 드러나는 것이 에이징의 과정이다. 나이 들수록 우리 안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가 드러난다.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 데 있지 아니하니라” (눅12:15)는 말씀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고후4:17)는 말씀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웰에이징은 우리의 참된 생명이 드러나고 그리스도의 은혜의 보배가 점점 더 드러나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보배로워지는 웰에이징의 모습이 더욱 선명히 드러나는 인생 여정에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라는 깊은 우물이 필요하다.
인생의 고비마다 믿음이라는 깊은 우물 속에서 은혜의 단물을 받아 새로워지는 우리 모두가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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