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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9월 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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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목사] 통합예배 ABC세대를 잇기 위한 최적의 통로

안지영 목사(나눔교회 원로목사)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부교수

지금까지는 우리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미션, 그리고 그 미션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 라인에 관해 얘기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나눔교회의 미션인 “세대를 이어 제자 삼아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다”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시도되었는 지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한국교회나 미주의 한인교회에게 이제는 “고령화”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습니다. 아는 지인의 교회도 젊은층이 없으니 유년주일학교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미주 한인교회도 고령화가 심각한 형편입니다. 장년의 수가 4-5백 명 정도 되는 캘리포니아주의 한 교회인데도, 청년부는 다섯 손가락 안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있는 청년들도 대부분 유학생인데, 그나마 요새는 유학생의 수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작은 교회의 형편은 더 열악합니다. 젊은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거지요. 전도하는 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해결책이기는 하지만, 전도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걸 모두 절감하고 있지요. 고등학생이었던 큰아이가 한 번은 이렇게 툭 던지더군요. “아빠, 교회가 전도한다고 전략을 짜고, 동원을 하고, 훈련을 하는데,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걸 교회가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일단 현재 교회에 속한 가정의 자녀들이 부모의 신앙을 이어받아 교회에 남는다면, 교회는 쇠락하지 않을 거 아니야? 각 가정마다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자녀가 있고, 그 자녀들이 신앙을 전수받는다면, 기독교 인구는 줄어들 수가 없지 않아?” 참 이상적인 아이디어이라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봅니다. 수평적인 전도를 통해서 기독교인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직적인 신앙 전수를 통해서 기존의 기독교인을 지켜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후자를 지켜내기 위한 수고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시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최근에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교회의 고령화가 한국교회보다 미국 한인교회가 더 심하다고 합니다. 한인교회는 39세 이하가 5%인 반면에 60세 이상이 53%라고 합니다. 반면에 한국교회는 39세 이하가 26%이고 60세 이상이 38%라고 하니, 이민교회보다는 사정이 덜 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한인교회가 한국교회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이유 중 하나가 교회를 한어부(Korean Ministry)와 영어부(English Ministry)로 갈라놓은 시스템이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영어부는 대부분이 10-30대이고, 거의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영어부 교회는 한어부 교회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40대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어부 교회의 빠른 고령화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영어부에 속한 젊은 세대의 신앙의 성숙도가 한어부 어른 세대의 그것을 따라갈 수가 없기에, 어른 세대의 신앙을 보지 못하고 자란 젊은 세대가 신앙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수밖에요. 영어부 교회의 지도자도 1세대로부터 배움이 없는 경우에 자신의 영적 한계를 뛰어넘는 목회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는 청년층도 영어부와 한어부로 나뉘어져 있으니, 교회 안에 서로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없다는 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서부에 있는 대형교회의 중고등부는 영어부와 한어부가 있는데, 두 그룹 사이에 어떤 교류도 없이 따로 운영이 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이 부서를 담당하게 된 장로는, 수백 명이 되는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교회에 남아있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다시 말해서, 교회 식구들의 자녀들이 대학을 가고 나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이 이 교회만의 것이 아닌 게 심각한 문제이지요. 그런데 미주 한인교회는 KM(한어부)과 EM(영어부)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더군요. 큰 교회 건 작은 교회 건 이 시스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 교인들은 이 시스템이 잘 구비되어 있는 교회에 자녀들을 맡기려고 하니, 대형교회를 선호하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가 되어버린 거지요. 그래서 어떤 교회는 “다음 세대를 책임지는 교회”라는 슬로건을 크게 배너로 걸어 놓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그 슬로건과는 상관없이 청소년기를 넘긴 자녀들은 집을 떠나면서 교회도 떠나게 되고, 다시 교회로 돌아가기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EM에 있다가 성장해서 30대가 되어 한어부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애석하게도 그 비율이 높지 못하다는 게 문제이지요.

참고로, 나눔교회는 통합예배 방식을 20년 가까이 고수하고 있는데, 교회 20-30대 청년은 현재 1.5세대와 2세대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 중 현재 30-40대가 된 청년들은 달라스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했고, 가정을 꾸렸으며, 계속 신앙 생활을 하고 있구요. 이 30-40대의 자녀들이 유초등부와 중등부에 있고, 결혼한 이민 1.5/2세대인 20-30대의 자녀들이 영아반, 유아반에 있습니다. 특히 20-30대의 부모가 거의 모두 교회의 집사님들입니다. 이러다 보니, 3대가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되었네요. 교회에 방문한 분들이 놀래는 건, 교회가 매우 젊다는 겁니다.

그러면, 처음부터 나눔교회 가정들은 부모와 자녀들 사이의 소통이 잘 되었을까요? 그래서 통합예배가 쉬웠을까요? 그럴 리가 있었겠습니까? 통합예배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는데 어찌 이 예배 방식을 쉽게 동의했을까요? 정말 황당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지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니 설교 내용을 알아들 수가 없다는 거지요. 하지만 나의 관점은 달랐습니다. 아이들의 부모가 부부끼리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이들은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선교지에서 그리고 다른 교회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언어는 그렇게 큰 장애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았기 때문입니다. 통합예배에 들어가는 게 너무나도 싫다고 불평하는 걸, 부모들은 아이들의 언어 문제라고 여기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아이들이 한국 음악을 즐겨 듣고 부르며,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는 걸 간과합니다. 아이들이 통합예배를 싫어하는 건, 언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영적 상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거지요. 한번은 세대 간의 관점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세대 간 서로의 소통에 장애가 되는 요인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어른은 언어 차이를 언급했고, 아이들은 부모의 일방적인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교회가 개척되고 15년 정도 되기까지는 자녀들과 소통이 어려운 원인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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